'가성비' 뗀 중국의 기술 굴기…베이징 모터쇼에서 확인된 전기차의 미래
지리자동차그룹의 로보택시 프로토타입 'EVA 캡'. [사진=지커코리아]
지난 24일 개막한 '오토 차이나 2026(베이징 모터쇼)'은 더 이상 과거의 '물량 공세' 현장이 아니었다. 축구장 53개 규모의 전시장을 가득 채운 1451대의 차량은 '가성비'라는 낡은 꼬리표를 떼어내고, '인공지능(AI)'과 '차세대 배터리'라는 강력한 무기로 무장했다.
'비야디(BYD)', '지커'를 필두로 한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이번 모터쇼를 통해 2030년까지 이어질 모빌리티의 미래 로드맵을 선명하게 제시했다.
이제 중국 전기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지능형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진화하며 글로벌 시장, 특히 한국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 기술 패권의 현주소
이번 모터쇼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기술의 격차를 실체화했다는 점이다.
BYD는 영하 30도의 혹한 속에서도 완벽하게 작동하는 초급속 충전 기술을 시연하며 전기차의 고질적 한계였던 '겨울철 효율 저하'를 정면 돌파했다.
지커 역시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을 구현한 신형 모델들을 대거 선보이며, 소프트웨어 역량이 단순한 옵션을 넘어 차량의 핵심 경쟁력임을 입증했다.
지커의 'EVA 캡 로보택시'는 레벨4급 자율주행 기능을 갖춘 중국 최초의 로보택시 전용 맞춤형 모델로, 세계 최초의 '양자 수준 AI 전자 및 전기 아키텍처' 및 2160라인 디지털 라이다 시스템, 업계 최초로 양산 준비가 완료된 레벨4급 주행 보조 소프트웨어 솔루션 등이 포함돼 있다.
지커의 모그룹인 지리자동차그룹은 2027년 EVA 캡의 '카오카오 모빌리티 전용 에디션'을 출시하고 로보택시 서비스의 대규모 배치와 상용화를 가속화할 방침이다.
한국 진출을 준비 중인 중국 전기차 제조사 샤오펑은 차세대 지능형 주행 시스템 'VLA 2.0'을 공개했다. VLA 2.0은 올해 하반기에 시범 운행을 시작하며, 2027년 출시될 예정이다.
기존 모듈형 자율주행 시스템과는 달리, VLA 2.0은 인지, 추론, 행동을 통합된 AI 기반 모델에 통합해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한 일반화 능력을 향상시키고 고해상도 지도 및 엄격한 규칙 기반 시스템에 대한 의존도를 줄였다.
샤오펑은 "VLA 2.0이 적용된 차량은 캠퍼스 도로, 시골 비포장도로, 통행이 불가능한 도로를 비롯해 좁은 차선 통과나 움푹 패인 곳 회피와 같은 복잡한 상황에서도 자신감 있게 주행한다"며 "또 정지 상태에서 출발하는 기능까지 지원해 진정한 '완전 프로세스 지원 주행' 경험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중국 전기차 제조사들의 900V 고전압 시스템과 6분대 완충 기술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조차 긴장하게 만드는 '초격차'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내년 국내 출시가 예상되는 지커의 전기 SUV '8X'에는 900V 고전압 시스템이 기본 탑재돼 3-모터 전기 구동 모터가 1030㎾(1400마력)의 순간 최고 출력을 낼 수 있다.
세계 전기차 배터리 1위 업체인 중국 CATL은 최근 열린 신제품 발표회 '슈퍼 테크데이'에서 3세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선싱'을 공개했다. 이 배터리는 충전량 10%에서 98%로 올리는 데 걸리는 시간이 6분 27초에 불과하다. 10%에서 35%까지는 1분, 10%에서 80%까지는 3분 44초 걸린다.
◇ 2030 로드맵, 전고체 배터리와 AI의 결합
중국 업체들의 시선은 이미 2030년을 향해 있다. 핵심은 배터리 기술의 비약적 발전이다. 다수 중국 제조사는 2027년 전고체 배터리의 소량 생산을 시작으로, 2030년에는 에너지 밀도 500Wh/㎏ 이상의 고성능 모델을 대중화하겠다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발표했다.
지커는 이번 모터쇼에서 '골든 전고체 배터리'를 공개했다. 이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 대비 월등히 우수한 종합 성능을 발휘하는 황화물계 무기 물질을 고체 전해질로 적용한 제품이다.
여기에 AI 기반의 자율주행 기술이 결합하며, 차량은 스스로 주변 환경을 판단하고 학습하는 '움직이는 AI'로 거듭나고 있다. 단순히 배터리 용량을 늘리는 경쟁에서 벗어나,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유기적인 결합을 통해 완벽한 주행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BYD 왕조 시리즈의 '3세대 위안 플러스'. [사진=BYD코리아]
◇ 한국 시장, 프리미엄 전략과 생태계 승부수
이러한 기술적 자신감은 한국 시장 진출 전략으로 이어진다. 과거의 저가형 모델 중심이 아닌, 프리미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고성능 다목적차량(MPV) 등을 앞세워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중국 업체들이 단순히 차량 판매에 그치지 않고, 자체 충전 인프라 구축이나 구독형 소프트웨어 서비스 등 '생태계'를 중심으로 한국 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가격 경쟁력만을 내세웠던 과거 방식과는 차원이 다른, 한국 소비자들의 높은 기술 눈높이를 정면으로 타격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베이징 모터쇼에서 목격한 중국 전기차의 변신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전고체 배터리'를 통한 성능의 한계 극복과 '레벨4 자율주행'이라는 지능화의 완성은 2030년을 향한 중국의 무서운 질주를 예고한다.
현대자동차·기아를 비롯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에게 이번 모터쇼는 위기이자 새로운 경쟁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 전기차 시장이 '기술 패권'을 쥔 중국 업체들의 상륙으로 어떤 변화를 맞이할지, 이제는 그들의 로드맵을 면밀히 분석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하고 있다.
굿모닝경제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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