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팟, 벌집 그리고 체리피킹 현상
함순아 동강대 간호학과 교수
2026년 09월 13일(일) 22:00
전남광주통합특별시에 사는 한 사람으로서 ‘통합’이라는 혁신뿐만 아니라 메가프로젝트 반도체 팹(fab)이 들어온다고 하여, 드디어 광주·전남은 ‘잭팟(Jackpot)’이 터지는구나 생각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 ‘메가급 벌집’에서 어느 정도의 꿀을 얻을 수 있을지에 기대가 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도 대통령은 당초 내세웠던 공약 실천을 위한 분야별 단초를 하나하나 내놓고 있는 것 같다.
얼마 전 현 정부 공약 중 하나인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위해 9월 초부터 시작되는 대학 입학 원서 접수에 앞서 세부 가이드 라인을 발표했다. 이 가이드 라인에서 눈에 띄는 것은 2027학년도 입학생부터 적용을 검토하고 있는 실지급 형태의 전액 장학금 지원이다. 사실상 ‘등록금 0원화’ 신입생 지원을 시작으로 향후 재학생 전체까지 단계적 확대 추진하는 내용으로써 비수도권 소재 30개 국립대학교 신입생 약 6만 명을 대상으로 하겠다고 한다. 국립대학 신입생은 연간 약 2000억 원 추산 등록금을 지원받는 것으로, 고소득층 가구 학생이나 의대·치대 등 일부 고액 계열 학과는 배제하는 기준을 신설하는 등 교육부의 구체적인 의지도 포함됐다.
2026년 교육부 확정 예산 기준으로 국립대학에 투입되는 순수 주요 재정지원 사업비는 연간 약 2조 원 이상 수준이며, 기본 인건비·운영비와 지자체 연계 ANCHOR(구 RISE) 예산, 부처별 R&D 사업비를 모두 합산할 경우 국립대학 재정 규모는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전국의 국립대학은 약 30개교, 국립대를 제외한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은 약 290개교로 국립대 수는 전체 대학의 9.7%에 불과하다. 2026년 교육부 고등교육 전체 예산 중 현재 국립대에만 약 12.5%가 책정됐고, 나머지 약 290개 대학은 예산의 87.5%를 나눠 받는 구조이다.
이런 엄청난 규모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타당성 있게 국립대의 역량이 강화되고 또 그 결과가 드러나고 있는지 의문이다.
여기에서 독일의 국립대학인 뮌헨공과대학교(TUM) 사례에 주목하게 된다. 수도 베를린을 제치고 독일 최고 대학으로 도약한 바이에른주 지방국립대로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 위치한 국립대학이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로 유명하다.
이 대학은 독일의 대학이 그렇듯 등록금이 없는 대신 뮌헨에 본사를 둔 BMW, 지멘스, 아우디, 알리안츠 등 글로벌 대기업들과 수천억 원 규모의 공동 연구를 수행하며 연구비를 확보하는 등 기업과의 강력한 산학협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국가의 적극적인 도움이 있었다고 한다.
이 외에도 국립대학의 한계를 극복한 사례는 싱가포르의 NUS, 프랑스의 PSL, 중국의 청화대와 북경대 등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러나 독일의 TUM을 제외한 위의 대학들은 등록금 유료에 각 나라의 핵심 도약 방법을 적절하게 적용함으로써 성공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렇듯 등록금 무료 모델로 세계 최정상 경쟁력을 유지하는 사례를 찾기는 쉽지 않다.
매년 6월에 발표하는 QS 세계대학평가 기준 최상위 주요 대학은 미국의 MIT가 1위, 영국의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이 2위, 스탠퍼드대, 옥스퍼드대, 하버드대 등이 최상위 Top 5를 형성하고 있다. 서울대는 30위권으로 국내 대학 중에서 1위이다. 서울대와 같은 우수 대학이 전국에 늘어나는 건 고무적이지만, 과연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출발이 등록금 전면 무료 정책이었어야 하는가 한 번쯤 생각하게 된다.
교육부가 제시한 이번 정책은 지방 인재의 수도권 유출을 방지하고 지역 정주 여건을 마련함으로써 지방에도 우수 인재가 남아 서울대 수준의 대학이 된다는 시나리오에 기반한 것일까. 국가 수준의 사업이나 직업이 서울에 여전히 편중돼 있는데 과연 머리 좋은 인재가 지역에 남아 있을까. 무료 등록금과 다양한 혜택을 누리고 나서 ‘인(in) 서울’을 꿈꾸며 맛있는 체리만 쏙 골라 먹는 체리피킹(Cherry Picking) 현상이 생기는 건 아닐까 염려스럽다.
‘다리를 건너기도 전에 다리가 무너질까 걱정하지 마라’는 말이 있듯이 전 국민이 건너도 끄떡없는 튼튼한 다리가 되는 정책이길 기대해 본다.
/함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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