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 불법 성토 현장 /사진=환경일보DB
[환경일보] 박준영 기자 = 폐기물을 재활용 제품이나 성토재로 둔갑시켜 농지 등에 매립하는 불법 성·복토가 전국적으로 이어지면서, 폐기물의 발생부터 운반·재활용·최종 사용지까지 전 과정을 추적할 수 있는 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단순 사후 단속을 넘어 부처별로 나뉜 관리체계를 연결하고 재활용 제품의 최종 사용지까지 확인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폐기물을 토사와 섞어 성·복토하는 방식으로 불법투기 형태가 바뀌면서 외관상 정상적인 성토와 구별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토양과 지하수는 물론 농작물까지 피해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울산 남구을)은 15일 국회 의원회관 제5간담회의실에서 ‘불법 폐기물 성·복토 근절 방안 마련 토론회’를 열고 불법 폐기물 성·복토로 인한 환경오염 실태와 제도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김 의원은 개회사에서 “불법 성·복토가 대부분 농지에 이뤄져 사실상 완전한 원상회복이 어렵고, 토양오염은 물론 침출수로 인한 식수 오염으로 국민의 건강과 안전까지 위협받고 있다”며 정부 차원의 관리체계 구축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의원실이 최근 5년간 언론 보도 사례를 조사한 결과 불법 성·복토 사례는 75건으로 파악됐으며, 물량이 확인된 사례의 불법 폐기물은 135만톤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쓰레기산’에서 땅속으로··· 적발 어려워진 불법 폐기물
최근 불법 폐기물 투기는 단순 적치에서 성·복토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첫 번째 발제를 맡은 김성수 법무법인 엘프스 변호사는 ‘불법 성·복토 발생 및 복구 실태와 재발방지 대책’을 주제로 과거에는 토지를 임차해 폐기물을 쌓아둔 뒤 잠적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폐기물을 토사와 혼합해 성·복토하는 형태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계약서와 검사성적서 등 외형상 적법한 서류를 갖추는 경우가 많아 적발이 쉽지 않고, 매립 이후에는 정상적인 성토와 구별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폐기물과 자금의 흐름을 역추적하는 광역·연계 수사체계를 갖추는 것이 가장 시급하고 중요하다”며 재활용 제품의 최종 사용지까지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주문했다.
구체적으로는 발생사업장과 재활용업체, 출하 차량, 최종 사용 필지, 반입·성토량 등을 하나의 관리체계로 연계하고 개발행위허가와 폐기물 관리 절차도 연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불법 성·복토는 적발 이후 복구 과정에서도 막대한 비용을 발생시킨다. 충남 당진 신평면 신당리에서는 개발행위허가를 받은 부지에 8만3885톤의 폐기물성 성토재가 반입된 뒤 침출수가 인접 농지로 유출돼 벼가 집단 고사하는 피해가 발생했다.
성·복토의 경우 공사비보다 원상복구 비용이 훨씬 커질 수 있는 만큼 원인자가 비용을 부담할 능력이 없을 경우 국가나 광역지자체가 행정대집행 비용을 우선 지원한 뒤 원인자에게 징수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토양·폐기물·건설재료 따로 관리··· 부처 칸막이 없애야”
현행 관리체계가 토양·폐기물·건설재료 등 분야별로 나뉘어 있다는 점도 구조적 문제로 지적됐다.
두 번째 발제에 나선 김영민 기후에너지기자클럽 사무국장은 ‘4만 불 선진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후진적 불법 성·복토’를 주제로 폐기물이 배출 사업장에서는 정상적으로 반출된 것처럼 처리되더라도 중간 운반 과정에서 추적되지 않는 차량을 통해 농지 등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성·복토재의 실제 출처와 이동 경로, 투입 물질의 성상을 확인할 수 있는 체계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김 사무국장은 “4만 불 선진국에서 후진적인 불법 성·복토가 이뤄지고 있다”며 토양과 지하수, 폐기물과 건설재료를 각각 따로 관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하나의 물질순환체계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보다 엄격한 관리체계를 운영하고 있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영국은 폐기물의 종류와 사용량·목적 등을 관리하고, 일본은 발생 토사와 폐기물을 처음부터 구분해 재이용하며, 독일은 오염물질을 제거한 안전한 물질만 순환시키는 방향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배출지부터 성·복토지까지 토양성분검사 여부를 교차 확인하고, 기후에너지환경부와 농림축산식품부, 국토교통부, 지자체가 개별 책임 소재를 따지기에 앞서 성·복토 관리체계 자체의 구조적 문제를 함께 개선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15일 국회에서 열린 불법폐기물 성·복토 근절 방안 마련 토론회 /사진제공=한국자원순환에너지공제조합
부처별 관리 넘어 ‘전 과정 추적’ 필요
이어진 토론에서도 폐기물 재활용과 농지개량, 개발행위허가 등으로 나뉜 현행 관리체계를 연계하고 불법 성·복토를 사전에 차단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재활용 제품이 법적으로 ‘제품’이 된 이후 이동 경로를 추적하기 어렵다는 점도 핵심 쟁점으로 제시됐다. 전원혁 기후에너지환경부 자원재활용과장은 인증된 골재·토사 제품의 유통과 사후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농지개량과 개발행위허가 단계에서의 관리 강화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농림축산식품부 홍경희 사무관과 임월시 국토교통부 도시정책과장은 각각 관련 절차를 점검하고, 성·복토 과정에서 불법 폐기물이 유입되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봤다.
특히 농식품부는 토사 공급업체 관리와 검증된 흙의 사용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마련하고, 재활용폐기물의 농지 사용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시민사회와 업계에서도 사후 단속 중심 대응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윤철한 경실련 협동사무총장과 강경진 한국산업폐기물매립협회 회장은 전국적인 실태조사와 사전검증, 발생부터 최종 사용지까지의 추적관리, 원인자 책임과 복구비 확보 등을 포함한 국가 차원의 관리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불법 성·복토를 막기 위해서는 폐기물이 ‘제품’으로 바뀌는 순간 관리망에서 벗어나는 현행 구조를 보완하고, 배출지부터 최종 사용지까지 이동 경로와 사용량을 확인할 수 있는 통합 추적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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