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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재생에너지 전환 속도 늦추는 다섯 가지 구조적 제약은?

'AI 투자 경쟁'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도 재생에너지 전환의 변수로 작용한다. 세계자원연구소(WRI)에 따르면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은 2024년 180TWh 수준에서 2030년 400TWh 이상으로 2~3배 증가할 전망이며, 가스...

재생에너지 전환 속도 늦추는 다섯 가지 구조적 제약은?

산업연구원 ‘중동 전쟁은 재생에너지 전환을 가속할 것인가’ 보고서 발간

전쟁 따른 인플레이션 등 재생E 위축 우려…에너지 추가 아닌 전환 필요

산업연구원은 10일  ‘중동 전쟁은 재생에너지 전환을 가속할 것인가’ 보고서를 내고 재생에너지 전환의 속도를 늦추는 제약들에 대해 언급했다.[사진=연합뉴스]

중동 전쟁을 계기로 재생에너지 전환의 필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지난 2월 28일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선제공격 이후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고 세계 최대 LNG 시설인 카타르 라스라판의 가동이 중단되면서 카타르가 가스 계약에 대한 불가항력(Force Majeure)을 선언하는 등 화석연료의 지정학적 취약성이 재확인됐다.

국제 유가는 러-우 전쟁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고, 가스 가격은 유럽에서 40% 이상, 아시아에서는 두 배 이상 뛰었다.

하지만 이번 위기가 곧바로 재생에너지 중심 체제로의 급격한 전환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산업연구원은 10일 발간한 ‘중동 전쟁은 재생에너지 전환을 가속할 것인가’ 보고서에서 재생에너지 전환을 가로막는 다섯 가지 구조적 제약을 제시하며, 전환의 필요성과 전환의 속도는 전혀 다른 문제라는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보고서에 따르면 먼저 전쟁으로 급등한 에너지 가격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이에 따른 금리 인상이 자본 조달 비용에 민감한 재생에너지 투자를 상대적으로 위축시킨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우드맥킨지를 인용해 금리가 2% 상승할 경우 발전비용 상승률이 재생에너지는 20%, 가스는 11%로 나타난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디젤 가격 상승으로 재생에너지 설비 건설과 광물 프로젝트 현장의 중장비 운영 비용이 전쟁 이전 대비 35% 증가했다고 악시오스(Axios)를 인용해 설명했다.

화석에너지 가격 상승이 재생에너지 투자와 공급망에 미치는 상충 효과가 적지 않다는 것.

이와 함께 다른 화석연료로의 전환 역시 재생에너지 전환을 막는 요인 중 하나로 거론됐다. 대표적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가스를 미국산 LNG로 대체했고, 인도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 미국의 제재가 완화된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한 사례가 거론됐다.

이 뿐 아니라 그동안 페이드아웃돼 온 석탄 시장도 중동 리스크 이후 살아나는 분위기다. 보고서는 이번 달 주요 발전용 석탄 선물 가격이 아시아에서 13.2%, 유럽에서 14.2% 상승했으며, 한국도 석탄 화력 발전량 상한 해체를 최근 결정했다. 아시아 등에서 석탄 사용량이 크게 늘어나면서다.

‘AI 투자 경쟁’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도 재생에너지 전환의 변수로 작용한다. 세계자원연구소(WRI)에 따르면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은 2024년 180TWh 수준에서 2030년 400TWh 이상으로 2~3배 증가할 전망이며, 가스 발전이 주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력망의 증설·접속을 기다리기보다 자체 가스 발전이 더 빠르고 안정적이라는 판단이 배경이다. 이는 재생에너지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에너지 믹스 총동원을 요구하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이어 보고서는 ‘연료 집약적’ 시스템에서 ‘광물 집약적’ 시스템으로 전환되면서 부상한 핵심 광물 공급 제약을 주요 문제 중 하나로 언급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대규모 신규 광산은 기술·정치·인허가 제약으로 발견부터 생산까지 평균 16년이 소요되며, 구리는 2035년까지 수요 대비 공급이 30%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2024년 기준 상위 3개국이 전 세계 광물 정제 생산량의 86%를 점유하고 있으며, 이 중 중국은 에너지 관련 전략 광물 20개 중 19개의 제련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보고서는 2010년 중일 센카쿠 열도 분쟁 당시 희토류 수출 중단, 2023년 반도체 소재(갈륨·게르마늄) 수출 통제, 2023년 말 이차전지 핵심 소재(흑연) 수출 규제를 중국의 핵심 광물 무기화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제시했다.

마지막 제약은 재생에너지 발전 비용 하락과 별개로, 기존 전력 시스템에 재생에너지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력망·저장·백업 등 시스템 전반의 구축 비용이 여전히 과소평가되고 있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전력망·저장 인프라 구축뿐만 아니라 인허가·규제 개선, 가격 정책, 금융 지원, 인력 양성, 공급망 육성 등 전 요소의 통합적 설계와 시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제약을 고려한 대응 방향으로 ▲재생에너지 투자의 장기적 안정성 확보 및 전력망 인프라 구축 ▲‘에너지 추가(Energy Addition)’가 아닌 ‘에너지 전환(Energy Transition)’ 추진 ▲공급망 다각화를 통한 에너지 안보 리스크 완화를 제시했다.

특히 지금까지의 재생에너지 확대는 기존 에너지를 대체하기보다 전체 에너지 수요 증가를 뒷받침하기 위해 기존 에너지원에 더해진 ‘에너지 추가’에 가까웠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2024년 세계는 풍력·태양에너지 사용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석유·석탄 소비 역시 동시에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EU의 REPowerEU가 ‘에너지 절약-공급원 다변화-청정에너지 생산’ 순으로 설계된 것처럼, 총수요 절감과 화석연료 사용 억제를 전제로 재생에너지 확대가 이뤄질 때 실질적인 에너지 전환이 가능하다는 것이 보고서의 결론이다.

보고서는 또 재생에너지 확대와 더불어 화석연료 공급 안정성도 지속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화석연료 공급 기반에 대한 투자가 감소해 공급이 수요보다 빠르게 줄어들 경우 단기적 수급 불균형과 가격 급등이 발생할 수 있고, 천연가스는 재생에너지 전력망에 유연성을 제공하는 동시에 화석연료 중 유일하게 전 세계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항공·해운 연료, 석유화학 원료 등 재생에너지로 대체가 어려운 영역에서도 화석연료는 여전히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화석연료 에너지 비용 상승에 의한 재생에너지 공급 비용의 상충 효과와 변동성을 견뎌낼 수 있도록 ▲차액결제 계약 ▲장기 고정가격 계약 ▲정책 금융을 도입하고 전력망을 포함한 에너지 시스템 전반에 대한 선제적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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