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강원·충청권 후보들이 기후·에너지 관련 공약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지방선거를 앞두고 강원·충청권 지역에서 태양광·풍력 발전 수익을 주민과 공유하는 '재생에너지 연금' 등이 주요 공약으로 제시됐다. 지역 소멸과 탄소중립 대응 과정에서 기후정책이 지역경제 활성화 전략과 결합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기후재난 대응 정책 등은 상대적으로 드물었다.
<뉴스펭귄> 29일 취재를 종합하면 6월 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강원·충청권 후보들이 기후·에너지 관련 공약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탄소중립이나 온실가스 감축 자체보다는 재생에너지 산업 육성, 주민 수익 공유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초점을 맞춘 경향이 관찰된다.
강원에서는 재생에너지 수익을 주민과 나누는 '에너지 연금'이, 충남에서는 석탄발전 이후를 준비하는 '정의로운 전환'이 주요 화두로 부상했다.
기후위기를 새로운 산업과 성장의 기회로 바라보는 시각이 강해진 반면, 폭염·산불·가뭄 등 기후재난 대응이나 기후적응 공약은 상대적으로 비중이 크지 않았다. 지역사회가 겪는 기후위기 피해가 점점 커지는 상황을 고려하면 아쉽다는 평가도 나온다.
관광·개발에서 에너지 수익 공유로...강원 정치권에 떠오른 재생에너지
강원특별자치도에서는 재생에너지 발전 수익을 주민과 공유하는 공약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등장했다.
우상호 강원도지사 후보(더불어민주당)는 '청정에너지 고속도로'를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정부의 비무장지대(DMZ) 인근 민간인통제선(민통선) 북상 계획에 따라 새롭게 조성되는 철책 구간을 태양광·풍력 발전시설이 결합된 고속도로로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정부 정책과 연계해 '강원 RE100 고속도로'를 구축하고, 군사규제지역 주민 대상 '강원청정연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재선에 도전하는 김진태 후보(국민의힘)는 '강원형 4대 도민 연금(디딤돌·바람·햇빛·살림)'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 가운데 바람 연금과 햇빛 연금은 가덕산 풍력발전단지 모범 사례를 확대해 재생에너지 발전 수익을 도민과 공유하는 방식이다. 도민이 3천 만원을 투자할 경우 월 25만 원의 고정 수익을 보장받는 구조다.
김 후보는 민선8기 동안 강원특별자치도 출범과 규제 완화, 기업 유치, 교통망 확충 등 개발·성장 전략을 주요 과제로 추진해왔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 역시 이 같은 개발 기조 속에서 추진된 사업이다. 반면 이번 선거에서는 생활밀착형 공약을 전면에 내세우며,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에너지 연금'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다.
강원도지사 선거 ‘법정 TV토론회’에서 두 후보가 토론을 진행했다. (사진 강원특별자치도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TV 토론회 화면 캡쳐)/뉴스펭귄
강원 기초단체도 'RE100·에너지연금' 공약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기후 공약이 일부 관찰됐다.
기후정치바람(녹색전환연구소·로컬에너지랩·더가능연구소 등이 속한 연대체) 등 시민사회단체가 전국 광역·기초단체장 후보 624명의 기후공약을 전수조사했다. 그 결과 기후적응·취약계층 분야에서는 김홍규 강릉시장 후보(국민의힘)가 고령 농민의 온열질환 예방을 위한 냉감조끼 지원을 제안했다. 산업전환 측면에서는 구자열 원주시장 후보(더불어민주당)가 기후시민회의 및 기후도시추진단 설치를 공약했다.
에너지전환·기본소득 분야에서는 박효동 고성군수 후보(국민의 힘)가 RE100 특화 산업단지와 대규모 신재생에너지 산업단지 조성을 제시했다. 이정훈 삼척시장 후보(더불어민주당)는 시민주식회사(SCC) 설립을 통해 RE100 기반 기업을 유치하고 햇빛연금 등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방안을 공약했다.
반면 삼척시장 선거에서는 원전·방폐장 유치 공약도 등장했다. 김형우 후보(개혁신당)는 원전 2기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처리장 유치를 공약했다.
삼척은 과거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둘러싸고 지역사회 갈등이 컸던 곳이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는 '원전 백지화'를 대표 공약으로 내세운 무소속 김양호 후보가 시장에 당선된 바 있다.
석탄 이후 지역의 미래는?...충남서 떠오른 '정의로운 전환'
충청남도에서는 에너지 전환 이후 지역경제를 어떻게 재편할 것인가가 핵심 의제로 떠올랐다. 충남은 전국 석탄화력발전소 60기 가운데 28기가 위치한 전국 최대 석탄화력발전 밀집 지역으로, 발전소 폐쇄와 산업 전환 문제가 현실적인 과제로 다가온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충남도지사 후보(왼쪽)와 국민의힘 김태흠 충남도지사 후보(오른쪽)가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사진 각 후보 페이스북)/뉴스펭귄
박수현 충남도지사 후보(더불어민주당)는 주요 공약에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포함시키며,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전환 대책 마련을 약속했다. 노동자 전환 교육과 지역 재생에너지 산업 육성, 주민 전기요금 할인 등을 제시했다. 해상풍력·그린수소·폐배터리 재활용 등 기후테크 산업 육성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이와 함께 금강하구 해수유통과 생태복원, 충남 통합물관리 종합계획 수립 등 생태·환경 분야 공약도 내걸었다.
김태흠 후보(국민의힘)는 재선에 도전한다. 다만 에너지·기후 분야에서는 기존 정책 기조를 이어가는 모양새다. 민선8기 도정에서는 석탄화력 종사자 지원, 그린수소 생산 기반 구축, 수소에너지 융복합 산업벨트 조성 등을 추진했다. 다만 정책의 무게중심은 수소·반도체·디스플레이·물류·교통망 등 산업 기반 확충과 투자 유치에 놓여 있었다.
이번에 내놓은 공약 역시 천안·아산 AI·첨단산업벨트 조성, 서산공항 개항, 보령·서천 국제 해양레저 관광벨트 구축 등 개발·성장 전략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이는 민선7기 양승조 도정의 기조와도 대비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충남은 당시 탈석탄과 탄소중립을 전면에 내세운 대표적인 광역단체였다. 2018년에는 아시아 최초로 국제 탈석탄동맹(PPCA)에 가입하며 국내 석탄화력발전 밀집 지역의 에너지전환 의제를 전국화했다.
석탄발전소 위치한 충남 기초단체는?
특히 태안·보령·당진은 석탄화력발전소 폐지가 진행 중이거나 예정된 지역이다. 발전소 폐쇄 이후 지역경제와 일자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주요 과제로 떠오르면서 지자체장의 역할도 주목받고 있다.
기후정치바람 분석에 따르면, 당진시와 홍성군 후보들의 기후공약 채택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특히 당진에서는 석탄화력발전소 폐지에 따른 지역 차원의 정의로운 전환을 추진하겠다는 공약이 눈에 띄었다.
충청남도 기초단체장 후보 기후공약 현황. 기후정치바람은 2026 지방선거 광역·기초단체장 후보 624명의 기후공약을 전수조사했다. 조사는 공약에 ʻ기후’라는 표현이 있는지가 아니라, 실제 효과가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는지를 기준으로 분류했다. (사진 기후정치바람)/뉴스펭귄
당진시는 민선7기 김홍장 시장이 당진에코파워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에 반대하며 단식농성까지 벌인 지역이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장 가운데서도 적극적으로 신규 석탄화력발전 반대 목소리를 냈던 곳으로 꼽힌다.
이번 당진시장 선거에서는 에너지 전환 이후 산업 육성 방안이 나왔다. 오성환 후보(국민의힘)는 당진을 탄소중립 선도도시(45년 달성)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며, 수소도시 조성·CCUS 생산기지 구축·농어촌 RE100 마을 조성 등을 공약했다. 김기재 후보(더불어민주당)는 석탄화력발전소 폐지 대응과 정의로운 전환 가속화를 공약했다.
보령시장 선거에 출마한 이영우 후보(더불어민주당)는 수소·해상풍력 에너지산업을 보령의 신성장 동력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규모 블루수소 생산 플랜트 유치, 공공주도 해상풍력 발전단지 조성, 수소·암모니아 혼소 발전 실증 연구단지 유치 등을 공약했다. 폐쇄된 1·2호기와 폐쇄 예정인 5·6호기를 대체할 설비 건설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보령형 에너지연금' 도입도 제시했다.
엄승용 보령시장 후보(국민의힘)는 도시계획 공약에 기후 관련 내용이 일부 포함돼 있다. 주거밀집지역 스마트 주차타워 조성을 공약하며 태양광 패널과 전기·수소차 충전 인프라를 결합한 에너지 자립형 시설 구축 방안을 제시했다.
태안군수 선거에서는 태안화력발전소 폐지 이후 지역의 미래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강철민 후보(더불어민주당)는 신재생에너지 집적단지와 RE100 산업단지 조성, 기회발전특구 및 분산에너지 전환특구 지정 등을 공약했다. 윤희신 후보(국민의힘)는 '정의로운 전환 특구' 전국 1호 지정을 제시했다. 발전소 폐지지역을 신재생에너지·대체산업·일자리 전환 거점으로 육성하고, 충남도 및 중앙정부와 공동 대응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충청북도 기초단체장 후보 기후공약 현황 (사진 기후정치바람)/뉴스펭귄
반면 충청북도는 상대적으로 기후·에너지 공약의 존재감이 크지 않았다. 주요 후보들이 기후위기 대응이나 에너지 전환 정책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고 관련 공약도 제한적이었다.
이 가운데 신용한 충북도지사 후보(더불어민주당)는 타 지자체 생활폐기물 반입 강력 규제를 통한 지산지소 원칙 적용을 공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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