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로 생성한 이미지
아주 흥미로운 구인 광고였다.
나는 그만 눈이 번뜩 뜨여 뚫어지게 그 문구만 바라보았다. 오랜 백수 생활 끝에 날 이토록 흥분시킨 광고는 아래와 같았다.
‘교도소 탈옥 성공 시 5천만원 지급 배짱 두둑한 분 모집’
부차적인 조건은 탈옥 후 ‘탈옥 성공 보고서’ 1부를 제출하는 거였다. 탈옥성공기가 책으로 나올 시 인세의 30% 추가 지급한다는 문구는 날 더욱 흥분시켰다. 국내 굴지의 취업 사이트인 잡코리아나 워크넷 등에선 볼 수 없는 이 구인 광고는 십여 년을 행정고시에 목을 매었지만, 아직도 시험 준비하는 친구, 서평이 얼마 전 내게 알려준 정보였다.
며칠 전 아르바이트 한탕으로 얼마간의 돈이 생긴 나는 고시원에서 생활하던 녀석에게 소주 한 병과 돼지껍데기 한 접시를 사주었다. 대수롭지 않은 술과 안주였지만 돈 나올 데가 없던 녀석은 소주 한 잔을 마실 때마다 내게 황송한 표정을 짓더니, 이 이색 취업에 대해 말해주었다.
‘5천만원?’
번듯한 직장을 가지고 있거나 돈깨나 있는 한량들에겐 얼마 되지 않을 수 있지만, 나 같은 사람에겐 정말 큰돈이었다. 지금까지 5천만원이 아니라, 5백만원도 제대로 벌어 보지 못한 나로서는 감지덕지할 금액인지라, 구인 광고 맨 밑의 의뢰자 전화번호를 얼른 수첩에 적었다. 책 어쩌고, 저쩌고 하는 것으로 봐서 의뢰자는 출판사 관계자 혹은 작가일 것으로 추정했다. 어떻든 나로서는 그쪽이 과연 약속을 지킬 것인가 말 것인가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행여 교도소에 들어가서 요행히 탈옥했다가 그쪽에서 모른 척한다면 만사 물거품이 될 것이 뻔했다.
서평과 헤어진 후, 나는 목소리를 가다듬어 그쪽에 전화했다.
‘뭐야?’
그런데 전화를 받은 상대방은 의외로 여자였다. 그것도 나긋나긋하면서 매우 여린 목소리를 가진 소녀 같은 목소리를 가진 여자였다. 나는 혹시 출판사의 경리 아니면 유명 작가의 비서 정도로 여겼는데, 여자는 분명 자신이 의뢰자라고 말했다.
‘이 어린 여자가 대표 아니면 작가?’
나는 잠시 머리를 굴리고 있는데 여자는 내게 간단한 이력서를 가지고 내일 자신이 지정한 카페로 몇 시까지 나오라, 하며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고 나서 나는 고민에 빠졌다. 그 여자의 정체가 무엇인지, 내가 이 일을 잘할 수 있을까의 문제가 아니라, 이력서에 별달리 쓸 내용이 없다는 점이 날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물론 학력란에는 비록 지방대학이었지만 쓸 게 있었다. 하지만 그 뒤가 문제였다. 지금은 이혼했지만, 한때 잠시 살았던 아내가 약국을 운영할 적에 아침, 저녁으로 셔터 내리는 일 빼고는 직장을 다닌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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