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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장인의 공간으로 초대합니다

창원 성산아트홀 지하 특별전시실에서 2일부터 21일까지 동남권 공예특별전 <장인의 공간>이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19일부터 28일까지 열리는 국내 최대 공예 축제 ‘2026 공예주간’을 맞아 마련된 창원형 사업 ‘공예로(路) 창원’의 첫 번째 행사다.

장인의 공간으로 초대합니다

21일까지 동남권 공예특별전 <장인의 공간>

창원 성산아트홀 지하 특별전시실에서 열려

나전·도자·소목·염장·화혜·판각·매듭 등

보유자·장인 호흡과 시간·손의 기억 공유

21일까지 창원 성산아트홀 지하 특별전시실에서 동남권 공예특별전 <장인의 공간>이 열리고 있다. 국가무형유산 ‘염장’ 조대용 보유자의 작품. /류민기 기자

“손끝에서 이어진 시간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나전을 새기고, 흙을 빚고, 나무를 다듬고, 실을 맺는 일에는 오랜 시간 한길을 걸어온 장인들의 삶과 감각이 담겨 있다.(중략) 나전·도자·소목·염장·화혜·판각·매듭 등 서로 다른 공예는 각기 다른 재료와 기법을 지니고 있지만 그 안에는 시간을 견디며 전통을 이어온 장인의 정신이 공통으로 흐르고 있다.”(전시 서문 중)

창원 성산아트홀 지하 특별전시실에서 2일부터 21일까지 동남권 공예특별전 <장인의 공간>이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19일부터 28일까지 열리는 국내 최대 공예 축제 ‘2026 공예주간’을 맞아 마련된 창원형 사업 ‘공예로(路) 창원’의 첫 번째 행사다. 경남·부산·울산을 중심으로 활동해온 국가 및 시도무형유산 보유자와 대한민국 명장의 작품 세계를 한자리에서 조망한다.

전시에는 △국가무형유산 박재성(나전장) △국가무형유산 조대용(염장) △대한민국 명장 이한길(도자) △경상남도 무형유산 배순화(매듭) △경상남도 무형유산 정진호(소목장) △부산광역시 무형유산 안해표(화혜) △울산광역시 무형유산 한초(판각) 등 7명이 참여해 대표작 약 110점을 선보인다.

21일까지 창원 성산아트홀 지하 특별전시실에서 동남권 공예특별전 <장인의 공간>이 열리고 있다. 국가무형유산 ‘나전장’ 박재성 보유자의 작품. /류민기 기자

21일까지 창원 성산아트홀 지하 특별전시실에서 동남권 공예특별전 <장인의 공간>이 열리고 있다. 국가무형유산 ‘나전장’ 박재성 보유자의 작품. /류민기 기자

검은 옻칠 위에 자개 조각을 끊어 붙이는 나전은 인고의 과정을 거쳐야 완성된다. 국가무형유산 ‘나전장’ 박재성 보유자는 나전칠기의 전통 기법에 현대적 감각을 더해 통영 나전의 아름다움을 이어오고 있다.

박 보유자는 작품마다 칠흑 같은 화면에 우주처럼 펼쳐지는 빛의 결을 담아냈다. 전시작 중 ‘건칠항아리’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삼베와 옷칠로 빚어낸 건칠 바탕에 끊음질 기법으로 수국을 수놓은 대작이다. 각도에 따라 저마다의 모습으로 빛나는 자개는 시간과 손끝이 만들어낸 형상 그 자체이다.

21일까지 창원 성산아트홀 지하 특별전시실에서 동남권 공예특별전 <장인의 공간>이 열리고 있다. 이한길 대한민국 도자 명장의 작품. /류민기 기자

21일까지 창원 성산아트홀 지하 특별전시실에서 동남권 공예특별전 <장인의 공간>이 열리고 있다. 이한길 대한민국 도자 명장의 작품. /류민기 기자

“흙은 불을 만나면서 형태와 빛깔을 얻어요. 가마 안은 사람 뜻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기다림이 필요합니다.”

가마 안에서 시시각각 변하는 온도는 인간의 의지로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다. 이한길 도자 명장은 흙과 불의 관계를 탐구하며 도자의 색과 질감을 완성해 왔다.

이 명장의 작품은 기다림 끝에 탄생하는 도자의 우연성과 절제의 미를 보여준다. 이 중 ‘나비길’은 선홍색 빛과 물결처럼 번지는 무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작가의 통제를 벗어난 불의 요변(窯變·도자기가 예기치 아니한 색깔과 상태를 나타내거나 모양이 변형되는 일)이 빚어낸 미감이 인상적이다.

21일까지 창원 성산아트홀 지하 특별전시실에서 동남권 공예특별전 <장인의 공간>이 열리고 있다. 경상남도 무형유산 ‘소목장’ 정진호 보유자의 작품. /류민기 기자

21일까지 창원 성산아트홀 지하 특별전시실에서 동남권 공예특별전 <장인의 공간>이 열리고 있다. 경상남도 무형유산 ‘소목장’ 정진호 보유자의 작품. /류민기 기자

못 하나 없이 나무를 깎고 맞물려 완성하는 소목(小木)의 세계에는 질서와 균형의 미학이 담겨 있다. 경상남도 무형유산 ‘소목장’ 정진호 보유자는 전통 목가구의 구조와 비례를 연구해 본연의 나뭇결을 살린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출품작 중 ‘고려장’은 고려시대 책장을 재현한 작품이다. 느티나무의 결을 살린 대칭적 구성과 짜맞춤 기법의 정수를 보여준다. 장식을 절제하면서 단아함을 강조해 사대부의 기품과 건축적 조형미를 담아냈다. 절제된 선과 비움의 울림은 가구를 넘어 삶의 태도와 정신을 드러낸다.

“이번 전시는 단순히 작품을 소개하는 자리를 넘어, 장인들이 오랜 시간 지켜온 작업의 태도와 삶의 흔적을 함께 보여주고자 한다. 빠르게 소비되는 시대 속에서 장인의 손끝은 느림의 가치와 지속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전시 서문 중)

21일까지 창원 성산아트홀 지하 특별전시실에서 동남권 공예특별전 <장인의 공간>이 열리고 있다. /류민기 기자

21일까지 창원 성산아트홀 지하 특별전시실에서 동남권 공예특별전 <장인의 공간>이 열리고 있다. 국가무형유산 ‘염장’ 조대용 보유자의 작품. /류민기 기자

대나무를 쪼개 엮어 만드는 발(簾)은 바람과 빛을 머금으면서 공간의 분위기를 재창조한다. 국가무형유산 ‘염장’ 조대용 보유자의 작업은 생활 공예를 넘어 자연과 공간을 연결하는 감각을 보여준다.

작품 ‘수복자문발’은 아(亞)자 문양 테두리 안에 수복(壽福) 글자를 형상화했으며, 대나무(시누대)와 실크를 엮어 장수와 복을 기원하는 뜻을 담았다. 씨줄과 날줄이 엮인 선 사이로 스며드는 빛과 그림자는 전통 공예가 지닌 조형적 깊이를 전한다.

21일까지 창원 성산아트홀 지하 특별전시실에서 동남권 공예특별전 <장인의 공간>이 열리고 있다. 부산광역시 무형유산 ‘화혜장’ 안해표 보유자의 작품. /류민기 기자

21일까지 창원 성산아트홀 지하 특별전시실에서 동남권 공예특별전 <장인의 공간>이 열리고 있다. 부산광역시 무형유산 ‘화혜장’ 안해표 보유자의 작품. /류민기 기자

화혜는 우리네 삶과 함께한 전통 신발 공예이다. 부산광역시 무형유산 ‘화혜장’ 안해표 보유자는 전통 신발에 품격과 아름다움을 담아내고 있다. 발을 감싸는 곡선 속에는 헤아리기 힘든 공정과 바느질이 깃들어 있다.

전시작 중 ‘적석’은 붉은 비단으로 만든 전통 신발로, 조선시대 궁중과 의례에서 착용되던 화혜의 한 종류이다. 붉은 색채는 길상과 권위를 상징하며, 궁중 의례의 격식을 드러낸다. 오방색과 앞코의 형태가 만드는 발끝의 조형미는 궁중과 사대부가의 단아함과 기품 있는 움직임을 오늘날까지 전한다.

21일까지 창원 성산아트홀 지하 특별전시실에서 동남권 공예특별전 <장인의 공간>이 열리고 있다. 울산광역시 무형유산 ‘판각장’ 한초 보유자의 작품. /류민기 기자

21일까지 창원 성산아트홀 지하 특별전시실에서 동남권 공예특별전 <장인의 공간>이 열리고 있다. 울산광역시 무형유산 ‘판각장’ 한초 보유자의 작품. /류민기 기자

판각은 나무판 위에 글과 그림을 새겨 찍어내는 전통 인쇄 공예이다. 울산광역시 무형유산 ‘판각장’ 한초 보유자는 칼끝으로 나뭇결을 따라가면서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 새겨진 선들은 조각을 넘어 시간과 정신을 기록하는 또 하나의 언어가 된다.

‘석가삼불도’는 중앙의 석가모니불을 중심으로 좌우에 두 부처를 배치한 삼불 형식의 불화를 목판으로 새긴 작품이다. 아래 단에는 보살과 수호신중이 배치돼 있으며, 화면을 채운 인물과 문양은 칼끝의 흔적을 따라 침묵하던 나무판 위에 불교적 세계관을 되살린다.

21일까지 창원 성산아트홀 지하 특별전시실에서 동남권 공예특별전 <장인의 공간>이 열리고 있다. 경상남도 무형유산 ‘매듭장’ 배순화 보유자의 작품. /류민기 기자

21일까지 창원 성산아트홀 지하 특별전시실에서 동남권 공예특별전 <장인의 공간>이 열리고 있다. 경상남도 무형유산 ‘매듭장’ 배순화 보유자의 작품. /류민기 기자

“기계로 끈을 짜는 거는 할 수 있겠지만, 손으로 매듭짓고 하는 거는 로보트가 천년만년 가도 못하지. 기법이라든지 혼이라든지 그런 것들이 안 들어가 있기 때문에 절대 똑같이 나올 수 없어.”

흩어져 있던 한 가닥 실이 경상남도 무형유산 ‘매듭장’ 배순화 보유자의 손끝에서 중심을 잡고 교차하면서 형태와 질서를 갖춘다. 매듭은 맺고 푸는 순환이자 긴장감 속에서 완성되는 균형의 예술이다.

끈목과 술의 흐름은 전통의 멋과 선의 절제미를 보여준다. 이 중 ‘12사산호호박낙지발삼작노리개’는 조선 왕실과 사대부가의 기품을 담은 장신구이다. 12사 실크 끈목과 산호·호박이 어우러져 낙지발술의 리듬과 화려함을 드러낸다.

전시 공간에 들어서 발걸음을 옮기며 나전을 시작으로 도자·소목·염장·화혜·판각·매듭으로 이어지는 예술 언어를 만나면 장인의 호흡과 시간, 손의 기억을 따라가 볼 수 있다.

관람은 무료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문의 055-225-3652.

21일까지 창원 성산아트홀 지하 특별전시실에서 동남권 공예특별전 <장인의 공간>이 열리고 있다. /류민기 기자

/류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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