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삶, 대신 결정하지 않고 함께해야죠”
50년간 장애인 인권·자립 이끈 광주 ‘실로암사람들’
여성 장애인 모임으로 출발…10월 1~2일 50주년 기념행사
인화학교 사건 진상 규명 앞장…‘카페 홀더’·그룹홈 등 운영
2026년 09월 28일(월) 19:00
지난 7월 실로암사람들 장애인들이 광주북구문화센터에서 열린 ‘장애+人이야기, 예술이 되다’행사에 참여해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실로암사람들 제공>
“장애인의 삶에서 인간의 존엄은 포기할 수 없는 가치입니다. 꿈과 자립, 죽음과 장례에 이르기까지 삶의 모든 과정에서 장애인이 한 사람의 인간으로 존중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광주 지역 사회에서 장애인들을 위한 자립과 인권, 연대의 길을 걸어온 실로암사람들이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실로암사람들의 시작에는 장애 여성들의 만남이 있었다. 변귀숙씨를 비롯한 여성 장애인들이 서로의 삶을 나누며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방법을 찾기 시작했고 1976년 7월 15일 실로암사람들이 창립됐다.
실로암사람들은 광주일보와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생활공간 중심 무장애 지도 제작 및 배리어프리 공간 개선 사업’을 통해 무장애 지도 제작 및 배리어프리 공간 개선 사업도 함께하고 있다.
김용목(63) 실로암사람들 대표는 “실로암사람들은 늘 장애인의 삶이 있는 현장을 중요하게 생각해왔다”며 “장애인을 대신해 무언가를 결정하기보다 당사자가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만들어갈 수 있도록 함께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말했다.
2011년 개봉한 영화 ‘도가니’로 알려진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의 진상 규명과 피해자 지원 과정에서 실로암사람들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영화를 통해 알려지기 전인 2005년 사건 당시부터 피해자 지원과 진상 규명, 재발 방지를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해왔다. 사건 이후 피해 학생들이 가해자와 분리돼 생활할 수 있도록 그룹홈과 공부방을 운영했고 자립을 돕는 ‘카페 홀더’도 운영하고 있다. 카페홀더는 광주교통공사와 광산구청 두 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이외에도 장애인평생교육원과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장애인가정폭력상담소, 피해자보호시설 등을 운영하며 다양한 삶의 현장을 지원하고 있다.
2012년 강원도 원주 사랑의집 사건 당시에는 대책위원회 활동에 참여했으며 세월호 참사와 각종 사회적 재난에 대한 연대도 이어가고 있다.
50년의 세월 동안 장애인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도 달라졌다. 과거 장애인이 보호와 지원의 대상으로 여겨졌다면 이제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고 사회의 주체로 살아가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예전에는 장애인을 도움이나 봉사의 대상으로 생각했다면 지금은 자기 삶을 선택하고 결정하는 주체로 바라보게 됐다는게 가장 큰 변화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장애인의 권리의식은 크게 성장한 반면 이를 뒷받침할 사회적 지원체계는 아직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죠. 우리 사회가 장애인의 삶을 지원하는 구조를 다시 고민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실로암사람들이 50년 동안 지켜온 원칙은 분명하다. 누구나 쉽게 관심을 가질 만한 일이 아니라도 지역사회에 꼭 필요한 일이라면 묵묵히 해내는 것이다.
김 대표는 “잘 드러나고 쉽게 평가받을 수 있는 일보다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일을 해오려고 했다”며 “앞으로도 가장 낮은 곳으로 찾아가 함께하는 실로암의 정신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사단법인 실로암사람들은 50주년을 맞아 오는 10월 1일부터 2일까지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광주 장애인 50년 장애 프라이드, 세상의 빛이 되다’를 주제로 기념행사를 연다. 1층 전시실에서는 10월 1~2일 전시가 진행되며 1일 오후 7시에는 2층 공연장에서 ‘공연-시대를 담은 목소리’가 펼쳐진다.
/김다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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