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8~31,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국립극장 무장애 공연 최초 희극 작품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 국립극장이 무장애 공연으로 셰익스피어 희극을 선보인다. 국립극장은 기획공연 〈당신 좋을 대로〉를 오는 5월 28일부터 31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극 『좋으실 대로(As You Like It)』를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한글 자막·음성 해설·수어 통역 서비스가 제공되는 무장애 공연이다.
▲국립극장 기획공연 〈당신 좋을 대로〉 컨셉 이미지
〈당신 좋을 대로〉는 2021년부터 이어져 온 국립극장 무장애 공연 가운데 처음으로 선보이는 희극이다. 그동안 국립극장 무장애 공연은 음악극 〈합★체〉, 〈공생,원〉, 연극 〈틴에이지 딕〉, 〈맥베스〉, 〈헌치백〉 등 장애 당사자를 중심에 둔 진지한 주제나 공익적 담론을 다룬 정극을 주로 올려왔다. 이번 작품은 원작의 서사와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장애인 배우와 비장애인 배우 각자의 신체적 특성에 맞춘 표현 방식을 살린 코미디로 무장애 공연의 스펙트럼을 넓힌다.
셰익스피어의 『좋으실 대로』는 권력 다툼으로 추방된 공작의 딸 로잘린드가 남장한 채 아르덴 숲으로 도피하고, 여러 인물이 사랑에 빠지며 변화하는 과정을 그린다. 〈당신 좋을 대로〉는 이 이야기를 전하는 유랑극단을 콘셉트로 삼았다. 원작에 없는 해설자가 등장해 장면 간 서사를 보완하고, 유랑극단의 단장으로서 극과 관객을 잇는다.
무대에는 7명의 배우가 오른다. 이들은 극 중 20여 명의 등장인물을 일인다역으로 소화하며, 빠른 역할 전환과 변장을 통해 경쾌한 장면을 만들어낸다. 작품은 배우의 신체적 특징과 언어, 각자의 유머 방식을 장면 구성에 반영해 자연인으로서의 배우, 무대 위 배우, 극 중 캐릭터라는 세 층위가 동시에 드러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올랜도 역은 장애인 배우 최초로 제59회 백상예술대상 연극 부문 연기상을 수상한 하지성이 맡는다. 올랜도는 형의 억압에서 벗어나 연인을 향한 사랑을 지켜내는 인물이다. 로잘린드 역에는 코다(CODA, 청각장애 부모를 둔 청인 자녀) 배우 장혜진이 출연한다. 그는 수어를 모어로 사용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음성언어와 수어를 결합해 인물을 구현한다.
유랑극단의 단장이자 해설자 역은 김범진이 맡는다.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장애인태권도 국가대표 선수로 활동했으며 공연과 방송을 오가고 있는 임지윤은 1인 6역으로 무대에 오른다. 이 밖에도 안창현, 이성수, 지혜연이 출연해 여러 인물을 넘나드는 앙상블을 이룬다.
작품 속 수어는 접근성 보완을 위한 전달 수단에 머물지 않는다. 극 중 수어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배우가 엉뚱한 수어를 표현하면서 오해가 생기고, 수어 통역사가 이를 다시 음성언어로 전달하는 과정에서 웃음이 발생한다. 이번 공연은 일괄 수어 통역 대신 배역별 전담 수어 통역사 4명을 배정해 등장인물의 감정을 보다 세밀하게 전달한다.
▲국립극장 기획공연 〈당신 좋을 대로〉 컨셉 이미지
연출은 극단 양손프로젝트의 박지혜가 맡았다. 박 연출은 〈유령들〉, 판소리 〈눈, 눈, 눈〉, 〈노인과 바다〉, 국립창극단 〈신창극시리즈-시〉, 연극 〈파랑새〉, 〈가까스로 우리〉, 〈죽음과 소녀〉 등 고전과 동시대 희곡, 판소리, 창극을 넘나드는 작업을 이어왔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사랑을 단순한 감정 표현이 아니라 “나는 네가 필요해”, “내가 너를 도울게”라고 말할 수 있는 관계의 상태로 바라본다.
제작 과정에서도 무장애 공연을 위한 여러 시도가 이뤄졌다. 본격적인 창작에 앞서 제작진과 출연진을 대상으로 장애 인식 개선 교육과 신체 워크숍을 진행했고, 장애인과 비장애인 관객 대상 사전 낭독회를 통해 일인다역 구조의 전달력과 소통 방식을 점검했다. 무대에는 배우들이 객석과 무대 사이를 유연하게 오갈 수 있도록 경사로가 보강됐다.
무대디자인은 송지인이 맡아 유럽 유랑극단의 이동식 무대에서 착안한 구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사운드는 일렉트로닉 뮤지션 카입과 폴리 사운드 디자이너 박준오가 협업해 배우가 직접 만들어낸 소리를 활용한다. 의상은 워크웨어 기반의 흰색 계열에 동시대적 소품을 결합해 구성했다.
이번 작품의 창작 과정은 다큐멘터리 감독 이지현이 영상으로 기록하고 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배우가 서로 다른 조건 속에서 각자의 속도와 방식을 맞추며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담은 이 기록은 향후 편집을 거쳐 무장애 공연 제작 사례로 활용될 예정이다.
연극 〈당신 좋을 대로〉는 5월 28일부터 31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평일 공연은 오후 7시 30분, 주말 공연은 오후 3시에 진행된다. 관람료는 R석 4만 원, S석 3만 원이다. 예매는 국립극장 홈페이지와 전화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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