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클레임 잡채기 칼럼. 캘리그라피 박준우 작가.
[뉴스클레임]
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한 일본에 가장 먼저 닥친 것은 혹독한 식량난이었다.
중늙은이까지 전장으로 몰아넣는 바람에 농사를 지을 사람도 없었다. 그 바람에 쌀은 돈을 주고도 구하기 어려웠다.
암시장에서는 주먹밥 3개가 10엔이었다. 고구마는 5개가 5엔이었다.
생필품값은 말할 것도 없었다. 신발 한 켤레에 100엔이나 되었다.
일자리도 구하기 어려웠다. 어렵게 구해도 30대 노동자의 월급은 200엔에 불과했다. 한끼에 주먹밥 1개로 버틴다고 해도 200엔의 박봉으로는 20일이 한계였다. 나머지 10일은 굶어야 했을 정도다.
그 월급으로 가족까지 부양해야 했다. 먹고살 재간이 아득했다.
기업들도 극심한 불황이었다. 대규모 감원이 잇따랐고, 노동자들은 파업으로 맞섰다.
일본전기(NEC)의 경우 2만7000명의 노동자 가운데 1만2000명을 해고했다. 노동자들은 1947년 180일, 다음 해에는 106일의 ‘장기파업’으로 저항했다. 마쓰시타전기에서는 노동자의 ‘쥐꼬리 월급’을 회사가 빌려서 쓰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 와중에도 일본의 파업에는 특징이 있었다. 미국의 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1887∼1948)는 저서 '국화와 칼'에 이렇게 소개했다. 저서 마지막 부분 ‘항복 후의 일본인’이다.
“미쓰이 계열의 탄광 노동자들은 파업을 하면서 경영을 담당하는 직원을 죄다 갱내에 가둬버렸다. 그들은 그러면서도 작업을 계속, 하루 생산량을 200톤에서 620톤으로 늘렸다. 아시오 동광(銅鑛) 노동자들도 파업을 했지만 그들 역시 파업 중에도 작업을 했다. 생산량을 증대시켜 자기들의 임금을 두 배로 올렸다.…”
이랬었다. 일본 노동자들은 파업을 하면서도 일을 더 많이 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임금까지 더 받고 있었다.
베네딕트는 “공장을 점거하여 계속 일을 해서 생산량을 증대시킴으로써 경영자의 체면을 떨어뜨리는 방식”이라고 했다. 파업을 하더라도 자기들의 직장을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세계는 그런 일본의 노사 관계를 연구하기도 했다.
대한민국의 ‘대기업 노조’는 대조적이다. 파업에 따른 ‘회사의 손해’를 압박하고 있다.
23일 ‘궐기대회’를 예고한 삼성전자 노조는 5월 21일부터 18일 동안 총파업을 강행하겠다고 했다. 그럴 경우, 20조∼30조 원 규모의 회사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회사 측은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는 소식이다. SK하이닉스와 현대자동차 노조도 성과급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외국 언론도 주시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가뜩이나 긴박하게 돌아가는 세계 반도체 공급망에 ‘병목현상’을 일으킬 것”이라고 했다. 세계가 골탕먹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회사는 당연히 타격일 수밖에 없다. 블룸버그통신은 “글로벌 AI 패권 다툼이 절정에 달한 시점에 발생하는 심각한 차질”이라고 했다.
대기업들은 연봉이 ‘억’이라고 했다. 고액연봉을 받으면서 파업하는 것은 국민 정서와도 어긋날 수 있다. ‘쉬었음’ 청년이 수십만 명이라는 보도다. 일자리를 요구하는 ‘궐기대회’는 이들이 해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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