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1일, 민선 9기가 출범한다. 6·3 지방선거 당선인은 선거 이후 스무 날 남짓 인수위원회를 거치며 오늘을 준비했다. 그러나 인수위 곳곳에서 들려온 소식은 반갑지만은 않았다. 충청남도는 빚 2조 원에 올해 지출해야 할 재정이 1조 원 부족하다고 했다. 세종특별자치시는 모라토리엄(채무지불유예: 자치단체 권한 밖이라 불가능하다) 상황 아니냐는 보도가 나왔고, 경기도는 부족 재원이 7조 원이라며 보통교부세 지원을 요청했다. 전주는 재정부담이 1천억 원에 육박했다며 인수위가 비상체제를 가동했다.
들려오는 자치단체 반응도 제각각이다. 어떤 곳은 당선인에게 임금성 경비를 깎아야 추경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협박성 읍소를 한다. 어떤 과장은 100가지 재원 마련 방안을 제시해도 “그건 다 안 되고, 우리 자치단체는 돈이 없습니다”라는 말만 되풀이한다. 물론 적극적인 대응도 있다. 올해 1월 예산과에 와 빈 통장을 받아 든 한 과장(예산은 전년도 말에 편성된다)은 “가능한 방안을 찾아보자”며 밤새 지출 구조조정 목록을 만들어 논의 테이블에 올렸다. 가용재원이 없다던 또 어떤 곳에선 논의 과정에서 만들어지 경우도 있었다. 구전 과정에서 와전됐을 수도 있지만, 그냥 웃고 넘기기엔 씁쓸한 구석이 있다.
지방재정 상황이 녹록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코로나19 이후 부동산 경기 호황은 반짝 스쳐 지나갔고, 2023년 이후 경기하강 국면이 이어졌다. 원자재 가격과 금리는 올랐고 부동산 거래는 줄었다. 2024년부터 반도체 수출 회복 소식이 들렸지만 지방재정을 따뜻하게 데우기에는 충분하지 않았다. 올해 초 미·이란 전쟁까지 겹치며 자치단체는 사면초가에 놓였다.
그렇다고 임기 첫날 빈 통장을 받아 든 단체장에게 남 탓이나 하자는 것은 아니다. “축하합니다”보다 “돈이 없습니다”라는 말을 먼저 듣게 된 상황에서도 해법을 만드는 것이 단체장이고, 그것이 정치다. 경제학자 슘페터는 공공재정이 사회, 특히 정치생활을 들여다보는 가장 좋은 출발점이라고 했다. 예산은 숫자의 장부가 아니라 정치의 민낯이다.
돈이 없다는 말에 당황할 필요는 없다. 돈은 있다. 문제는 가져다주는 ‘빈 통장’만 보지 말고 ‘묶인 돈’을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일반회계, 특별회계, 기금에 예치금이라는 이름으로, 계속비와 이월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묶인 돈은 여유재원의 다른 얼굴일 수 있다. 효용을 다한 사업을 일몰하고 신규 재원을 만드는 것도 묶인 돈을 찾는 방법이다. 우리 자치단체의 재정 체질을 알고, 어디에 얼마가 묶여 있는지 보여주는 ‘가용재원 지도’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
지방재정의 차이는 단순히 곳간 크기에서 나오지 않는다. 같은 재정난 속에서도 어떤 조직은 밤새 대안을 만들고, 어떤 조직은 핑계를 만든다. 그 조직을 움직이고 경영하는 일이 정치이며, 리더인 단체장 역할이다. 예산부서가 “안 됩니다”를 반복하는 조직으로 남을지, “이렇게 바꾸면 가능합니다”를 제시하는 전략부서가 될지는 단체장 의지와 리더십에 달려 있다.
한 달 전 지방선거는 공약 경쟁으로 치러졌다. 그러나 취임한 오늘 이후부터는 조용하고 치열한 재원 경쟁이 시작된다. 재정위기에서 시작하는 민선 9기의 성패는 공약을 얼마나 많이 발표했느냐가 아니라 어떤 공약을 우선하고 무엇을 구조조정할지 결정하는 데 달려 있다. 줄일 것을 줄이지 못하고, 미룰 것을 미루지 못하고, 평가할 것을 평가하지 못한 결과는 “돈이 없다”는 말과 ‘빈 통장’으로 돌아온다.
김유리 나라살림연구소 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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