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표·오뚜기·하림 등 창업주 중심 지배구조 영향
경영권 안정 장치로 활용되는 사례가 적지 않아
샘표는 발행주식의 29.9%를 자사주로 보유하고 있다. 사진은 샘표 본사 전경. 사진=샘표
자사주 소각 논의가 확산되는 가운데 자기주식 비율이 높은 식품기업들이 소각에 나서지 않고 있어 그 배경에 시선이 모인다. 업계에서는 창업주 중심 지배구조가 강한 식품기업 특성상 자사주가 경영권 안정 장치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3차 상법 개정안이 지난달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 상법은 자사주 취득 후 1년 내 소각을 원칙으로 하고 기존 보유 자사주도 법 시행일로부터 최대 1년 6개월 내 처리 방향을 결정하도록 했다. 계속 보유하려면 임직원 보상 등 인정된 사유 아래 이사회 전원의 서명을 거친 보유·처분 계획을 수립해 주주총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에 롯데지주는 지난 9일 보통주 자기주식 524만5461주를 소각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소각 예정 금액은 6일 종가(3만1700원) 기준 약 1662억8111만원이다. 소각이 완료되면 자사주 비중은 27.5%(2890만 주)에서 22.5%(2365만4539주)로 낮아진다. 소각 예정일은 오는 31일이다.
아울러 롯데웰푸드는 발행주식의 약 1%에 해당하는 자기주식 10만 주를 소각한다. 감자 기준일은 다음달 21일이다. 기존 자사주 규모가 크지 않았지만,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취득한 물량을 정리하고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SK㈜도 최근 각각 수조 원 규모의 보유 자사주 소각을 결정하는 등 기업들의 주주환원 정책이 확대되는 흐름이다.
이처럼 주요 기업들이 잇달아 자사주 처분에 나서는 가운데 자사주 비중이 높은 일부 식품기업들은 여전히 관망하는 분위기다.
샘표는 발행주식의 29.9%를 자사주로 보유하고 있다. 오뚜기(14.8%), 하림지주(13.16%), 국순당(11.9%) 등도 발행주식의 10% 이상을 자사주로 보유한 기업으로 꼽힌다. 다만 이들 기업 가운데 현재까지 자사주 소각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힌 사례는 확인되지 않는다.
이들 식품기업들이 자사주 소각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배경에는 지배구조 특성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샘표와 오뚜기, 국순당, 하림지주 등은 창업주 일가가 주요 지분을 보유한 기업으로 꼽힌다. 샘표는 박진선 대표가 최대주주로 34.05%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오뚜기는 함영준 회장 일가가 41.4% 지분을 가지고 있다.
국순당 역시 창업주 배중호 회장 오너일가가 42.8% 지분을 보유한 창업주 중심 지배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하림지주도 김홍국 회장이 최대주주(21.1%)로 창업주 중심 지배구조가 유지되고 있다.
이 같은 구조에서는 자사주가 경영권 안정 장치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자사주는 원래 의결권이 없지만, 경영권 분쟁 등 유사시 우호적인 제3자에게 매각하면 해당 주식에 의결권이 생겨 우호 지분을 확보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샘표와 오뚜기, 국순당 등은 주주환원 정책으로 자사주 소각보다는 현금배당 중심의 주주환원 정책을 유지해 왔다. 이는 자사주를 전략적 자산으로 보유하면서 향후 경영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법 시행 이후 최대 1년 6개월의 유예기간이 주어지는 만큼 기업들이 자사주 처리 방향을 두고 대응 전략을 신중히 검토하는 분위기다. 다만 상법 개정으로 자사주 소각 또는 처분 여부를 일정 기간 내 결정해야 하는 만큼 향후 대응 전략에도 변화가 나타날지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식품업계는 창업주 중심 지배구조가 강한 기업이 많아 자사주를 전략 자산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며 "다만 상법 개정으로 자사주 처리 방향을 결정해야 하는 만큼 향후 대응 전략에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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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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