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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자본시장 분쟁사례] 반도체 호황 초과이익,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

미국 테크가업의 사례 산업의 초호황 과실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는 미국 테크 산업에서도 큰 이슈다. 실리콘밸리는 겉으로는 주주자본주의의 상징이지만, 초과이익 배분을 상당 부분 계약과 제도 안에 넣었다. 구글...

[자본시장 분쟁사례] 반도체 호황 초과이익,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

송태원 법무법인 해광 변호사

성과급·배당·자사주 보상이 만드는 새 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AI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2026년 1분기 영업이익 57조 2,328억 원(DS부문 약 53.7조 원), SK하이닉스는  37조 6,103억 원을 기록했다. 두 회사의 연간 영업이익 합산이 500조 원에 육박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 정도면 “성과급 몇 달 치냐”를 넘어 “이 초과이익은 누구 몫이냐”는 질문이 불가피하다.

법적으로 이익의 최종 귀속자는 주주다. 상법은 이익을 유보·준비금으로 처리한 뒤 남는 부분에 대한 이익배당청구권을 주주에게 인정한다. 그러나 현대 대기업의 이익은 자본 제공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장기 연구개발, 숙련된 노동, 협력업체, 국가 인프라와 교육·조세·외교 정책까지 결합해 만들어진 결과다. 이런 구조에서 초과이익이 생기면 주주, 근로자, 경영진, 국가, 지역사회 모두가 “내 몫”을 주장한다.

배경에는 주주자본주의와 이해관계자자본주의 간 긴장이 있다. 주주자본주의는 경영진의 책무를 주주가치 극대화에 두고, 이해관계자자본주의는 기업을 여러 이해관계자가 함께 만든 제도로 본다. 지금 필요한 질문은 어느 이념이 더 옳으냐가 아니라, 어떤 모델이 초과이익 국면에서 분쟁을 줄이고 장기 경쟁력과 법적 정당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느냐다.

미국 테크가업의 사례

산업의 초호황 과실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는 미국 테크 산업에서도 큰 이슈다. 실리콘밸리는 겉으로는 주주자본주의의 상징이지만, 초과이익 배분을 상당 부분 계약과 제도 안에 넣었다. 구글·애플·메타·아마존은 성과급 상당 부분을 현금이 아닌 주식 기반 보상으로 지급해 회사 가치 상승의 과실을 노동과 공유한다. 애플은 핵심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 수십만 달러 규모 주식 보너스를 제공했고, 메타는 AI 투자 부담 속에서도 상위 고성과자에 대한 차등 보상을 유지했다. 아마존은 장기 고성과자에게 급여 상한을 넘는 인상 여지를 열어둔 새로운 체계를 도입했다.

중요한 것은 선의가 아니라 계약이라는 점이다. 구글·메타는 10여 년간 직원 주식보상을 위해 대규모 신주를 발행해 주식을 두 자릿수 비율로 희석시켰고, 이를 상쇄하려 자사주 매입을 병행했다. 주주에서 직원으로 가치가 이동하는 과정이 이사회·보상위원회·주주총회 절차 속에서 설계되고 공시된다. 초과이익을 두고 “얼마를 줄까”보다 “어떤 조건에서 어떻게 나눌까”를 먼저 정한 셈이다.

한국 반도체 업계에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난다.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의 10%를 직원 성과급으로 배분하기로 했고, 삼성전자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삼자고 요구했다. 액수에 대한 논란을 떠나, “호황 때마다 뒷북 협상”에서 “영업이익의 몇 퍼센트를 나눈다”는 룰로 옮겨간 것이다. 반도체처럼 경기 변동이 큰 산업에서 불황기 손실은 회사와 주주가 감당하고 호황기 과실만 매번 재협상하는 구조는 오래가기 어렵다. 동시에 호황기 이익 대부분을 배당과 자사주 매입으로만 돌리는 것도 인재 경쟁이 치열한 산업에서는 위험하다.

자사주 보상, 희석은 막고 비용은 현금에서

이 지점에서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실무적 질문이 있다. “그렇다면 주식보상을 신주발행이 아니라 자사주로 하면 되지 않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반도체·대기업이 이 방식을 고민한다. 신주발행은 기존 주주의 지분과 주당순이익을 희석시킨다. 미국 빅테크의 주식보상은 지난 10년간 발행주식 수를 크게 늘려 기존 주주의 몫을 줄여 왔다.

자사주 활용 방식의 구조는 다르다. 이미 발행된 주식을 시장에서 매입해 자기주식으로 보유했다가, 이를 직원에게 성과보상으로 넘기는 방식이다. 발행주식총수는 그대로라 기존 주주의 지분 비율은 유지된다. 대신 자사주 매입에 투입한 현금만큼 배당·설비투자·R&D에 쓸 재원이 줄어든다. 희석을 막는 대신 비용이 “현금 유출”과 “미래 투자 여력 감소”로 나타나는 셈이다.

법적 제약도 뚜렷하다. 상법은 자기주식 취득을 허용하되, 직전 결산기 기준 배당가능이익 범위 내로 제한한다. 적자거나 배당여력이 부족한 기업은 자사주를 대규모로 매입해 보상 재원으로 쓰기 어렵다. 반대로 신주발행 방식의 스톡옵션은 이런 제약이 없어 초기·적자 기업이 활용하기 용이하다. 최근에는 자사주를 일정 기간 내 소각하도록 하고, 임직원 보상·우리사주·법령상 의무 이행 등 명확한 목적이 있을 때만 예외를 인정하는 방향의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초과이익이 큰 반도체 기업에게 자사주 보상은 유력한 카드다. 삼성전자는 임원 초과이익 성과급 상당 부분을 자사주로 지급하고 일정 기간 매도를 제한하는 제도를 도입했고, SK하이닉스는 초과이익분배금을 현금 대신 자사주로 받을 수 있는 선택권을 직원에게 준다. 현대차·네이버·한화 등도 RS·RSU 형태 자사주 보상을 확대하고 있다. 요약하면, 자사주 보상은 주주 희석을 막고 주가 지지와 책임경영 이미지를 얻는 대신, 배당가능이익 한도·현금 유출·소각 의무 강화라는 비용을 동반하는 수단이다.

횡재세보다 먼저 룰이 필요하다

남은 축은 국가와 지역사회의 몫이다. 초과이익이 AI 붐, 지정학, 보조금 정책 같은 외부 요인 덕분이라면 사회 환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유럽연합은 에너지 가격 급등기에 연대기여금 형태의 횡재세를 도입해 과거 평균을 웃도는 초과이익에 추가 세금을 부과했고, 일부 국가는 두 번째 횡재세를 요구한다. 한국에서도 정유업계에 비슷한 논의가 있었고, 최근 반도체 초과이윤을 두고도 “주주 대 정규직” 이분법을 넘자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횡재세는 양날의 검이다. 초과이익의 기준을 어디에 둘지, 외생적 호재와 기업 고유의 혁신 성과를 어떻게 구분할지, 과거 적자와 누적 투자비용을 어떻게 반영할지가 불명확하면 조세는 곧 정치적 징벌로 비칠 수 있다. 투자 결정의 전제인 예측 가능성을 해치면, 결국 산업과 고용에 부담이 돌아온다.

결국 초과이익 배분은 “누가 더 많이 가져가야 하는가”보다 “어떤 순서와 원칙으로 나눌 때 다음 호황에도 이 기업과 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가”의 문제다. 성과급·배당·자사주 보상·사회 환원을 한 테이블에 올리고, 평시의 룰을 만드는 작업이 지금 필요한 이유다. 반도체 초호황은 돈의 문제가 아니라 규칙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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