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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임신한 배 드러내자 “가짜 배 아니야?”···앤 해서웨이도 피하지 못한 ‘외모 품평 악플’ [이윤정 기자의 소소월드]

“진짜 배 맞아?” 미국 배우 앤 해서웨이가 최근 임신한 배를 드러낸 레드카펫 패션으로 악플 세례를 받았다. 임신한 여성의 패션에 훈수를 두는 것을 넘어 임신이 진짜인지 의심하는 댓글까지 달렸다. 얼핏 황당한 온라인 악플처럼 보이지만, 여성의 몸을 향한 이런 시선은 사실 낯설지 않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뱅크에서 지난 9일(현지시간) 열린 영화 <디 엔드 오브 오크 스트리트(The End of Oak Street)> 시사회에 참석한 앤 해서웨이가 임신한 배가 드러나는 의상을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진짜 배 맞아?” 미국 배우 앤 해서웨이가 최근 임신한 배를 드러낸 레드카펫 패션으로 악플 세례를 받았다. 임신한 여성의 패션에 훈수를 두는 것을 넘어 임신이 진짜인지 의심하는 댓글까지 달렸다. 얼핏 황당한 온라인 악플처럼 보이지만, 여성의 몸을 향한 이런 시선은 사실 낯설지 않다.

여성의 몸은 생애 내내 타인의 평가와 검증 대상이 된다. 어릴 때부터 외모를 평가받고, 임신한 뒤에도 몸의 변화와 옷차림에 대해 품평을 당한다. 심지어 출산 뒤에는 언제 ‘원래 몸’을 되찾을지까지 관심의 대상이 된다.

미국 톱스타인 앤 해서웨이조차 이런 시선을 피하지 못했다. CNN은 최근 해서웨이의 임신 패션을 둘러싼 온라인 악플을 조명하며, 임신한 여성의 몸 역시 여전히 대중의 평가와 검증 대상이 되고 있는 현실을 짚었다.

논란은 지난 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뱅크에서 열린 영화 <디 엔드 오브 오크 스트리트(The End of Oak Street)> 시사회에서 시작됐다. 올해 43세인 해서웨이는 지난 6월 셋째 임신 사실을 공개한 뒤 이날 처음으로 임신한 배를 드러낸 레드카펫 패션을 선보였다.

미국 럭셔리 패션 브랜드 디자이너 프라발 구룽이 맞춤 제작한 하늘색 하이넥 상의는 앞부분은 짧고 뒤로 갈수록 길게 늘어지는 디자인이었다. 앞부분이 짧은 상의 아래로는 배가 드러났고, 하의는 로우라이즈 청바지를 매치했다. CNN에 따르면 이 청바지는 임부복이 아닌 미국 여성복 브랜드 라 리뉴(La Ligne) 제품이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뱅크에서 지난 9일(현지시간) 열린 영화 <디 엔드 오브 오크 스트리트(The End of Oak Street)> 시사회에 참석한 앤 해서웨이가 임신한 배가 드러나는 의상을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일부 이용자들은 옷이 어울리지 않는다거나 스타일링이 실패했다는 평가를 내놨다. 그런데 일부 반응은 단순한 패션 호불호를 넘어섰다. 몇몇 누리꾼들은 “배가 이상하게 보인다”, “임신한 배가 아닌 것 같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아예 “가짜 임신 배를 착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CNN은 이 반응을 특히 기이한 사례로 짚었다. 임신은 여성에게 가장 취약할 수 있는 시기 중 하나인데도, 사람들은 그 여성의 외모를 판단하는 데 그치지 않고 몸 자체를 검증하려 한다는 것이다. CNN은 한때 18세기 영국에서 패션용 가짜 임신 배를 만들어 옷 안에 넣어 입는 일이 있었다는 역사까지 언급하며, 2026년에 실제 임신한 배우에게 이런 의심이 쏟아진 현실을 꼬집었다.

해서웨이는 이러한 의심에 유머러스하게 답했다. 이후 미국 ABC의 심야 토크쇼 <지미 키멀 라이브!> 녹화를 위해 외출하면서 다시 배를 드러내는 옷을 입었다. 검패션 브랜드 라인(Lein)의은색 러플 장식이 흘러내리는 상의였다. 이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레드카펫 준비 과정을 담은 영상을 올리며 “가짜 머리카락, 진짜 배(Fake hair, real bump)”라고 썼다. 가발이나 헤어피스는 가짜지만 임신한 배는 진짜라는 뜻이다. 황당한 의혹에 농담으로 받아친 셈이다.

CNN은 이번 일을 단순한 연예인 악플 사건으로 보지 않았다. 여성의 임신 패션을 둘러싼 변화와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CNN은 이번 논란을 설명하면서 ‘리한나 이후의 세계’라는 표현을 썼다. 임신한 여성은 배를 감추는 옷을 입어야 한다는 기존의 기대가 리한나를 계기로 크게 달라졌다는 의미다.

앤 해서웨이 SNS 갈무리

변화의 상징이 된 것은 2022년 첫 임신 당시 리한나의 파격적인 패션이었다. 그는 임신 사실을 공개한 뒤 배를 드러낸 샤넬 패딩 차림으로 등장했고, 같은 해 미국판 보그 표지에서는 붉은색 레이스 보디수트와 하이힐을 선보였다. 파리 패션위크에서도 짧은 상의와 시스루 레이스 드레스 등 임신 전에도 입었을 법한 옷을 선택했다.

리한나는 당시 보그 인터뷰에서 “임부복 코너에서 옷을 살 생각이 없다”며, 몸이 변한다고 해서 자신의 스타일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후 2023년 둘째 임신을 슈퍼볼 무대에서 공개하고, 2025년 셋째 임신 역시 메트 갈라 레드카펫에서 드러내면서 임신한 몸을 숨기지 않는 패션을 자신의 스타일로 이어갔다.

CNN은 리한나 이후 미국 패션계에 임신한 몸을 드러내는 움직임이 이어졌다고 소개했다. 2022년 칸 영화제에서 몸에 밀착되는 드레스의 절개 사이로 임신한 배를 드러낸 모델 아드리아나 리마, 2023년 영화 <컬러 퍼플> 시사회에서 임신한 배를 금박 장식으로 꾸민 가수 시아라, 같은 해 보그 월드에서 부풀어 오른 배를 강조한 의상을 입고 임신 사실을 알린 배우 시에나 밀러 등을 사례로 들었다. 임신한 여성의 배를 감추는 대신 오히려 의상의 중심에 놓고 드러내는 패션이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CNN은 이를 ‘베이비 범프(baby bump·임신으로 불러온 배)’가 레드카펫의 일부가 된 현상으로 설명했다.

임신부의 패션 소비 방식도 달라졌다. 이런 변화는 쇼핑 데이터에서도 확인된다. 글로벌 패션 플랫폼 리스트(Lyst)에 따르면, 2024년 임부복 검색량은 전년보다 45% 줄었다. 임부용 청바지는 30%, 임부용 원피스는 53% 감소했다. CNN은 이러한 트렌드는 임신부들이 별도의 임부복을 찾기보다 자신의 평소 취향을 유지하면서 평소 입던 옷으로 임신한 몸을 표현하려는 흐름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성의 몸을 바라보는 이중잣대는 변하지 않았다. CNN은 해서웨이의 사례를 두고 “임신한 여성이 자신의 취향과 정체성에 맞게 옷을 입는 흐름이 자리 잡았다고 해도, 정작 배를 드러내는 순간 그 몸은 다시 대중의 평가 대상이 됐다”고 지적했다. 임신한 몸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는 조금씩 자유로워지고 있지만, 그 몸을 바라보는 방식은 아직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영문번역(English Transl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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