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택 공급 후보지로 산업부지 지정하자 고양·하남 등 반발
산업·고용 기반 확충 기회 줄고 교통 등 기반시설 부담만 늘어나
‘애초 산업용지 과다’ 지적 속 “지자체 교부금 확대 필요” 조언도
지난 3일 경기 고양특례시청 앞에는 ‘일자리 확정이 우선’ ‘대곡 주택 공급 백지화하라’는 근조화환 수십개가 배달됐다. 일부 시민들이 고양대곡지식융합지구에 지난 9월 9400가구 규모 공공주택지구가 지정된 데 이어 지난달 또 4000가구 공급 계획이 추가되자 항의를 한 것이다.
4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수도권 지방자치단체가 기업을 유치해 지역 일자리를 창출하려고 점찍어둔 부지가 줄줄이 정부 주택 공급 후보지가 되면서 ‘베드타운’을 양산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역의 산업·고용 기반을 확충할 기회가 줄어드는 반면, 주택 공급에 따른 교통 등 기반시설 부담은 커질 수 있어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29일 경기 6곳에 7만6700가구 신규 택지 후보지를 발표한 뒤 해당 지역에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반발하는 경우도 있다. 의정부시는 제약·바이오 관련 시설 조성을 추진했던 주한미군 반환부지 ‘캠프 잭슨’ 일대에 2600가구 공급 계획이 나오자, 주거뿐만 아니라 산업도 함께 개발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K컬처 복합단지’를 세우려고 했던 미사섬 인근에 1만2000가구 공급 계획이 나온 하남시도 마찬가지다. 공연장과 기업을 유치하겠다고 했는데 갑자기 주거지역으로 바뀌자 지자체와 하남 시민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나왔다.
이 같은 지자체·주민의 반발엔 ‘일자리는 서울에 있고, 경기는 집만 있는 베드타운이냐’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특히 신도시를 개발하면서 나중에 업무·상업용으로 남겨둔 땅까지 주택 공급지로 바뀌는 일이 최근까지 되풀이되자 반발이 더 커지는 모양새다.
지난해 ‘9·7대책’에서 수도권 공공개발지구 내 상업 등 비주택용지를 주택용지로 전환해 1만5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한 것을 올해 ‘8·13대책’에서 3만가구로 2배로 늘린 것이 대표적이다.
나아가 국토부는 수도권에서만 신도시 6개 규모인 1950만㎡ 땅에서 이렇게 택지로 전환 가능한 후보지를 더 찾고 있다.
장기적으로 지역 일자리 창출 가능성이 아예 사라지는 동시에 더욱 큰 문제는 지자체의 교통 등 기반시설 확충 부담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지난 8월 비주택용지의 체계적 택지 전환을 위해 공공주택특별법을 개정했지만, 전환 시 개발 이익을 해당 지역의 기반시설에 재투자한다는 조항은 최종적으로 빠지며 지자체 협조를 이끌어낼 수단도 약해진 상황이다.
주민 반발이 커지면 사업 진행이 늦어질 수밖에 없어 해당 지자체에 추가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각에선 애초 산업용지를 과다하게 확보해 생긴 결과란 지적도 있다.
토지주택연구원 분석 결과를 보면, 판교·동탄 등 2기 신도시에선 6.7%였던 업무 등 도시지원시설용지가 3기 신도시 계획에선 15% 이상으로 늘었다. 이런 용지의 미매각률은 2기 신도시에서 이미 문제가 됐다.
경기 양주 옥정·회천 신도시에선 개발 계획이 나온 지 15년 넘은 2020년 말까지도 미매각률이 60~80%다. 산업용지 비중이 2배 이상 늘어난 3기 신도시에서도 장기 미매각 문제가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입지를 철저히 검증하지 않고 용지부터 확보하다 보니, 지자체가 사업 계획을 세웠으나 사업성 부족으로 무산된 적도 있다. 이번에 1만4600가구 공급 계획이 나온 구리 건원지구도 원래 ‘구리 E-커머스 신성장 첨단도시 조성사업’을 추진했으나 예비타당성조사에서 두 차례 탈락했다.
권대중 한성대 부동산학과 석좌교수는 이날 “집값이 급격히 오르는 상황에서 주거용 부지를 따로 마련할 여유를 갖지 못하고, 급하게 미래 먹거리인 산업용 부지를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기반시설 설치 부담을 완화하도록 교부금 지원 확대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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