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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일상이 된 대만의 방재 교육…재난 대비 가장 빠른 지름길[재난 그 후…희망을 찾아]

대만은 지리적 특성상 환태평양 조산대와 태풍 통과 경로에 있어 태풍과 홍수, 산사태 등 자연 재난이 끊이지 않는 곳입니다. ‘국가 전체 면적과 인구의 70% 이상이 3가지 이상 자연 재해에 노출되어 있다’는 대만 지방자치단체의 자료만 봐도 그 위험성이 얼마나 큰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일상이 된 대만의 방재 교육…재난 대비 가장 빠른 지름길[재난 그 후…희망을 찾아]

(4) 재난을 막는 방재 교육

921대지진 이후 관련 법률 다듬어

정부 차원 종합 방재 시스템 구축

대만 국가 방재의 날 제정, 훈련

실제 상황 가정한 체계적인 교육

세계서도 손꼽히는 방재·교육 구축

대만은 지리적 특성상 환태평양 조산대와 태풍 통과 경로에 있어 태풍과 홍수, 산사태 등 자연 재난이 끊이지 않는 곳입니다. ‘국가 전체 면적과 인구의 70% 이상이 3가지 이상 자연 재해에 노출되어 있다’는 대만 지방자치단체의 자료만 봐도 그 위험성이 얼마나 큰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수많은 대형 재난을 겪은 대만은 어떻게 재난을 대비하고 있을까요?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방재·교육 시스템을 구축한 대만을 들여다 봤습니다. 921대지진 교훈을 지혜로 바꿔 자연 재난에 맞서고 있었습니다.

쉬원로우 홍보담당이 921지진교육원구에 전시된 건축물의 내진 설계와 철근 구조를 보여주는 전시물을 설명하고 있다. 대만에서는 921대지진 이후 내진 설계가 의무화 됐다. /김태섭 기자

대만 ‘재난 예방 및 보호법(DPPA)’

‘재난 예방 및 보호법(Disaster Prevention and Protection Act, DPPA)’은 대만의 재난 관리 체계 근간이 되는 기본 법률입니다. 1999년 921대지진 이후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방재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2000년 7월에 제정했습니다. 이 법은 국민의 재산과 생명, 국토를 보호하고자 재난 예방, 응급 대처, 복구와 재건에 이르는 전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2000년 제정 이후 변화하는 재난 환경에 맞춰 여러 차례 개정을 거치며 지금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 법은 대만 중앙정부의 국가 기본 계획을 비롯해 각 행정기관이 이행해야 할 실무 계획, 지방자치단체가 지역별 지리적 특성(산간지역, 해안가 등)에 맞춰 수립하는 맞춤형 대피·대응 계획을 아우르고 있습니다. 특히 중앙정부 컨트롤타워와 각 부처, 지방자치단체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지휘·통제 구조를 확립해 재난 대응의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건축물 내진 설계를 의무화하는 한편, 학교나 병원, 공공청사 등의 시설에 정기적인 안전 진단과 내진 성능 평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법에서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일상화된 방재 교육과 훈련입니다. 대만은 전국 학교와 직장에서 지진과 태풍 등 자연 재난에 대비한 교육과 훈련을 의무적으로 시행하도록 법적 구속력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교육과 훈련이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법적 상시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어릴 때부터 학교 현장과 직장에서 반복적인 실전 대피 훈련을 몸으로 익혀, 사회 구성원 전체가 언제 닥칠지 모르는 재난에 상시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습니다. 그 결과 대규모 지진이나 태풍 같은 자연 재난 앞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는 튼튼한 사회적 안전망을 확보하고 있었습니다.

2024년 대만 국가 방재의 날 기자회견 모습. 대만 정부는 921대지진이 발생한 지 정확히 1년이 된 2000년, 9월 21일을 ‘국가 방재의 날’로 공식 제정했다. /대만 내무부 누리집 갈무리

일상이 된 안전, 대만의 ‘국가 방재의 날’

타이중 시내에서 만난 린즈하오(40) 씨는 “휴대전화로 상황이 전파되고, 사방에서 사이렌이 울리면 자연스럽게 머리를 숙이고 몸을 피하게 된다”며 국가 방재의 날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지진이 잦은 대만의 특성상 꼭 필요한 훈련이라는 이야기와 함께, 국민도 정부 방침에 따라 적극적으로 훈련에 동참한다는 의견도 덧붙였습니다. 린정슝(68) 씨 역시 “921대지진의 참상을 생생하게 기억하는 세대에게 이날은 단순한 훈련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921대지진 당시 슬픔과 교훈을 잊지 않기 위해서라도 온 국민이 훈련에 참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해마다 9월 21일 오전 9시 21분이 되면 대만 전역의 휴대전화로 실제 재난 상황을 가정한 긴급 경보 문자가 동시에 울려 퍼집니다. 경보음과 함께 전국의 학교, 공공기관, 그리고 거리를 걷던 시민들까지 즉시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엎드리기, 가리기, 붙잡기(Drop, Cover, Hold on)’라는 지진 대피 3대 수칙을 몸소 실행에 옮깁니다. 이와 동시에 가상의 대형 지진 시나리오에 발맞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민간 구호대가 유기적으로 연계된 복합 재난 구호 훈련을 대규모로 펼칩니다.

대만 정부는 921대지진이 발생한 지 정확히 1년이 된 2000년, 9월 21일을 ‘국가 방재의 날’로 공식 제정했습니다. 이날 진행하는 훈련은 철저히 실제 상황을 가정해 일상과 실전을 구분하지 않고 생활 속에서 이루어지도록 운영하고 있습니다.

최근 훈련은 더욱 입체적이고 현대적인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재난 발생 직후 공공 구조 손길이 즉각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역사회 중심의 응급 대응 조직(T-CERT)과 민간 방재 자원봉사자 양성에 온 힘을 쏟고 있습니다. 또한,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술을 접목해 실시간 재난 상황을 예측하고 시뮬레이션하는 스마트 방재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국외 수색구조대와의 국제 합동 훈련을 정례화하는 등 글로벌 공조 체계도 한층 더 단단하게 다지고 있습니다. 과거 재난으로 참혹했던 상황을 철저한 사전 대비와 전 국민적 연대로 정면 돌파하고 있는 것입니다.

921지진교육원구에 설치된 내진 설계 체험시설. 방문객 누구나 내진 설계의 중요성을 알 수 있도록 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김태섭 기자

921지진교육원구에 전시된 재난 가방.재난 시 생존과 대피를 위해 필요한 다양한 물품을 체계적으로 분류해 전시하고 있다. /김태섭 기자

미래를 지키는 대만의 학교 방재교육

대만 정부와 사회는 수많은 대형 재난을 겪으며 대응 핵심이 사전 예방과 교육에 있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래를 이끌어갈 아이들이 극한의 재난 환경에서 생존하고 공동체를 지켜낼 수 있도록 학교 중심의 방재교육 체계를 국가적 차원에서 강력하게 다져왔습니다. 그래서 대만 학교 방재교육은 철저한 법제화, 정규 교육과정과의 유기적 연계, 그리고 지역사회와의 긴밀한 결합이라는 원칙을 확고히 할 수 있었습니다.

대만 학교 방재교육을 살펴보면 형식적인 행사를 넘어 교육과정 속에 제도적으로 깊이 뿌리내리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재난 위험 교육 등 정책 기틀을 바탕으로 유치원부터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정규 교과 과정과 방재교육을 결합해 실제 상황에서 피해 상황을 줄일 수 있는 학교 방재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실제 교육 현장에서도 교과서에 나오는 단순 지식을 암기하는 것을 넘어 기후변화에 따른 재해 이해, 지진파의 원리, 비상용품(재난 가방) 꾸리기 등 실생활 밀착형 내용을 교육하고 있습니다. 또한, 각 학교는 재난 관리 4대 주기(완화·준비·대응·복구) 체계를 학교 운영 계획에 반영해 상시적인 안전 관리 문화를 정착시키고 있습니다.

대만 교육부는 실전 대응 능력을 극대화하는 체험형·맞춤형 훈련도 정례화했습니다. 국가 방재의 날 훈련은 물론, 평소 불시에 이루어지는 가상 시나리오 훈련으로 학생들은 대피 수칙을 체득합니다. 특히, 거동이 불편한 장애 학생의 대피 경로와 교사·동료 간 역할 분담까지 세심하게 고려해 교육 사각지대를 없앴으며, 가상현실(VR)을 활용한 가상 체험 장치와 상호작용형 디지털 교재로 입체적인 체험과 합리적 판단력을 기르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학교 방재교육은 담장 안에 머물지 않고 지역사회와 함께 진행합니다. ‘방재 시범 학교’ 제도로 우수 사례를 주변으로 전파하고, 재난 시 학교가 지역 주민의 대피소이자 구호 거점 역할을 하도록 설계했습니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배운 안전 지식을 가정과 지역사회에 전파하는 ‘안전 전파자’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결국, 대만의 학교 방재교육은 아이들에게 공포를 넘어 자연재해와 공존하는 법을 가르치는 살아있는 삶의 태도를 교육함으로써 전 세계 방재 교육의 모범이 되고 있습니다.

921 지진교육연구에서 만난 쉬원로우 홍보담당은 자연재난 앞에 선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로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공존’을 꼽았습니다. 자연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철저한 준비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재난의 고통을 넘어설 수 있다는 메시지입니다. 기후 위기로 극한 재난이 빈번해진 지금, 우리의 준비가 얼마나 치밀한지 스스로를 점검해 보아야 할 때입니다.

/김태섭 기자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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