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훈 병원장 “정책ㆍ지역ㆍ기술ㆍ경영 4대 축 기반 미래 보건의료 표준 제시할 것”
[의약뉴스]
국내 유일의 보험자병원이자 지역거점 공공병원인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이 개원 26주년을 맞아 단순한 진료 중심의 병원을 넘어 보건의료의 미래 방향성을 제시하는 ‘플랫폼 병원’으로의 대대적 체질 개선을 선언했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병원장 한창훈)은 26일 개원 26주년 기념 기자간담회를 개최해 병원의 주요 현황과 함께 ‘지ㆍ필ㆍ공(지역ㆍ필수ㆍ공공의료)’ 기반의 플랫폼 병원을 향한 운영 방향을 발표했다.
한창훈 병원장은 “일산병원은 지난 26년간 일반병원, 보험자병원, 공공병원이라는 세 가지 독특한 정체성을 동시에 수행하며 미래를 준비해 왔다”며 “이제는 ‘어떠한 병원을 만들어 지역 의료에 공헌하고자 하는가’라는 치열한 고민을 바탕으로 정책(NHIS-Testbed), 지역(Network Hub), 기술(AI-Testbed), 경영(Data-driven Management)의 4대 축을 중심으로 미래 보건의료를 선도하는 4대 축 플랫폼 병원으로 도약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은 26일 개원 26주년 기념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상급종합병원 없는 경기 북부, 2029년 ‘소아특화전담진료센터’로 필수의료 완결
한 병원장은 가장 먼저 일산병원이 위치한 지리적 특수성을 언급하며 ‘지역 완결형 필수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경기 북부는 이른바 ‘상종(상급종합병원) 북방한계선’이라 불릴 정도로 대형 의료 인프라가 취약한 지역”이라며 “고양시 108만 명, 파주시 50만 명 등 방대한 배후 인구를 가진 이 지역에서 일산병원은 상급종합병원과 국립대병원의 부재를 메우는 핵심적인 필수의료 거점 역할을 수행해야만 한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일산병원은 수익성 악화로 민간병원이 기피하는 소아ㆍ모자 필수의료 인프라 확충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전언이다.
실례로 일산병원은 오는 2029년 1월 개소를 목표로 지하 4층, 지상 8층, 약 6000평 규모의 ‘소아특화전담진료센터’를 신축 중이다.
이 센터는 본원과 인접해 인프라 활용이 용이하며, 산재해 있던 소아 관련 진료과(외래, 수술실, 중환자실 등)와 공공어린이재활병원, 병원학교, 낮 병동 등을 한데 모아 치료와 학업, 재활이 원스톱으로 이뤄지는 통합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는 이미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한 병원장은 “24시간 소아응급 진료 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소아응급 전담 전문의 5명을 비롯해 배후 진료과 전문의까지 약 40여 명의 전문 인력이 투입되고 있다”며 “작년 4월 소아응급 책임의료기관 지정 이후 소아청소년 환자 진료 실적이 4배나 증가했고, 타 기관 의뢰 환자도 2.2배 늘어나는 등 중증ㆍ고위험 환자 중심의 유입 구조가 확고히 자리 잡았다”고 강조했다.
전체 분만의 약 80%가 고위험 임산부이며 신생아중환자실(NICU) 가동률이 100% 수준을 유지하는 등 권역모자의료센터로서의 역량도 완벽하게 입증하고 있다는 평가다.
여기에 더해 일산병원은 다학제 협진을 바탕으로 복합질환 동반 환자의 말초동맥성형술(PTA) 2000례를 달성하고, 4세대 로봇수술 장비(다빈치 SP)를 활용한 관상동맥우회술 및 유방암 동시 재건술 등 고난도 중증 질환 치료에서도 상급종합병원에 버금가는 의료 질을 담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건보공단 ‘나이스 캠프’ 연계, 임상 현장 대변하는 정책 가교 역할
일산병원의 또 다른 핵심 역할은 유일한 보험자병원으로서 정부 및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정책을 임상 현장에서 실증하는 ‘테스트베드(NHIS-Testbed)’다.
현재 일산병원은 22개 진료과에서 환자와 병원 모두에게 이로운 표준진료지침(CP) 147개 항목을 개발해 적용하고 있으며, 2025년 기준 30여 개의 정부 정책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건보공단 정기석 이사장이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적정 진료’ 및 건보공단 적정진료추진단(NHIS-CAMP, 일명 나이스 캠프) 연계 사업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한 병원장은 “건보 재정 안정을 위해 적정 진료는 매우 핵심적인 사안"이라며 "이를 실제 실행하는 데 있어 임상 현장의 목소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일산병원 내부에는 정책 자문을 수행할 수 있는 40~50명 규모의 전문 자문단이 구성되어 있다”며 “공단이 특정 극단적인 진료 패턴에 대해 적절성 여부를 평가하고자 할 때, 일산병원은 이것이 임상적으로 타당한 이상 현상인지 아니면 과잉 진료인지를 1차적으로 걸러내고 자문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정책을 추진할 때 일산병원은 건보공단(보험자)의 입장을 수용하는 동시에 임상 의사(공급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양면적 역할을 한다”며 “건보공단이 야심 차게 준비한 정책이라도 일산병원이 임상적 측면에서 수용성과 타당성을 검증해 의견을 제시함으로써, 억지스러운 통제가 아닌 의료계가 수용할 수 있는 더 좋은 방향으로 정책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부연했다.
◆182억 규모 AI 파운데이션 모델 실증 “AI 수가 도입 적정선 찾을 것”
▲ 한창훈 병원장.
일산병원은 첨단 IT 기술을 의료 현장에 접목하는 ‘기술 혁신 플랫폼(AI-Testbed)’으로서의 행보도 가속화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IoT 기반 자산 트래킹(870여 개 이동형 자산) 및 입원간호 업무 자동화를 구현한 데 이어, 최근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 ‘인공지능(AI) 특화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총 사업비 18.2억 원 규모)’에 임상 실증 총괄 책임기관으로 참여하고 있다.
한 병원장은 “공공병원은 기술에서 뒤처져 있다는 편견이 있었으나, 일산병원은 스마트병원 사업 초기부터 선도적으로 뛰어들어 수년간 경험을 축적했기에 새로운 AI 기술 도입에 대한 내부 수용성이 매우 높다”고 내세웠다.
다만, 의료 AI의 임상 현장 안착을 위해서는 ‘AI 수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보건산업 분야에서 기업들이 훌륭한 아이디어로 제품을 개발하고도 국책 과제 단계에만 머물다 사장되는 이른바 ‘데스밸리’ 현상을 너무 많이 목격했다”며 “이러한 혁신 기술들이 실제 진료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사용되고 기업이 성장하려면 반드시 ‘수가’라는 형태의 재정적 지원과 빠른 인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특히 “환자들에게 무상으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할 수는 없는 만큼, 건강보험 재정 안에서 환자의 편익과 산업계의 보상 간의 적절한 ‘선’을 찾아야 한다”며 “그 합리적인 적정선을 찾고 실증하는 것이 바로 유일한 보험자병원인 일산병원이 해야 할 핵심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공공성과 효율성의 융합, ‘하이브리드 경영’ 실현
마지막으로 일산병원은 공공병원의 고질적인 적자 구조를 탈피하고 지속 가능한 모델을 만들기 위해 데이터 기반의 ‘하이브리드 경영(Data-driven Management)’을 선언했다.
과거 공공병원의 ‘착한 진료’가 단순히 ‘낮은 진료비’나 의료진의 ‘희생’으로 치부되었다면, 이제는 환자 만족도, 사망률, 재입원율 등 객관적인 임상적 ‘아웃컴(Outcome)’을 유지하면서도 적정 진료비를 산출하는 성과 기반 관리 체계로 패러다임을 전환했다는 것이다.
한 병원장은 “외부 컨설팅에 의존하지 않고 내부 구성원들이 직접 진료권 환자 특성과 질환별 성장 가능성을 분석해 병원 운영 전략을 수립하는 역량을 강화했다”며 “원가 기반 관리 체계와 경영 정보 시스템(EIS)을 고도화하여 재무 건전성과 자원 활용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러한 일산병원의 지속 가능한 경영 모델이 향후 지방의료원 등 타 공공의료기관으로 확산할 수 있는 훌륭한 레퍼런스가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나아가 그는 “일산병원은 지난 26년간 척박한 의료 환경 속에서도 보험자병원이자 공공병원으로서 묵묵히 헌신해 왔다”며 “앞으로도 끊임없는 도전과 체질 개선을 통해 정책, 지역, 기술, 경영 전반에 걸쳐 대한민국 보건의료의 올바른 표준을 세우고 미래를 선도하는 대체 불가능한 플랫폼 병원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cyvaster@newsm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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