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서 베테랑 공정 엔지니어 채용 착수
TSMC, 기술 및 고급인력 유출 우려
[테크월드뉴스=박규찬 기자] 테슬라, 스페이스X 등을 이끌고 있는 일론 머스크가 초대형 반도체 공장 ‘테라팹(TERAFAB)’이 대만에서 10년 이상 경력의 공정 통합 엔지니어를 집중 채용하기 시작하면서 TSMC 핵심 인력이 대거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가 대만 반도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일론 머스크가 테라팹 발표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테슬라 유튜브 캡쳐]
최근 일론 머스크 CEO가 월간 100만 장(300mm 웨이퍼 기준) 생산 능력을 갖춘 초대형 반도체 공장 '테라팹(TERAFAB)' 건설 구상을 전격 발표했다.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린 3사 공동 행사에서 공개된 이 계획은 인공지능(AI) 연산 능력을 갖춘 최첨단 로직 반도체와 메모리를 기존 타사 팹 대비 10배 규모로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반도체 회로 설계부터 AI 로직 및 메모리 제조, 첨단 패키징, 테스트에 이르는 전 공정을 하나의 시설에 통합하는 '수직계열화'를 구현해 출하 속도를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포토마스크 제작 및 수정 작업까지 모두 테라팹 내부에서 처리할 계획이다.
1단계로 10만 장 규모 팹 건설 착수
테라팹 건설은 총 2단계로 나눠 진행된다. 1단계로 테슬라 본사 및 기가팩토리가 위치한 텍사스주 오스틴에 프로토타입 공장인 '어드밴스드 테크놀로지 팹(Advanced Technology Fab)'을 건설한다. 이 공장의 생산 능력은 타사의 대형 팹과 맞먹는 월 10만 장 규모이며 예상 투자액은 200억~300억 달러(약 27조~40조 원)에 달한다.
2단계는 1단계 팹의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월산 100만 장 규모의 본격적인 테라팹을 구축하는 것이다. 미국 내 건설 방침은 확정됐으나 구체적인 부지는 아직 미정이며 두 공장 모두 머스크가 이끄는 3사가 공동 운영할 예정이나 총투자 규모나 착공·완공 시기 등 구체적인 로드맵은 이번 발표에서 제외됐다.
현재 테슬라는 2나노급 차세대 반도체와 관련해 오스틴 인근의 삼성전자 신공장에 대규모 제조 위탁을 진행하는 등 독자적인 공급망 확보에 나서고 있으며 TSMC, 마이크론 등과도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머스크 CEO는 “TSMC, 삼성, 마이크론 등 파트너사들에게 감사하며 그들이 생산하는 칩을 모두 매입하고 싶지만 기존 반도체 업계의 공급 속도는 우리가 원하는 수준을 크게 밑돈다”며 “로보틱스, 자율주행, AI로 사업 축을 이동하는 테슬라의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테라팹 건설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강조했다. 기존 파운드리와의 경쟁이 아닌, 자체 수요 충족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설명이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인 TSMC의 '기가팹' 생산 능력이 월 10만 장 수준임을 감안할 때 테라팹의 목표치인 100만 장은 그 10배에 달하는 전례 없는 규모다. 머스크는 이를 통해 연간 1000억~2000억 개의 맞춤형 AI 칩 및 탑재 메모리를 생산하고 연간 약 1TW(테라와트) 규모의 AI 연산 능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테라팹'이라는 명칭 역시 이러한 폭발적인 생산 및 연산 능력을 의미한다.
테라팹에서는 크게 두 가지 반도체가 양산될 전망이다. 첫째는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Optimus)', 완전자율주행(FSD), 무인 택시 '사이버캡(Cybercab)', 슈퍼컴퓨터 '도조(Dojo)' 등에 최적화된 엣지 및 추론용 5·6세대 AI 칩(AI5, AI6)이다. 둘째는 우주 환경에 맞춰 내열 및 내방사선 설계를 적용한 칩 'D3'로 태양광 기반 AI 위성 등 스페이스X의 차세대 우주 프로젝트에 투입될 예정이다.
대만서 베테랑 공정 엔지니어 채용 착수
반도체 제조는 단순히 장비를 도입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설계와 수율 향상을 위한 극도하게 세밀한 공정 튜닝이 필수적이다. 제조 경험이 전무한 테라팹이 어떻게 핵심 인력을 확보할 것인지에 대해 업계의 의구심이 컸으나 머스크 측은 대만에서 그 해답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만 유력 매체 경제일보(Economic Daily)는 지난 3월 24일 테라팹이 대만 현지에서 10년 이상의 경력을 보유한 반도체 공정 베테랑 엔지니어 채용에 나섰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주요 타깃은 파운드리 1위 기업인 TSMC의 핵심 인력이다.
채용 대상은 첨단 로직 SoC 개발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할 종합 엔지니어로 양산 수율 개선, 공정 윈도우 분석, 공정 최적화, WAT(Wafer Acceptance Test), 신뢰성 예측, 제품 인증 및 DPPM(백만 개당 불량률) 저감 등 전 공정을 총괄하는 직책이다.
구체적인 자격 요건으로는 학사 이상 학위, 10년 이상의 첨단 공정 개발 경험을 비롯해 핀펫(FinFET), GAA(Gate-All-Around) 나노시트, 후면전력공급(BSPDN) 등 차세대 기술에 대한 높은 이해도가 요구된다. 전공정(FEOL)부터 후공정(BEOL)까지 아우르는 지식은 물론 PPA(소비전력·성능·면적) 최적화 역량도 필수다. 대만 내에서도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는 인재는 TSMC나 대형 OSAT(반도체 패키징·테스트 수탁기업)의 극소수 핵심 인력에 불과하다.
TSMC, 기술 및 고급인력 유출 우려
업계의 반응은 엇갈린다. 한국과 대만의 반도체 공급망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반도체 제조 경험이 전무한 상태에서 곧바로 최첨단 2나노 공정에 뛰어드는 것은 무모하다”, “필수적인 IP와 인력을 제때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는 등 '현실성 없는 몽상'이라는 비판적 시각이 적지 않다.
반면 머스크의 막대한 자금력과 추진력을 감안할 때 시장 판도를 뒤흔들 파괴적 혁신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 반도체 업계 일각에서는 “테라팹 1단계 공장이 이미 테슬라로부터 165억 달러 규모의 6세대 AI 칩 제조를 수주한 것으로 알려진 삼성전자 텍사스 테일러 신공장과 긴밀히 연계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편 대만 업계에서는 “TSMC가 테라팹의 고급 인력 '블랙홀'이 될 수 있다”며 핵심 인재 유출을 크게 우려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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