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과 교양이 어우러진 신선하고 유익한 사전
강준만 ‘문해력을 위한 교양 국어사전’
이종근
2026년 06월 04일 20:17
승인
2026년 06월 04일 19:44
'문해력을 위한 교양국어사전(지은이 강준만, 펴낸 곳 인물과사상사)'은 은 기존의 사전처럼 단어의 뜻풀이를 나열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언어 속에 담긴 시대의 풍경과 사람들의 심리, 역사와 사회, 생활문화의 변화까지 흥미롭게 읽어 낸다. 알던 단어의 뜻을 다시 확인하려다 뜻밖의 지식에 머물게 되고, 모르는 표현을 찾기 위해 펼쳤다가 어느새 끝까지 읽게 된다. 사전처럼 정확하고, 칼럼처럼 흥미롭고, 인문서처럼 깊다. 한 단어에서 시작해 한 시대에 도달하는 지적인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는 인문과 교양이 어우러진 신선하고 유익한 사전이다. ‘심심한 사과’는 왜 논란이 되었을까. ‘사흘’과 ‘금일’은 왜 다툼의 소재가 되었을까. 언론은 왜 ‘강우량’ 대신 ‘강수량’이라는 표현을 쓸까. ‘쌍팔년도’는 왜 1988년이 아니라 1955년을 뜻할까. ‘영수회담’이라는 말에는 어떤 정치 문화가 숨어 있을까. ‘답정너’와 ‘유리천장’은 오늘의 한국 사회를 어떻게 보여 줄까.
이 책은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접하지만 정확한 의미와 유래를 제대로 알지 못했던 말들이 망라되어 있다. ‘가는 날이 장날’, ‘가시고기’, ‘간발의 차이’, ‘계륵’, ‘답정너’, ‘도파민’, ‘유리천장’, ‘정치적 올바름’, ‘키오스크’, ‘텍스트 힙’에 이르기까지, 고전적인 표현과 최신 유행어가 한 권 안에서 공존한다.
더 큰 매력은 단어 해설을 넘어서는 데 있다. 각각의 표제어는 비단 국어 지식이 아니라 사회와 문화, 역사와 정치, 심리와 미디어를 연결하는 하나의 창으로 기능한다. 예컨대 ‘가시고기’라는 단어를 통해서는 한국 사회의 부성애와 세습 문제를 읽어내고, ‘각주’에서는 학문 권위와 지식 문화의 역사를 이야기하며, ‘간담이 서늘하다’에서는 동양 의학과 인간 감정의 관계까지 확장해 나간다. 단어 하나가 곧 시대 읽기의 출발점이 되는 셈이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읽는 재미’를 놓치지 않는다. 문화와 사회, 역사와 정치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구성 덕분에 사전을 읽는다기보다 한 편의 흥미로운 교양서를 읽는 감각으로 책장을 넘기게 된다. 딱딱한 설명 대신 살아 있는 사례와 시사적 맥락이 풍부하게 배치되어 있어, 청소년부터 성인 독자까지 누구나 쉽고 깊게 읽을 수 있다.
디지털 시대는 정보의 속도를 극단적으로 끌어올렸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언어의 깊이는 점점 얕아지고 있다. 짧은 문장과 자극적인 표현이 범람하는 시대일수록, 단어를 정확히 이해하고 맥락을 읽어내는 힘은 더욱 중요해진다. 문해력은 민주주의와 공감 능력, 사회적 소통의 기반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우리 시대를 이해하기 위한 하나의 문화 지도라 할 만하다. 단어를 읽는 일이 곧 세상을 읽는 일이 되는 순간. 독자들에게 언어를 통해 인간과 사회를 다시 바라보는 깊고도 지적인 즐거움을 선사할 터이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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