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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쯤 되면 불난 호떡집, '남대문 야채호떡', 초심 어디 갔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줄을 선다. 서울 중구 남대문로 12. 남대문지하쇼핑센터 게이트(Gate) 2번 입구 앞이다. 기본 대기 줄 20미터. 꼬불꼬불 줄이 끊긴 적이 없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 사이, 웨이팅만 20분에서 30분이다. 일본인이 50분을 기다렸다는 후기도 있다.

이쯤 되면 불난 호떡집, '남대문 야채호떡', 초심 어디 갔나!

■ 이쯤 되면 불난 호떡집, '남대문 야채호떡', 초심 어디 갔나!

■ 꽉 찼던 그 속, 어디 갔나... 대한민국 남대문시장 관광 명물의 민낯

■ 일본·중국·대만 관광객 줄 세워놓고 초심 잃은 명물

■ 관광특구 혜택 받으며 컸는데... 품질 저하 방치한 중구청 책임 없나!

■ 800원에서 2,500원으로... 남대문 호떡장수 맘대로, 속은 줄고 값은 오르고!

■ "시장의 활력이 중구의 경쟁력" 공언한 김길성 구청장, 공천 싸움 바쁜 사이 야채호떡 속은 비었다!

박철성 기자 〈리서치센터 국장·칼럼니스트〉

■ 호떡장수 맘대로! 남대문 관광의 얼굴 야채호떡, 초심 잃었나!

이쯤 되면 불난 호떡집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줄을 선다. 서울 중구 남대문로 12. 남대문지하쇼핑센터 게이트(Gate) 2번 입구 앞이다. 기본 대기 줄 20미터. 꼬불꼬불 줄이 끊긴 적이 없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 사이, 웨이팅만 20분에서 30분이다. 일본인이 50분을 기다렸다는 후기도 있다.

이름하여 '남대문 야채호떡'.

대한민국 구석구석이 소개한다. 서울 공식 관광정보 사이트도 소개한다. 남대문시장 공식 홈페이지도 소개한다. 한결같이 같은 말이다. "남대문에서만 맛볼 수 있는 먹을거리"라고.

일본 최대 맛집 사이트 레티(Retty)는 말했다. "한국인도 모르는 야채호떡, 개인적으로 1위 노점"이라고. 중국 한국여행 전문 사이트 한소(韓巢)는 표현했다. "SNS에서 불티난 야채호떡"이라고. 대만 KKday 가이드는 별도 소개했다. "남대문시장 줄 서는 명소"라고. 중국어 관광 가이드에서는 지도에 표시했다. "南大门蔬菜甜饼(남대문 야채호떡)"을 시장 필수 코스로.

▲콘에스트(Konest) 소개 화면에 담긴 남대문 야채호떡 조리 장면. 기름 가득한 철판 위에서 여러 개의 호떡이 동시에 구워지고 있다. 매일 새벽 6시부터 반죽을 만들어 당일 소진하는 이 집의 전성기 모습이다. 사진=콘에스트(Konest) 캡처

호떡 하나를 만드는 데 직원 5명이 분업한다. 반죽 넣는 사람. 굽는 사람. 뒤집는 사람. 누르는 사람. 소스 바르고 건네는 사람. 매일 새벽 6시부터 반죽을 만든다. 당일 소진한다. 사과, 대추, 미니 파프리카, 청양고추, 태국 고추가 들어간 비법 간장 소스를 발라줬다. 그 소스 때문에 줄을 섰다. 그 속 때문에 또 왔다.

그랬던 집이다.

■ 전성기의 증언 — 은행도 손들었다

이 집의 위세가 얼마나 대단했는지는 주변 은행들이 증명한다.

이코노믹리뷰는 2020년 8월 이 집을 집중 취재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야채호떡집 바로 옆 IBK기업은행 남대문시장지점, 우리은행 남대문시장지점, 회현동 새마을금고 본점. 인근 은행 3곳이 출입문에 "호떡 반입 금지" 인쇄물을 나란히 붙여놨다. 호떡에서 흘러내린 꿀과 잡채가 ATM 기기를 고장 낼 정도였다. 각 지점 관계자들의 설명이었다.

야채호떡집과 IBK기업은행 지점 사이 거리는 반경 1m. 사실상 맞닿은 셈이다.

▲2020년 8월 이코노믹리뷰가 보도한 '남대문시장 은행지점 호떡 반입 금지' 기사 화면. 우리은행 남대문시장지점 출입문에 '호떡 반입 금지' 인쇄물이 선명하다. 호떡에서 흘러내린 꿀과 잡채가 ATM 기기를 고장 낼 정도였던 이 집의 전성기를 증언한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캡처

당시 이 집 사장 이 모씨(66)는 이코노믹리뷰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호떡을 사간 손님들이 은행 기계에 꿀이나 잡채를 흘려 문제가 되자 주변 은행들이 이런 문구를 붙이게 됐다." 이어 "문구를 붙인 은행들도 이해되는 부분"이라고 했다.

은행이 손을 든 호떡집. 그게 이 집의 전성기였다.

■ 추억의 호떡 — 그 시절 그 맛

이 집의 역사는 길다. 2009년 오마이뉴스 기사에 이미 등장한다. 2000년대 초반 개업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메뉴는 잡채호떡과 꿀씨앗호떡 두 가지뿐이었다. 가격은 야채호떡 800원. 꿀호떡 600원이었다.

줄이 서기 시작했다. 입소문이 퍼졌다. 이유가 있었다. 속이 꽉 찼다. 당면, 양파, 부추, 당근이 흘러나올 것 같았다. 간장 소스는 서비스였다. 알록달록한 색감의 비법 소스를 호떡 위에 발라주는 장면 자체가 볼거리였다. 마케팅이 따로 없었다. 맛이 곧 마케팅이었다.

▲일본 최대 한국여행 전문 사이트 콘에스트(Konest)에 등재된 '남대문 야채호떡' 소개 화면. 당면·양파·부추·당근이 넘칠 듯 꽉 찬 예전의 속 단면이다. 현재 기자가 직접 구매한 호떡 속과 비교하면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사진=콘에스트(Konest) 캡처

옆집도 같은 메뉴를 판다. 그런데 왜 이 집만 줄을 서느냐고 묻는 방문객이 있을 정도였다. 그 질문 자체가 이 집의 훈장이었다.

인스타그램에는 2019년부터 1시간 대기 후기가 쌓였다. 요리연구가 계정에서도 소개됐다. 남대문시장 공식 사이트는 웨이보(微博),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블로그. 4개 SNS 채널에 이 집을 핵심 콘텐츠로 올렸다.

▲콘에스트(Konest)에 게재된 '남대문 야채호떡' 현장 사진. 수십 명의 방문객이 꼬불꼬불 줄을 선 모습이 그대로 담겼다. 일본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줄 서는 서울 명소"로 통하는 이 집의 전성기를 보여준다. 사진=콘에스트(Konest) 캡처

■ 기자가 직접 샀다 — 호떡의 배를 갈랐다

지난 23일, 기자가 직접 이 집을 찾았다. 야채호떡 10개를 샀다. 25,000원이다. 개당 2,500원이다. 간장 소스는 별도 1,000원을 더 냈다. 총 26,000원이다.

집으로 돌아왔다. 호떡을 반으로 갈랐다. 사진을 찍었다.

차고 넘치던 예전의 그 속이 아니었다.

당면은 있었다. 당근 몇 조각도 있었다. 그러나 양파가 보이지 않았다. 부추도 눈에 띄지 않았다. 잡채가 흘러나올 것 같던 그 꽉 찬 속은 없었다. 당면 위주로 채워진 속. 이건 야채호떡이 아니다. 당면호떡이다.

▲기자가 직접 구매한 야채호떡 2개를 반으로 가른 모습. 당면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양파·부추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야채호떡이 아니라 당면호떡"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사진=박철성 기자

간장도 달랐다. 비닐 컵에 담긴 검고 걸쭉한 소스. 내용물이 없었다. 맛도 약했다. 1,000원을 받는 소스치고 초라했다. 예전 그 소스가 아니었다.

▲별도 1,000원을 받고 판매하는 간장 소스. 비닐 컵 안에 검고 걸쭉한 소스만 담겨 있다. 과거 과일·채소가 통째로 담겼다는 비법 소스의 흔적은 찾아보기 어렵다. 사진=박철성 기자

■ 가격은 3배 — 속재료는 반토막, 이건 위반이다

숫자가 말한다.

2009년 야채호떡 800원이었다. 꿀호떡 600원이었다. 이후 1,000원 시대를 거쳤다. 1,500원으로 올랐다. 지금은 2,500원이다. 15년 사이 3배 이상 뛰었다.

물가가 올랐다. 모두가 힘들다. 그러나 가격을 3배 올렸으면 품질은 지켜야 한다. 가격은 올리고 속재료는 줄이는 것. 그것은 물가 탓이 아니다. 초심을 잃은 것이다. 소비자를 기만한 것이다.

가격은 오르고 내용물은 줄어드는 현상. 이른바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이다. 이는 표시광고법상 부당 표시·광고 위반 소지가 명백하다. 내용물 변경 사실을 고지하지 않고 판매를 지속한 행위. 소비자기본법상 소비자 권익 침해에 해당한다. 가능성이 아니다. 해당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 집은 일본·중국·대만 외국 관광객이 몰리는 국가 관광 명소다.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품질을 낮추고 가격을 올렸다. 단순한 상도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 관광 브랜드를 훼손하는 행위다.

■ 관광특구 혜택 위에 올라선 장사

이 집의 법적 영업 근거는 무엇인가. 남대문시장은 '남대문관광특구'로 공식 지정된 곳이다. 과거 관광특구 내에서는 옥외 조리·판매가 식품위생법 특례 규정으로 허용됐다. 국가가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법을 완화해준 덕이다.

그러나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이 개정됐다. 관광특구 옥외영업 관련 특례 규정은 삭제됐다. 지금은 별도 영업 신고·허가 절차가 필요하다. 이 집은 카드 결제가 된다. 사업자 등록이 돼 있다는 뜻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식품위생법상 영업 신고를 적법하게 마쳤는지. 정기 위생 점검은 제대로 받고 있는지. 즉각 확인이 필요하다.

국가가 준 혜택으로 컸다. 그 혜택을 받은 집이 국가 관광 이미지를 갉아먹고 있다.

해당 업소 측에 입장을 묻고자 했으나 연락처를 확인하지 못해 답변을 받지 못했다.

■ 김길성 구청장, 알고 있었는가 — 관리했는가 — 보고 받았는가

▲김길성 서울 중구청장(59). "시장의 활력이 중구의 경쟁력"을 공언하며 남대문시장 글로벌화를 내세워온 그가 지금은 6·3 지방선거 국민의힘 공천 논란으로 중앙당과 정면충돌 중이다. 2003년 민주당 당적으로 출발해 국민의힘으로 갈아탄 당적 변천이 공천 발목을 잡았다. 사진=중구청 홈페이지 캡처

김길성 서울 중구청장(59)은 평소 큰소리를 쳐왔다.

"시장의 활력이 중구의 경쟁력." "주민과 상인 모두에게 힘이 되는 전통시장을 만드는 데 쉴틈없는 노력을 기울이겠다." 남대문시장을 두고는 이렇게 말했다. "세계인이 찾는 글로벌 전통시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

중구청은 2025년 전통시장 활성화 유공으로 행정안전부 장관 표창까지 받았다. 남대문시장 아케이드 설치에 71억 원을 쏟아부었다. 겉은 번지르르하다.

그런데 본지는 묻는다.

김 구청장은 알고 있었는가. 관내 최대 관광 명물 야채호떡의 속재료가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간장 소스가 유료화, 부실해졌다는 사실을. 외국 관광객이 기대를 안고 줄을 서는 그 집의 품질이 조용히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고를 받았는가. 관리를 했는가. 아니면 몰랐는가. 몰랐다면 그것도 직무 태만이다.

▲네이버 뉴스 검색 화면. "중구청 김길성 공천"을 검색하면 헤럴드경제, 공뉴스, 뉴시스, MBC 등 주요 매체들이 공천 잡음을 일제히 보도하고 있다. 중앙당의 공천 거부와 서울시당의 재의결 강행이 충돌하며 국민의힘 내홍의 중심에 섰다. 사진=네이버 뉴스 캡처

김 구청장이 지금 바쁜 건 따로 있다. 6·3 지방선거 국민의힘 공천 문제다. 2003년 민주당에 가입했다가 2022년 국민의힘으로 갈아탔다. 당적 논란이 불거지면서 중앙당이 공천안 의결을 거부했다. 서울시당은 공관위원 9명 중 8명 만장일치로 재의결을 강행했다. 결국 4월 25일 공천이 확정됐다. 중앙당 지도부와 서울시당이 정면충돌한 공천 파동의 한복판에 그가 있었다.

공천 싸움에 바쁜 구청장. 글로벌 전통시장 타령에 바쁜 구청. 그 사이 남대문 명물 야채호떡의 속은 조용히 비어가고 있었다.

이건 호떡 얘기가 아니다. 방치된 관광 행정 얘기다.

■ 하루 30만 명이 보는 대한민국의 얼굴

하루 평균 30만 명이 찾는 남대문시장이다. 그 시장 한복판에서 국가 관광 명소로 소개된 이 집의 호떡 속이 비어가고 있다.

일본인이 50분을 기다려 받아든 호떡. 대만 관광객이 KKday 가이드를 보고 줄을 서서 산 호떡. 중국 관광객이 SNS를 보고 찾아온 호떡. 그 호떡의 배를 가르면 당면만 나온다면.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속이 빈 건 호떡이 아니라, 관리였다. 줄은 그대로다. 변한 건 속이 아니라, 책임이다.

■ 본지, 기사를 통해 서울 중구청에 공식 질의한다

본지는 이 기사를 통해 서울 중구청장 김길성(59)과 중구청 보건위생과에 공식으로 묻는다.

남대문관광특구 내 야채호떡 노점의 식품위생법상 영업 신고는 적법하게 이루어졌는가. 최근 위생 점검은 언제 실시했으며 결과는 무엇인가. 가격 인상과 속재료 축소에 대한 소비자 고지 의무는 확인했는가. 하루 30만 명이 찾는 국가 관광 명소의 먹거리 품질 관리를 중구청은 어떻게 하고 있는가. 김 구청장은 이 사실을 보고 받았는가.

"시장의 활력이 중구의 경쟁력"이라고 했다. 그 말이 진심이라면 답해야 한다.

본지는 서울시 관광 당국과 한국관광공사에도 같은 질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답변 결과는 후속 보도를 통해 공개한다.

※ 이 기사는 시리즈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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