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은정 마스턴투자운용 컴플라이언스실장(상무)
연기금은 국민의 노후 소득 보장을 위해 정부나 공공기관, 기업 등이 가입자로부터 보험료나 적립금을 조성·운용하여 연금 지급 재원으로 사용하는 장기 투자성 기금을 말한다. 이러한 초장기 투자자는 단기적인 시장 변동성보다 장기적인 안정성과 복리 수익을 추구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자산 배분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 모 연기금의 2026년도 목표 포트폴리오를 보면 주식 55.5%, 채권 30.5%, 대체투자 14% 수준을 계획하고 있다. 과거보다 대체투자 비중이 확대됐지만, 여전히 전체 자산의 대부분이 전통 자산인 주식과 채권에 집중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자산 간 상관관계가 변화하는 환경에서는 장기적인 수익성과 안정성을 보다 균형 있게 확보하기 위한 자산 다변화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세계 유수의 연기금들은 부동산, 인프라, 사모투자, 사모대출 등 다양한 대체 자산을 적극 활용하여 포트폴리오의 분산 효과와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물가상승에 대응하면서 꾸준한 배당과 임대수익을 창출하는 대체 자산은 연금기금의 특성과도 잘 부합한다.
자산군별 수익률과 수익금을 고려할 때도 대한민국의 연기금들 역시 단순히 대체투자 비중을 유지하는 수준을 넘어,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히 대체 자산 가운데 부동산은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량 오피스, 물류센터, 데이터센터, 주거 및 헬스케어 시설 등은 장기적인 임대수익과 자산가치 상승을 동시에 기대할 수 있으며, 경기 사이클에 대한 방어력도 비교적 높은 편이다.
국내 주요 연기금들은 이미 국내외 부동산 시장에서 상당한 투자 경험을 축적해 왔지만, 대부분 안정적인 코어(Core) 중심의 전략에 집중되어 있다. 이제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오퍼튜니스틱(Opportunistic) 전략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 오퍼튜니스틱 투자는 개발사업, 구조조정 자산, 부실자산(NPL), 리포지셔닝 프로젝트 등 위험은 다소 높지만 성공 시 높은 초과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방식이다.
물론 기금 운용의 안정성을 고려할 때 자산 대부분을 이러한 전략에 투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러나 전체 부동산 포트폴리오의 일부를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한 전문 운용사를 활용하여 엄격한 위험관리 체계를 전제로 제한적으로 도입한다면, 장기적인 수익률 제고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할 가능성이 있다.
연기금 운용의 핵심은 위험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하게 관리하면서 장기적인 수익을 극대화하는 데 있다. 국내 주요 기관투자자들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운용 역량과 글로벌 투자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자산군의 확대뿐 아니라 투자전략의 다양화이다.
국민의 소중한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연기금은 안정성과 수익성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체 자산의 비중을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특히 부동산 분야에서는 기존의 코어 중심 투자에 머무르지 말고 오퍼튜니스틱 전략까지 포함한 다양한 투자기법을 신중하게 검토할 시점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보다 진화된 자산 배분 전략이야말로 미래 세대의 연금 재정을 더욱 튼튼하게 만드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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