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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원두 칼럼] '노⁃사 기운 운동장 바로잡는' 아르헨의 교훈

남미 아르헨티나는 2025년 경제성장률 4.4%로 3년 만에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지난 2023년 12월 '노동시장 개혁'을 내건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취임한 지 2년 만이다.

[이원두 칼럼] '노⁃사 기운 운동장 바로잡는' 아르헨의 교훈

이원두 언론인

남미 아르헨티나는 2025년 경제성장률 4.4%로 3년 만에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지난 2023년 12월 '노동시장 개혁'을 내건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취임한 지 2년 만이다. 아르헨티나는 오랫동안 좌파 정권과 군사정권의 포퓰리즘 정책으로 1970년대부터 사실상 마이너스 성장이 이어지면서 격심한 인플레이션을 겪어왔다.

밀레이 대통령 취임으로 겨우 성장궤도로 복귀했으나 지난 반세기, 길게 잡으면 1백 년 동안 누적된 포퓰리즘 병폐를 완전히 바로잡기가 쉽지는 않다.

경제 규모는 브라질 멕시코에 이어 남미 3위 국가인 동시에 광대하고 비옥한 농토와 석유와 희토류를 비롯한 자원 강국이어서 정치만 안정된다면 언제든지 선진국으로 도약이 가능한 나라다. 현재는 1인당 GNP가 1만 4천 달러로 한국(3만 4천 달러)보다 낮다.

그러나 포스코가 리튬 개발에 참여하는 등 한⁃아르헨의 경협 관계는 순조롭다. 문제는, 그리고 우리의 관심을 끄는 대목은 밀레이 대통령의 개혁이 장기간에 걸쳐 누적된 정책실패로 인해 심하게 기울어진 노⁃사간의 운동장 정상화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점이다. 이는 현재 개정노동법(노란봉투법)과 비정규직 문제 등으로 급격하게 운동장이 기울기 시작한 한국이 절대적으로 받아들일 교훈인 동시에 메시지이기도 하다.

특히 주목할 점은 아르헨의 노동제도 개혁의 핵심과제는 해고 때 져야 할 사용자 측의 부담 경감이다. 사용자 측의 '막대한 해고 부담금' 경감은 고용 확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으나 아직은 힘에 부치는 것이 현실인 듯하다. 법원도 노조가 신청한 이 문제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는 사례가 예상보다 늘어나고 있는 것이 그 증거의 하나다.

'개혁 대통령'이 집권, 총력을 기울이더라도 일단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가 극히 어렵다는 교훈을 아르헨의 밀레이 대통령이 몸으로 발신하고 있는 셈이다. 마이너스 성장과 2백%가 넘던 인플레이션에 성공적으로 잡은 대통령조차 힘에 부치는 것이 장기간에 걸쳐 누적된 노⁃사간의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기다.

그런데 현재 우리 상황은 어떤가? 더불어민주당이 집권하자마자 들고나온 것이 노동법 개정, 이른바 노란 봉투법이다. 하청기업이 원청과 협상할 수 있는 길을 턴 것이다. 정책 목적은 나무랄 데 없는, 시장경제 운용의 가장 이상적인 제도로 평가할 수도 있는 법임에는 별다른 이의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이상을 달성할 수 있을 만큼 녹록하지 않음은 어느 시대나 마찬가지다. 한가지 예를 들어보자. 원청기업이 하청기업 작업장의 안전 챙기기에 최선을 다하면 '직접 고용'과 다를 바 없어 하청기업과 직접 노사협상을 해야 하고 안전 챙기기에 소홀하거나 소극적일 경우에는 중대재해법 처벌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원청기업으로서는 뛰어도 탈, 서 있어도 탈이 날 수밖에 없는 '양날의 칼 위'를 걷는 격이 된다. 노란봉투법 관련, 사용자성(使用者性)판단 역시 아직은 뿌리를 내리지 못한 채 상황에 따르는 면이 없지 않다는 불만도 나온다.

또 하나, 이재명 대통령이 앞장을 서서 바로잡기를 독려하는 비정규직의 '2년 기간제법'도 문제다. 역대 정권이 노조 반대로 실현하지 못한 과제다. 여기에 더하여 최근 삼성전자 노조가 성과급으로 영업이익의 15%를 요구하고 나온 것도 문제다.

처음에는 SK하이닉스와 같은 10%를 요구하다가 반도체 특수로 분기 영업이익이 57조 원을 초과하자 '욕심'을 부린 것이다. 노조는 연간 영업이익을 2백 70조 원으로 예상, 15%인 40조 원을 성과금, 1인당 6억 2천만 원의 '성과배당'으로 계산한 것. 그러나 이 금액은 작년 삼성전자가 연구개발(R&D)에 투자한 37조 원보다 많다. 돈을 벌면 번 만큼 종업원, 주주와 나누어 가지는 것이 도리다.

그러나 돈을 벌기 위한 연구 개발과 인수 합병은 오로지 경영자가 판단하고 집행할 몫이다. 자칫 나누어 가지기에 급급하여 투자 기회를 놓치면 그 순간 기업은 문 닫을 준비를 해야 할지도 모르는 것이 국제경쟁이다.

특히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인공지능 분야는 시간 단위가 아니라 분 단위, 초 단위 경쟁에서 이겨야 비로소 살아남을 수 있으며 돈도 벌 수 있다. 이를 무시한 채 눈앞의 돈에 눈이 멀어 판단을 그르친다면, 그래서 진짜로 파업이라도 벌인다면 앞날을 누가 장담하고 또 보장할 것인가? 노사 제도 개혁을 앞세워 취임하자마자 인플래이션을 잡고 풀러스 성장을 달성한, 그러나 여전히 고전을 면하지 못하고 있는 아르헨티나 밀레이 대통령이 던지는 메시지에서 우리도 교훈을 찾아야 할 것이다.

<Who is>

이원두 칼럼니스트. 언론인. 번역가 한국일보 부장, 경향신문 문화부장 부국장 내외(현 헤랄드)경제 수석논설위원, 파이낸셜 뉴스 주필 한국추리작가협회 상임 부회장 등 역임

이원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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