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억원 금융위원장이 1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금융시장 리스크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중동 정세 불안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정부가 석유화학·정유업계를 시작으로 피해 업종에 대한 금융 지원을 한층 강화한다.
정책금융 신규 자금지원 프로그램은 기존보다 확대해 총 26조8000억원 수준으로 늘리고, 회사채 차환 부담이 있는 기업에는 신용보증기금 채권담보부증권(P-CBO) 지원 조건도 완화하기로 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석유화학·정유업계 및 정책·민간 금융기관과 '중동상황 피해업종 산업-금융권 간담회'를 열고 "중동 수출입기업이나 협력·납품업체 등 피해기업의 유동성 애로 완화를 중점 지원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회의는 중동 리스크 관련 산업별 릴레이 간담회의 첫 회의로, 원유 수급과 공급망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석유화학·정유업계를 우선 대상으로 삼았다.
이 위원장은 석유화학·정유산업이 중동 공급망과 직접 연결된 데다 자동차·조선·전자·건설·물류 등 전방 산업 전반에 기초 소재와 연료를 공급하는 기반 산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원가 상승과 유동성 부담뿐 아니라 설비 가동 축소와 생산 차질 가능성까지 커지고 있는 만큼, 금융권과 함께 선제 대응에 나서겠다는 설명이다.
우선 정책금융기관의 신규 자금지원 규모는 한 단계 더 확대된다.
산업은행·기업은행·신용보증기금·수출입은행 등은 중동 사태 직후 20조3000억원 규모로 프로그램을 가동한 뒤 이를 24조3000억원으로 늘렸고, 정부 추경안에 반영된 프로그램이 국회를 통과하면 총 26조8000억원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민간 금융권도 5대 금융지주와 은행권을 중심으로 53조원 플러스알파(+α) 규모의 신규 자금 프로그램을 공급할 계획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중동 사태 이후 3월 한 달간 정책·민간 금융권이 지원한 신규 자금과 기존 대출 만기 연장 규모는 10조7000억원 이상이다.
회사채 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 여건도 보완한다.
금융위는 이날부터 중동 상황 피해 중소·중견기업이 1년 내 만기가 돌아오는 P-CBO를 차환할 경우 상환비율을 기존 최소 10%에서 최소 5%로 낮추고, 후순위 인수 비율과 가산금리도 각각 최대 0.2%포인트, 0.13%포인트 인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차환 지원이 가능한 P-CBO 잔액은 약 9000억원이며, 이 가운데 석유화학 업종이 약 17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산업 안정화 지원도 병행한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한국석유공사의 원유 확보를 위한 유동성 지원 방안을 논의 중이며, 총 1조원 규모의 기업구조혁신펀드 6호도 이달 중 조성을 마치고 본격 투자에 들어갈 예정이다.
해당 펀드는 석유화학을 비롯해 반도체·자동차·디스플레이·철강·이차전지 등 6개 주력 산업의 사업재편과 재무구조 개선을 지원하는 데 투입된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업계는 미국·아프리카 등에서 긴급 원료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생산 차질과 경영 부담이 현실화할 수 있다며 금융권의 지속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금융위는 이번 회의를 시작으로 주요 산업별 릴레이 간담회를 이어가며 업종별 애로를 점검하고, 현장 수요를 반영한 금융지원 대책을 순차적으로 보완해 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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