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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슈in] 신세계, AI 전략 재정비… '말하는 AI'에서 일'하는 AI 인프라로...

유통 공룡 신세계그룹이 인공지능(AI) 전략을 발표한 지 열흘 만에 방향을 틀었다. 지난 6일 오픈AI와 AI 커머스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챗GPT 대화창에서 검색·결제·배송을 원스톱 처리하는 완결형 커머스를 2027년...

[이슈in] 신세계, AI 전략 재정비… '말하는 AI'에서 일'하는 AI 인프라로...

[천지일보= 양효선 기자] 유통 공룡 신세계그룹이 인공지능(AI) 전략을 발표한 지 열흘 만에 방향을 틀었다. 지난 6일 오픈AI와 AI 커머스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챗GPT 대화창에서 검색·결제·배송을 원스톱 처리하는 완결형 커머스를 2027년 상용화하겠다”고 선언했던 신세계가 17일 파트너를 리플렉션AI로 전격 교체했다. 단순한 기술사 교체가 아니다. 챗봇 중심의 프런트엔드 AI에서 물류·소싱 중심의 인프라 AI로 축을 이동한 결정이다.

◆‘화려한 AI’보다 ‘지독한 실무’… 수익 구조 택하다

신세계의 셈법은 명확하다. 고객과 대화하는 AI보다 상품을 팔고 비용을 줄이는 AI다. 리플렉션AI와의 협업은 상품 소싱·발주·가격 책정·물류·재고관리·고객 데이터 분석 등 리테일 밸류체인 전 과정 6개 축을 겨냥한다.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적시에 공급하고 최적 가격으로 판매하는 한편 물류와 재고의 비효율을 줄여 생산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구조다.

이는 글로벌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미국 월마트는 오픈AI와 협력해 챗GPT 기반 쇼핑 기능을 시범 운영했다가 낮은 결제 전환율과 정보 오류 문제로 지난달 서비스를 중단했다. 챗GPT 안에 각 회사 앱을 넣어 상품 검색과 추천을 제공하는 방식이 기존 서비스와 차별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 바 있다. 신세계 역시 이 한계를 인식하고 AI 투자의 무게중심을 소비자 접점이 아닌 내부 운영 효율화 쪽으로 옮긴 것으로 보인다.

◆AI를 서비스가 아닌 ‘인프라’로… 이마트가 선두에 선다

이번 전략의 핵심은 AI를 일회성 서비스가 아니라 그룹 전체를 관통하는 운영 인프라로 보는 관점 전환에 있다. 리플렉션AI와의 협업은 지난 3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정용진 회장과 미샤 라스킨 리플렉션AI CEO,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 배석한 전략적 파트너십 MOU를 기반으로 하며 당시부터 250MW 규모의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건립이 핵심 의제였다. 신세계는 이를 바탕으로 클라우드와 맞춤형 솔루션을 결합한 ‘풀스택 AI 인프라’를 구축하고 고객 데이터를 활용한 AI 에이전트를 고도화한다는 구상이다.

실행은 이마트가 선두에 선다. 상품 수가 가장 많고 고객 접점이 넓은 이마트를 중심으로 AI 혁신 방안을 구체화하며 이달 말 방한 예정인 리플렉션AI 경영진과의 워크숍에서 데이터센터 건립 및 운영 모델 논의도 본격화할 계획이다. 양사는 MOU 체결 이후 최고 경영진이 한미 양국을 오가며 소통을 이어왔으며 실무진도 정례 화상회의를 통해 사업 논의를 병행하고 있다. 신세계그룹과 리플렉션AI는 “함께 미래 유통업에 최적화된 AI 기반 리테일 사업 모델을 구현해 생산성을 높이고 고객 만족도를 향상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신세계그룹이 리플렉션AI와 손잡고 국내 최대 규모 AI 데이터센터 구축 및 리테일 전반 AI 전환을 추진하는 가운데, 양사 관계자들이 ‘소버린 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공: 신세계그룹)

◆소버린 AI와 맞닿은 전략… 하정우 수석 “메모리·에너지가 핵심”

신세계의 독자 인프라 구축 행보는 국가적 ‘AI 주권(소버린 AI)’ 담론과 맥이 통한다. 하정우 수석은 최근 “글로벌 빅테크의 API 가격 정책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국가적 인프라와 독자적인 모델 생태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한국의 HBM(고대역폭 메모리) 경쟁력을 지렛대 삼은 하드웨어 주권 확보와 에너지 믹스·지산지소(발전소 인근 건설) 정책의 시급성을 역설했다.

신세계가 리플렉션AI와 250MW급 AI 데이터센터 건립을 추진하는 것은 이 기조와 궤를 같이한다. 외부 기술을 도입하는 수준을 넘어 신세계만의 유통 데이터를 직접 처리할 수 있는 자체 인프라를 확보함으로써 글로벌 빅테크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포석이다. 업계는 이를 “글로벌 기술 유행에 편승하지 않고 한국 유통 특성에 맞는 독자 AI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실리주의적 주권 선언”으로 평가한다.

◆“직원은 팀장, AI는 팀원”… 현장 AX(인공지능 전환)로 본업 경쟁력 강화

하정우 수석은 AI가 화이트칼라 일자리를 위협한다는 우려에 대해 “AI를 경쟁 대상이 아닌 동료로 활용하는 전환 교육이 핵심”이라며 코딩을 몰라도 AI 에이전트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모두의 창업’ 시대를 예고했다. 신세계가 설계하는 현장 중심 AX 구조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현장 직원이 AI 에이전트를 활용해 상품 위험도를 측정하고 발주량을 계산하는 방식으로 단순 반복 업무에서 효율을 뽑아내는 ‘사내 창업가적 혁신’을 리테일 현장에 이식하겠다는 취지다.

◆남은 과제… 250MW 인프라, 에너지 수급이 변수

다만 실현까지는 현실적 난제가 수반된다. 하정우 수석이 직접 지적했듯 초대형 AI 인프라의 실효를 거두려면 전력 수급과 송배전망 확보라는 국가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250MW급 데이터센터는 단일 기업의 의지만으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규모다.

본지는 이번 전략 수정과 관련해 신세계그룹에 ▲챗봇 기반 커머스의 한계를 인식하고 백엔드(물류·소싱) 혁신으로 무게중심을 이동한 것인지 ▲소버린 AI 기조에 맞춰 독자 유통 인프라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인지를 질의했다. 신세계 측은 “다음 주 월요일에 관련 부서와 확인한 뒤 공식 입장을 전달하겠다”고 답했다.

신세계의 이번 결정은 단순한 파트너 교체를 넘어 한국 유통 데이터를 직접 통제할 수 있는 자체 인프라를 구축해 ‘데이터 영토’를 지키겠다는 강력한 선언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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