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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상기후·군사충돌 우려…반도체 팹 분산 배치가 필수다

최근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표준이자 원칙 중 하나는 바로 생산 기지의 ‘철저한 분산 배치’다.

이상기후·군사충돌 우려…반도체 팹 분산 배치가 필수다

이상기후·군사충돌 우려…반도체 팹 분산 배치가 필수다

[광주 반도체, 대한민국 미래 연다]

주요 생산시설 한 전력망·수계에 몰리면 정전·가뭄 등에 셧다운 될수도

경기 용인·전남광주 독립된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은 국가적 당면 과제

2026년 07월 26일(일) 21:50

/클립아트코리아

최근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표준이자 원칙 중 하나는 바로 생산 기지의 ‘철저한 분산 배치’다.

이론적으로 반도체 팹(생산공장)은 가까이 모을수록 장비·소재 공급과 인력 운용이 쉬워진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경기도 용인에 짓는 용인 반도체산단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국가 생산시설이 한 지역과 같은 전력망·수계에 몰리면 정전이나 지진, 가뭄, 군사적 충돌이 산업 전체의 셧다운 사태로 번질 수 있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가 필요한 첫 번째 이유는 수도권 몫을 나누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반도체 공급망에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두 번째 엔진을 다는 데 있다.

분산은 보험이 아니라 실제 생산전략이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르네사스 나카공장이 멈추자 회사는 일본 내 다른 공장과 외부 파운드리로 생산을 옮겼다.

지난 2021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을 덮친 기록적인 북극 한파 사태가 이를 증명한다.

당시 겨울 폭풍으로 인한 대규모 정전 사태로 삼성전자 오스틴 공장을 비롯해 NXP, 인피니언 등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들의 팹 가동이 며칠간 전면 중단됐다.

이 사건 하나로 전 세계 자동차 반도체 공급망이 마비되며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조업을 멈추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는 것이 반도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TSMC도 2024년과 2025년 대만 지진으로 재공품과 생산설비 피해를 입고 각각 수십억 대만달러의 손실을 반영했다. 특정 지역에 생산능력이 몰릴수록 재난의 지역 피해가 세계 공급망 충격으로 확대된다는 경고다.

반도체 공장은 일반 제조시설과 복구 방식도 다르다.

웨이퍼 한 장에는 산화·노광·식각·증착 등의 공정이 수백∼1000여 차례 반복된다. 전기가 순간적으로 끊기거나 전압이 흔들리면 장비만 다시 켜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공정 중이던 웨이퍼를 폐기하고 클린룸과 장비를 재검증한 뒤 수율을 다시 끌어올려야 한다. 몇 시간의 정전이 장기간 생산차질과 납품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다.

한국은 그동안 반대 방향으로 달려왔다.

정부가 2024년 발표한 경기 남부 메가클러스터에는 당시 생산 팹 19개와 연구 팹 2개가 집적돼 있었으며, 2047년까지 622조원을 투자해 생산 팹 13개와 연구 팹 3개를 추가하는 계획이 마련됐다.

삼성전자 화성·평택·기흥 라인과 SK하이닉스 이천·청주 라인이 반경 100㎞ 이내에 밀집해 있고, 여기에 삼성전자 용인 국가산단과 SK하이닉스 용인 일반산단까지 예정돼 있어 수도권에 몰리게 된다.

산업 효율은 높아질 수 있지만 전력계통 고장과 팔당 수계 이상, 수도권 대형 재난이 발생하면 여러 생산거점을 흔들 가능성도 커진다. 이 뿐만 아니다. 오산 미공군기지와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부지 사이 직선거리는 10여㎞에 불과하다.

삼성전자, 모토로라, STM 등 세계 4개 반도체 회사에서 30여년간 근무한 이력을 가진 반도체 전문가인 이봉렬씨는 최근 광주 강연에서 “대만 유사시 미군기가 오산에서 출격할 텐데, 각도가 1도만 어긋난 미사일이 용인 반도체 산단으로 떨어지면 국내 메모리 산업 전체가 멈춘다”며 지정학 리스크의 심각성을 짚었다.

이러한 이유로 글로벌 반도체 선도 기업들은 막대한 추가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생산 시설을 전 세계로 분산하고 있다.

세계 1위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의 TSMC는 본국 내에서도 북부 신주부터 중부 타이중, 남부 타이난과 가오슝 등 영토 전역에 공장을 흩어 놓았으며, 미국, 일본, 유럽 등지로 생산 거점을 끊임없이 다변화하고 있다.

미국 인텔과 마이크론 역시 미국 전역과 이스라엘, 아일랜드, 싱가포르 등 세계 곳곳에 팹을 분산시켜 위험을 줄이고 있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비추어 볼 때, 전남광주시는 대한민국의 반도체 산업이 수도권 집중의 덫에서 벗어나 생존력을 확보할 수 있는 최적의 대안 지대다.

군사적 긴장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수도권과 물리적으로 분리되어 있어 기후 및 지리적 재난으로부터 독립적인 생산망 유지가 가능하다.

국가 안보와 직결된 반도체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은 선택이 아닌 한시도 미룰 수 없는 국가적 당면 과제다.

결국 호남 클러스터 조성이라는 분산배치는 수도권 반도체 산업을 약화시키는 정책이 아니다.

경기 남부의 기존 생태계를 유지하면서 호남에 독립적인 전력·용수·인력·소부장 체계를 갖춘 생산축을 하나 더 세우는 국가경제 안전장치인 것이다. /정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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