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종 숙명여대 글로벌서비스학부 교수]
소셜미디어 중독은 청소년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세계의 점점 더 많은 정치 지도자들이 유권자들과 직접 소통하기 위해 소셜미디어를 활용하고 있다. 인도의 모디 총리와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정치인들 중 하나이며, 엄청나게 많은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모디 총리의 팔로워는 약 4억명, 트럼프 대통령의 팔로워는 2억6400만명에 이른다. 이재명 대통령도 최근 이 대열에 합류했다. 이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자신의 "생명줄"이라고 부르며, 수백만명의 팔로워와 직접 소통하기 위해 X(전 트위터)와 여타 플랫폼을 점점 더 많이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취임한 이후 이 대통령은 자신이 선호하는 소통 채널인 X에 1000개가 넘는 게시물을 올렸다. 초기에는 하루 평균 게시물 수가 2개에도 못 미쳤지만, 최근에는 하루 5~6개로 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SNS 사용이 증가한 시점은 공교롭게 지지율이 하락한 시기와 겹친다. 올해 초 60%에 달하던 지지율은 최근 40% 아래로 하락했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집값과 주가 하락, 그 밖의 경제적 어려움, 그리고 핵심 개혁 과제의 추진 속도가 늦어졌다는 진보 진영의 실망이 지지율 하락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X 게시물을 늘리는 것은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되찾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이다. 실제로 게시물 상당수는 대표적인 정책, 특히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기 위한 조치에 대한 비판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한 게시물에서 자신을 비판하는 이들을 국가가 무너져도 상관하지 않을 “저급한 사익 추구 세력"이라고 공격했다. 또 다른 게시물에서는 개혁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는 중수청장 후보자의 임명에 반대하는 강경 진보 진영을 비난했다.
이 대통령은 국내 문제뿐 아니라 매우 민감한 외교 현안에 대해서도 X를 활용한다. 올해 초에는 팔레스타인인들을 가혹하게 대하는 이스라엘 정부를 비판했다. 이스라엘군 병사들이 한 팔레스타인 소년의 시신을 옥상에서 떨어뜨리는 장면이 담긴 영상을 공유하면서, 이 대통령은 그 행위가 홀로코스트에 비견될 수 있다며 X에서 강하게 규탄했다. 이 게시물은 외교적 논란으로 이어졌고, 이스라엘 당국은 이를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최근에는 러시아를 위해 싸우다 우크라이나에 생포된 북한군 병사 2명이 한국에 도착한 사실을 우크라이나 정부가 공개한 데 대해 분노를 표출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이들의 한국 도착 사실을 비공개로 유지해 달라고 우크라이나 정부에 요청한 바 있다.
다른 많은 세계 지도자들과 마찬가지로 이 대통령은 까다롭고 종종 적대적인 전통 레거시 언론의 관문을 거치지 않고도 유권자들에게 신속하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셜미디어가 매우 편리하고 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는 자신이 오랫동안 진실을 왜곡하고 거짓으로 모함해 온 기존 언론의 피해자였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에는 왜곡된 공격이 심해질수록 국민과 직접 소통하고 국민에게 의지해야 한다는 게시물을 X에 올렸다.
기존 언론이 만들어 내는 거짓과 편견에 대한 이 대통령의 주장에는 근거가 있다. 그러나 자신이 애용하고 있는 소셜미디어 역시 그에 못지않은 수준의 허위정보와 양극화를 조장한다. 철저한 사실 확인과 언론의 검증 기능이 없다면, 소셜미디어의 메시지도 똑같이 현실을 왜곡하고 대중을 오도할 수 있다. 이스라엘군 병사들이 팔레스타인 소년을 떨어뜨리는 영상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대통령이 처음 생각했던 것과 달리 해당 사건은 최근에 발생한 일이 아니었다. 그 영상은 2년 전의 것이었고, 결국 이 대통령은 게시물을 수정해야 했다.
정치 지도자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직접 소통할 때 발생하는 위험은 외교·국제 문제와 관련될 경우 더욱 커진다. 국내 문제에 비해 사실 확인이 훨씬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종종 비이성적이고 충동적인 게시물을 통해 많은 외교적 혼란을 초래했다. 그는 자신의 플랫폼인 트루스 소셜에 하루 평균 17개의 게시물을 올리면서, 핵심 외교정책과 관련해 노골적으로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외국 정부뿐 아니라 미국의 외교정책 관련 기관과 전문가들까지 혼란에 빠진다. 이러한 게시물은 전 세계 자본시장에 충격을 주기도 한다. 미국의 대이란 전쟁 와중에서 호르무즈 해협이 안전한지, 또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고 있는지 등 핵심 외교 사안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스럽고 혼란스러운 게시물들이 좋은 사례다.
이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트럼프의 소셜미디어를 통한 직접 소통에 대한 맹목적인 집착은 대체로 자신에게 비판적인 기성 언론에 대한 깊은 불신에서 비롯된다. 트럼프는 뉴욕타임스와 CNN 같은 기존 언론사를 흔히 "가짜 뉴스" 또는 "공공의 적"이라고 부른다. 그가 이들 언론에 가한 가장 최근의 공격은 CNN을 비롯해 자신에게 비판적인 두 언론사의 기자들을 백악관 기자실에서 축출한 일이었다. 이 결정은 이후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렸지만 그 이후도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 언론에 대한 공격을 늦추지 않고 있다.
그에 비하면 이 대통령은 아직 전통 언론에 대해 그 정도의 노골적인 적대감을 드러내지는 않고 있다. 또한 트럼프의 유해한 메시지에 비하면 이 대통령의 게시물은 대체로 온건한 편이다. 중앙일보의 추산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X 게시물 중 85%가 중립적인 내용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인기가 계속 하락하거나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면, 상황이 바뀔 수도 있다. 트럼프처럼 지지층을 결집하고 비판 세력을 공격하기 위해 SNS 게시물을 무기화하고 싶은 유혹을 받을 수 있다.
필자 주요 이력
▷연세대 언론정보학 박사 ▷AP통신 특파원 ▷뉴스위크 한국지국장 ▷서울외신기자클럽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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