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티 반군 “홍해 봉쇄” 선언
여기도 닫히나
예멘의 친이란 성향 후티 반군이 홍해 입구인 바브엘만데브 해협 봉쇄를 선언하면서 국제유가 상승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다. 21일 서울의 한 사무실 모니터에 띄워진 실시간 선박 위치 조회 사이트 ‘마린트래픽’(www.marinetraffic.com) 지도에 호르무즈와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선박 운항 흐름이 표시돼 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미·이란전 격화에 유가 또 들썩
중동산 원유 의존도 높은 한국
호르무즈 ‘우회로’도 막히는 셈
회복 국면 성장률·환율 먹구름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다시 격화하면서 국제유가가 또 들썩이고 있다. 특히 봉쇄된 호르무즈 해협의 우회로 역할을 해온 홍해마저 막힐 위기에 처하자,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비상등이 켜졌다.
국제유가 급등이 물가와 환율을 자극하면서 서민과 중소기업의 부담을 키우는 ‘3고’(고물가·고환율·고금리)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9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89.22달러로 미국·이란 휴전 협정 전인 지난 6월11일 이후 가장 높았다. 이날 한때 90달러를 넘기도 했다. 이달 초 브렌트유가 71달러까지 떨어졌던 것을 고려하면 20일 만에 다시 30%가량 치솟은 셈이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 선물 종가도 배럴당 82.23달러로 6월12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안정세를 찾아가던 국제유가를 다시 흔드는 변수는 ‘홍해 봉쇄 위협’이다. 미국과 이란이 다시 군사적 충돌을 하는 가운데 예멘의 친이란 성향 후티 반군이 “모든 사우디아라비아 항구에서 선박의 화물 적재와 하역을 금지한다”며 홍해 봉쇄를 선언했다.
홍해 입구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막겠다고 나서면서 국제 원유 수송 차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홍해는 중동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 후 사우디의 석유를 아시아 지역으로 수출하던 우회로였다. 해운 데이터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6월 한 달간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과한 석유류 물동량은 하루 740만배럴로, 전 세계 원유 생산량의 약 7%에 달했다. 유가 전망치도 다시 올라가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4분기 브렌트유 선물 가격이 배럴당 110달러를 넘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올해 상반기 중동전쟁으로 미국 등 주요국의 원유 재고량이 크게 줄어든 상황이라 원유 가격이 더 빠르게 오를 수 있다.
유가 상승은 한국 경제에 큰 타격 요인이다. 전문가들은 석유류를 비롯한 수입물가가 오르면서 관련 중소기업과 자영업자가 직격탄을 맞고, 2~3개월 후에는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 대통령 “석유 최고가격제 강화해야 할 듯”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2%로 한국은행의 목표 수준(2%)을 크게 웃돌았는데 하반기에도 3%대 상승이 계속될 수 있다는 뜻이다. 한은은 지난 5월 올해 경제성장률을 2.6%, 물가 상승률을 2.7%로 전망하면서, 4분기(10~12월)에는 호르무즈 해협 통항량이 전쟁 이전 대비 60%로 회복될 것을 전제로 했다. 만약 4분기에도 통항량이 30~40%에 그치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1%로 내려가고,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3%로 올라간다.
여기에 더해 홍해 봉쇄가 현실화하고 길어진다면 한국이 주로 쓰는 중동산 원유 수입에 드는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 물가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진다.
최근 겨우 1400원대로 안정을 찾아가던 원·달러 환율은 다시 1500원대로 뛰어오를 수 있다. 원유 결제를 달러로 하다 보니 국제적 달러 수요가 커지고, 위기 상황에서 달러 선호도가 높아지는 측면이 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도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았거나 새로 대출을 받아야 하는 차주들의 이자 부담이 커진다. 한은은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연 2.5%에서 2.75%로 상향했는데, 신현송 한은 총재는 “물가 안정 확신이 들 때까지 대응한다”고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정부는 대응에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은 21일 국무회의에서 석유 최고가격제에 대해 “계획에 의하면 지금쯤 더 내리거나 폐지했어야 하는데 오히려 더 강화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7~8월에 쓸 원유와 나프타는 안정적으로 확보가 돼 있다”며 “전쟁 상황을 봐서 9월 이후 (사용량)까지 확보하는 노력을 하겠다”고 했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3고 위기에서는 기업 간 양극화가 심해지고, 금리 부담이 커진 개인들이 소비를 줄이게 돼 경제 성장이 내수로 확산하기 힘들 것”이라며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정부의 재정 정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