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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번엔 정말 다르다?"... AI 광풍 속 반도체주 폭등에 월가도 초긴장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공격적인 투자도 시장 과열 논란을 키우고 있다. 미국 대형 기술기업들은 확보 가능한 반도체를 사실상 '싹쓸이'하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AI 경쟁에서 뒤처질 경우 시장 지배력을 잃을 수...

"이번엔 정말 다르다?"... AI 광풍 속 반도체주 폭등에 월가도 초긴장

뉴욕 증권거래소의 트레이더. 사진=AFP 연합뉴스.

AI 열풍이 전 세계 증시를 뒤흔드는 가운데 반도체주 랠리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폭등하는 반도체 종목들의 흐름이 2000년대 닷컴버블과는 다르다고 평가하면서도, 과열 위험성에 대한 경계심 역시 함께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9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은 “반도체 주식의 거대한 질주가 둔화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최근 글로벌 증시 상승의 중심에 반도체 업종이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생성형 인공지능(AI)과 에이전트형 AI 서비스 확산이 GPU를 넘어 CPU, 메모리 반도체, 서버용 반도체 전반의 수요를 폭발적으로 키우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실제로 최근 6주 동안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에 포함된 반도체 기업들의 시가총액은 약 3조8천억달러 증가했다. 원화로 환산하면 5천500조원이 넘는 규모다. 글로벌 증시 역사상 보기 드문 속도의 자금 쏠림 현상이 반도체 업종에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개별 종목 상승률은 더욱 충격적이다. 최근 1년 동안 샌디스크 주가는 무려 4,000% 넘게 폭등했고, 마이크론은 700% 이상 상승했다. 한동안 침체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인텔 역시 480% 이상 급등했다. AI 데이터센터 구축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메모리와 연산용 반도체 확보 전쟁이 벌어진 결과라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올해 초부터 AI 서비스 패러다임이 달라졌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기존 생성형 AI가 질문에 답변하는 수준이었다면, 최근에는 스스로 작업을 수행하는 ‘에이전트형 AI’가 본격 상용화되기 시작했다. 앤트로픽 등 주요 기업들이 선보인 AI 에이전트 기능이 시장에서 호평을 받으면서, 24시간 실시간 연산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AI가 단순 검색을 넘어 기업 업무와 소비자 생활 전반으로 침투하면서 데이터센터 확장 속도 역시 가팔라지고 있다. 그 결과 GPU뿐 아니라 CPU와 HBM, 서버용 D램, SSD 등 거의 모든 반도체 품목이 공급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공격적인 투자도 시장 과열 논란을 키우고 있다. 미국 대형 기술기업들은 확보 가능한 반도체를 사실상 ‘싹쓸이’하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AI 경쟁에서 뒤처질 경우 시장 지배력을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이번 반도체 랠리가 과거 닷컴버블과 다른 점은 실적이다. 2000년 전후 인터넷 기업들은 이익 없이 기대감만으로 급등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현재 반도체 기업들은 실제 천문학적 수준의 수익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 사례가 마이크론이다. 애널리스트들은 마이크론이 2026 회계연도에 매출 1천70억달러, 영업이익 77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불과 3년 전인 2023 회계연도에는 영업적자를 기록했던 회사가 AI 시대 최대 수혜주로 변신한 셈이다.

반면 시장 일각에서는 지나친 낙관론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근 인텔이 애플과 칩 제조 계약을 논의 중이라는 보도 이후 하루 만에 14% 급등했고, 마이크론 역시 하루 15% 넘게 상승하는 등 투기적 흐름도 일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바클레이스 애널리스트들은 최근 투자자들에게 보낸 보고서에서 “‘미친 움직임’은 대부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동시에 시장 과열 위험 역시 부인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실제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브로드컴과 TSMC 등에 투자한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은퇴 변호사 피터 파인버그는 WSJ 인터뷰에서 “최근 수익률은 초현실적인 수준”이라며 “반도체 보유 주식을 언제 팔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파티는 경찰이 들이닥치기 직전이 가장 즐겁다”며 현재 시장 분위기를 경계했다. 이어 “투자자에게 가장 위험한 말은 ‘이번에는 다르다’는 표현”이라며 “현재 시장은 비싸 보인다”고 평가했다.

국내 증시 역시 이 같은 글로벌 반도체 랠리의 영향권에 들어가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주요 반도체주가 강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AI 서버 관련 장비·소재 기업들까지 투자 자금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AI 인프라 투자 확대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특히 AI 서비스 경쟁이 글로벌 국가 대항전 양상으로 번지면서 서버 증설과 데이터센터 구축 경쟁은 오히려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과거 닷컴버블 사례처럼 기대감이 지나치게 앞서갈 경우 급격한 변동성 확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실적 성장세가 유지되는 동안에는 상승 흐름이 이어질 수 있지만, 어느 순간 성장 둔화 신호가 포착될 경우 투자 심리가 빠르게 냉각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시장 전문가들은 결국 핵심은 실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AI 시대가 열리면서 반도체 산업의 구조적 성장 가능성은 분명하지만, 이미 주가에 상당 부분 기대감이 반영된 만큼 기업별 실적과 밸류에이션 점검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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