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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번 축제에 연예인 누구 와요?"만 궁금…스펙 안되는 총학생회 외면하는 대학가

"경쟁자가 없었는데도 떨어졌습니다. 투표에 참여하는 학생이 턱없이 적었거든요. "

주요 대학 15곳 중 7곳 총학생회장 無

후보 부재, 투표율 미달 등 공백 반복

취업 경쟁 매몰…학생자치 의미 퇴색

"경쟁자가 없었는데도 떨어졌습니다. 투표에 참여하는 학생이 턱없이 적었거든요."

서울 소재 대학에서 총학생회장 선거에 단독 출마했던 김모씨(26)는 투표함도 열어보지 못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끊어진 학생사회를 다시 연결해보겠다는 포부로 출사표를 던졌지만, 투표율이 유효 기준인 50%에 미치지 못했다. 경쟁자와 싸워 이기는 것보다 재학생 절반의 투표를 끌어내는 일이 더 어려웠던 것이다. 김씨는 "낙선보다 학생들의 시선에 더 큰 절망감을 느꼈다"며 "총학생회를 특정 정치색으로 바라보거나 축제 기획단 정도로 여기는 듯하다"고 털어놨다.

'학생 민주주의' 총학, 후보 나와도 투표 안 한다

지난달 30일 오전 8시께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학생회관 내 총학생회 게시판이 비어 있다. 이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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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대학가에서 총학생회장 공석 사태가 반복되고 있다. 입후보자가 없어 선거를 진행하지 못하거나 후보가 있어도 투표율 미달로 무산되면서 공백이 길어지는 모습이다. 총학생회는 청년층의 민주적 의사결정과 대표성을 학습하는 공동체적 가치를 지녔지만, 취업·학점·대외활동 등 스펙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활동에 실익이 없다는 인식이 확산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2일 아시아경제가 서울 주요 대학 15곳의 총학생회 운영 현황을 조사한 결과, 서울대·연세대·고려대·한양대·동국대·국민대·숙명여대 등 7곳의 총학생회장이 공석인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대학은 공백을 메우기 위해 보궐선거까지 추진했지만 후보자가 없거나 투표율이 일정 기준에 미치지 못해 무산됐다. 비상대책위원회 또는 이에 준하는 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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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자치 역사에서 큰 상징성을 지닌 서울대는 총학생회를 꾸리기 위한 시도가 무산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2023년 11월 제64대 선거에 단일 선거운동본부가 출마했지만 투표율이 24.4%에 그쳤고, 이듬해 3월 재선거에는 입후보자가 없었다. 그 다음 선거에서 두 선본이 맞붙어 어렵사리 총학생회가 출범했지만, 제65대 선거가 재차 무산됐고 다시 총학생회장 자리가 비었다.

연세대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2016학년도부터 올해까지 재선거를 포함해 치러진 총학생회 선거 17회 가운데 13회가 무산됐다. 제58대 총학생회장단 선거에선 단일 선본이 투표율 50.6%로 가까스로 당선됐지만, 투표율을 인위적으로 높이기 위한 부정행위가 드러나 당선 무효 처리됐다.

후보가 출마해도 학생들의 투표 참여가 저조해 총학생회를 구성하지 못한 경우도 있다. 동국대는 2022~2024년 투표율 미달과 후보 자격 문제, 입후보자 부재 등으로 선거가 줄줄이 무산됐다가 3년 만인 지난해 보궐선거에서 총학생회를 꾸렸다. 올해 초 보궐선거에는 두 선본이 출마하면서 모처럼 경선이 성사됐지만 이번에도 투표율이 절반을 넘지 못해 개표도 하지 못했다.

입학하자마자 '취업 경쟁'…"실익 없는 활동일 뿐"

서울대학교·연세대학교·고려대학교 총학생회 선거 무산 공고. 각 대학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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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현상의 배경에는 학생자치 활동에 들이는 시간과 책임에 비해 주어지는 실익이 크지 않다는 인식이 자리한다. 취업과 학점, 대외활동 등 개인의 스펙을 쌓는 일이 우선순위가 된 시대에서 학생자치 활동에 상당한 시간을 투입할 유인이 사라졌다는 게 대학가의 목소리다.

동국대생 조모씨(25)는 "학생회 활동에 시간을 잔뜩 들여도 제대로 인정받기 어렵고 취업할 때도 학생회 경력을 굳이 좋게 보지 않는다는 인식이 생겼다"고 말했다. 서울대생 박모씨(24)는 "성과를 내도 그다지 인정받지 못하는데 문제가 생기면 비난이 학생회로 쏠린다"고 꼬집었다.

학생들이 총학생회에 기대하는 역할이 달라졌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학생이 사회적 문제에 목소리를 내고 민주적 의사결정과 자치 활동에 큰 의미를 부여했던 시대가 지나면서, 학사 제도 개선이나 학생 권익을 대변하는 역할 대신 축제를 비롯한 행사에 대한 요구가 많아졌다.

대학가 총학생회 일각에선 사실상 '축제 기획단'으로 전락했다는 자조 섞인 한탄도 나온다. 서울의 한 대학에서 총학 임원으로 활동한 김모씨(27)는 "학사 요구안이나 제도 개선, 교육 여건보다 축제를 얼마나 크게 꾸리고 어떤 연예인을 섭외하는지가 더 큰 관심을 받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또다른 대학에서 활동했던 정모씨(26)는 "총학생회가 누구나 대행할 수 있는 축제나 복지 이벤트에 치중하는 경향이 생기면서 스스로 존재 이유를 잃어버린 것 같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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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총학생회 활동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낮고 부정적인 시각이 퍼지다 보니 학생들 입장에선 시간·비용 대비 얻는 것이 없다는 판단을 하게 된다"며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취업을 목표로 움직이는 현실이 바뀌지 않는다면 총학생회 구성의 어려움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구 교수는 "

기업 등 채용 주체도 학내 공동체 활동이나 봉사, 학교에 기여한 경험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명확한 기준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지예 기자 eas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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