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주식 30조 순매도 등 영향…이달 원화 하락 폭 4.72%
지난주 평균 환율 17년 만에 1500원대…"중동전쟁 확대시 1,550원 넘을 수도"
[금융소비자뉴스 박혜정 기자] 중동 리스크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을 대거 매도하며 원/달러 환율 평균이 1,490원 선에 육박하며 역대 4위 수준으로 치솟는 등 이달 들어 환율 분야에서 안 좋은 신기록들이 쏟아졌다.
29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과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27일까지 평균 환율(주간거래 종가 기준)은 1,489.3원으로, 외환위기 중이던 1998년 3월(1,488.87원)을 넘어 월간 기준 역대 네 번째로 높았다.
올해 들어 평균 환율은 1,464.93원으로 역시 외환위기였던 1998년 1분기(1,596.88원) 이후 가장 높았고, 지난 주 평균 환율은 1,503.4원으로 17년 만에 1,500원대로 올라섰다.
이달 들어 지난 28일까지 달러 대비 원화 가치 하락 폭은 4.72%(뉴욕 종가 기준)로 주요국 중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같은 기간 2.6% 올랐다.
달러인덱스를 구성하는 주요 6개국 통화인 유럽연합(EU) 유로(-2.62%)와 일본 엔(-2.58%), 영국 파운드(-1.64%), 스위스 프랑(-3.72%), 캐나다 달러(-1.81%), 스웨덴 크로나(-4.68%) 모두 원화보다 하락 폭이 작았다.
아시아에서는 호주 달러(-3.46%)와 대만 달러(-2.11%), 중국 역외 위안(-0.84%) 등이 원화보다 하락 폭이 작았고, 태국 밧(-4.84%), 칠레 페소(-5.48%), 러시아 루블(-5.08%),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6.90%) 등은 원화보다 하락 폭이 컸다.
이 같은 원/달러 환율 급등은 중동 전쟁 충격에 더해 외국인들이 코스피를 두 달 연속 사상 최대 규모로 팔아치우면서 원화를 끌어내린 때문이다.
이달 들어 외국인 투자자는 코스피에서 사상 최대인 29조8146억원을 순매도했고, 두 달간 총 순매도 규모는 50조원을 넘었다. 외국인은 지난 한 주에만 국내 주식을 13조3164억원어치 팔아치워 주간 기준 종전 최대였던 지난 2월 마지막 주(11조7889억원)를 넘어섰다.
지난달에는 연초 상승률이 높았던 코스피에서 차익 실현을 하려는 외국인들의 순매도가 많았다면, 이달 들어서는 중동 전쟁으로 인한 위험 회피 심리와 AI·반도체 산업 고평가 우려까지 겹치면서 순매도 규모가 커진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에는 구글이 AI 모델 운영에 필요한 메모리 수요를 최대 6배까지 줄일 수 있는 신기술을 공개하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의 순매도가 많았다.
근본적으로 에너지 대외 의존도가 높고 반도체 수출 비중이 큰 우리나라 경제에 대한 우려가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에서 이탈하는 원인으로 지적됐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동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와 안전 자산 선호 심리, 원화 약세 우려에 따른 환차손 회피 목적 등으로 외국인 주식 순매도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전쟁이 끝나더라도 높은 유가와 기대 인플레이션은 결국 경기 침체 우려와 더불어 원화의 약세를 견인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환율이 올해 하반기까지 1,450원∼1,510원 범위에서 등락하고, 미국이 지상군을 투입하고 전쟁이 확산하는 경우 환율이 단기간에 1,550원 선도 돌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도 "유가가 120∼130달러대에서 유지된다면 환율 균형점 자체가 1,500원으로 이동할 것"이라면서 "전쟁이 완화하더라도 이전 수준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제한적이며, 연평균 환율은 역사상 가장 높은 1,450원대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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