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재 중소벤처기업부 민관 정책협의회 공동위원장이 20일 와의 인터뷰에서 이재명 정부의 자본시장 선진화 흐름 속 코스닥 개편 구상을 설명하고 있다. 그는 코스피와 코스닥의 기능 분리, 연기금과 해외 국부펀드 유입, 지역 산업 클러스터 조성을 통해 코스닥을 ‘개미시장’이 아닌 유니콘 시장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사진=심현희 기자
이재명 정부의 자본시장 선진화 드라이브가 한층 선명해지고 있다. 정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목표로 외환시장 24시간 개방, 역외 원화결제 시스템 구축, 외국인 투자자 계좌개설 편의 확대, 영문공시 강화, 무차입 공매도 감시체계 정비 등 시장 인프라 개편을 잇달아 추진 중이다. 동시에 정책 목표로는 '코스피 5000, 코스닥 3000'을 제시하며 자본시장을 성장 플랫폼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최근 발표된 정부의 자본시장 체질개선 방안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코스닥을 코스피와 같은 잣대로 평가하지 않고
별도 평가와 추가 인센티브 체계
를 도입하고,
코스닥 세그먼트 분리
를 통해 역동성과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코스닥을 코스피의 하위 시장이 아니라, 혁신기업이 상장 이후에도 자금을 끌어와 성장하는 독립 시장으로 재설계하겠다는 뜻이다.
이광재 중소벤처기업부 민관 정책협의회 공동위원장이 공식석상에서 자본시장을 전면에 들고나온 것도 이 흐름과 맞닿아 있다. 20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그는 "과거의 국가는 돈을 쓰는 국가이자 경찰 국가였지만, AI시대에 일자리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돈을 버는 국가로 전환하지 않으면 생존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시장의 룰을 바꾸는 단계라면, 이광재는 그 위에
국가 자산과 연기금, 국부펀드를 결합해 코스닥을 유니콘의 운동장으로 바꾸는 그림
을 얹고 있었다.
코스닥은 '개미시장'이 아니라 유니콘 시장이어야
그의 문제의식은 분명하다. 지금 코스닥은 개인투자자가 80%를 떠받치는 시장이다. 그는 "이 80% 개미의 힘만으로는 견딜 수가 없다"며 지금 구조로는 우량 기업도, 장기 투자도, 유니콘도 키우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코스피가 이미 삼성전자·SK하이닉스 같은 대형주와 외국인 중심 시장이라면, 코스닥은 미래 성장주와 벤처가 커져야 할 시장인데 현실은 테마주와 단기 매매 중심으로 기울어 있다는 얘기다.
그가 내놓은 해법은 단순한 증시 부양책이 아니다.
코스피와 코스닥을 사실상 다른 시장으로 보고, 코스닥에는 연기금 같은 장기 자금을 본격적으로 붙여야 한다
는 것이다. 그는 "코스닥을 키워야 한다. 거기에 연기금 주식 투자를 해서 장기적 투자가 들어가야 좋은 기업이 나오고, 연기금이 들어와야 외국 자본도 따라 들어온다"고 했다. 개미를 빼자는 게 아니라, 개미만 남겨둔 구조를 바꾸자는 뜻이다.
"코스닥 상장이 끝이 아니라, 그때부터가 시작"
그가 보기에 한국 자본시장의 약점은 상장 전 벤처투자보다 상장 후 스케일업 자금에 있다. 창업기업은 어렵게 코스닥 문턱을 넘지만, 그 이후 5000억원, 1조원 단위로 회사를 키워줄 국내 장기 자금이 약해 결국 외국 자본 의존도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는 코스닥 상장하면 끝인 줄 안다. 사실은 코스닥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라며 "여기서 스케일업 펀드가 붙어야 우량주가 나오고, 그래야 좋은 일자리도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연기금이 지금처럼 채권·상장지수펀드(ETF) 중심의 재무적 투자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봤다. 이광재는 "지금 연기금은 대부분 재무적 투자자고 연기금이 채권 사고 ETF에 묻어가는 식"이라며 "이제는 전략적 투자, 모험 투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의 구상은 코스닥 전 종목을 무차별적으로 떠받치자는 것이 아니라,
좋은 기업이 상장 후에도 남아 커질 수 있도록 장기 자금의 마중물을 넣자
는 데 가깝다.
중동 국부펀드까지 끌어와야 판이 커진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는 국내 자금만으로는 판을 바꾸기 어렵다고 판단한다. 그래서 반복해서 꺼낸 카드가
해외 국부펀드
, 그중에서도
중동 자본
이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우리 스스로 당장 돈이 있다고 다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한국의 연기금과 정책금융이 코스닥과 벤처의 기본 체력을 만들고, 그 위에 중동 등 해외 국부펀드의 자금을 얹어야 유니콘을 글로벌 스케일로 키울 수 있다는 논리다. 그는 "부족하면 공동 펀드를 만들면 된다. 우리하고 해외 국부펀드가 같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중동 자본을 콕 집어 말한 이유도 분명하다. 이광재는 "중동은 돈은 많지만 기술이 있는 나라는 아니기 때문에 맡길 파트너를 찾는다"고 했다. 반도체·제조·콘텐츠·플랫폼 역량을 가진 한국과 오일머니·장기 투자 수요를 가진 중동은 상호보완적이라는 것이다. 결국 그의 코스닥 구상은
연기금이 신뢰를 만들고, 해외 국부펀드가 스케일을 붙이는 2단 구조
다.
'피터팬 증후군' 넘어 기술거래소로
그가 말하는 '좋은 기업이 남는 코스닥'을 만들기 위해서는 상장 문 앞의 구조도 바뀌어야 한다. 이광재는 한국 코스닥의 빈곤을 '피터팬 증후군'에서 찾았다. 중견기업으로 커지는 순간 혜택이 줄어들기 때문에 회사는 몸집을 키우기보다 쪼개지거나 작은 규모에 머무르고, 그 결과 중복상장과 내용 빈곤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그는 "중견기업으로 가는 순간 혜택이 줄어드니 안 가려고 한다"며 "그러니 내용이 빈곤한 기업이 많아진다"고 했다.
이를 풀기 위한 장치로 그는
기술거래소
를 제안했다. 기술과 특허가 실제 시장에서 거래되고, 그 거래 데이터가 쌓이면 특례상장 기업의 질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기술이라는 게 실제로 거래된 내용을 보면 특례상장감인지 아닌지 금방 안다"는 그의 말은, 결국 코스닥에 들어오기 전부터 시장이 기업을 한 번 걸러내는 장치를 만들자는 뜻이다. 부산을 거점으로 기술보증기금, 정책금융, 벤처캐피털, 기술분쟁 해결 기능을 묶자는 제안도 여기서 나왔다.
그는 한국이 미국처럼 인수합병(M&A)이 활발한 시장이 아니라는 점도 문제로 봤다. 유망 기업이 상장 외에도 M&A로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는 회수 시장이 약한 만큼, 기술거래소를 통해 기술과 특허의 거래를 활성화하고 시장 가격을 먼저 형성해야 IPO의 질도 높아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돈을 버는 구조'를 만들어야 할 유니콘의 운동장이라는 얘기다
코스닥 육성은 결국 지역균형발전
이광재 구상이 여의도 증권 담론을 넘어서는 지점은
지역 균형발전
이다. 강원도지사를 지낸 그는 코스닥 육성과 전략적 투자 확대가 결국 지역 클러스터 형성과 연결돼야 한다고 봤다. 혁신도시와 지방대, 공공기관 이전만으로는 지역이 살아나지 않았고, 이제는 대학·기업·인재·금융을 한 묶음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나주-한전-전남대, 진주-LH-경상국립대, 전북-국민연금-기금운용 인재 양성 같은 예를 들며 "혁신도시는 절반의 성공에 그쳤고 지방대는 무너지기 직전"이라고 말했다.
이 논리대로라면 코스닥은 단지 주식시장이 아니라 지역 산업을 키우는 자금 통로가 된다. 지역에서 창업한 기업이 기술특례와 스케일업 자금을 거쳐 코스닥에 안착하고, 여기에 연기금과 국부펀드가 장기 자금을 공급하면 수도권 밖에서도 유니콘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광재식 자본시장 혁신은 결국
코스닥 개편, 장기 자금 유입, 지역 산업 클러스터 구축
을 하나의 패키지로 보는 접근이다.
'광재펀드'가 지향하는 최종 목적지
이 위원장이 마지막으로 꺼낸 카드는 생애주기형 국가펀드, 이른바 '광재펀드'다. 태어날 때 국가 펀드에 자산을 적립해 장기 운용하고, 청년기에는 도전 자금으로, 노년기에는 은퇴 자산으로 이어지게 하자는 구상이다. 그는 "혁신경제는 위험보다 기회비용이 더 클 때 일어난다"며 "국가가 그물을 깔아주면 청년은 도전하고, 은퇴 이후의 삶도 덜 불안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연기금과 국부펀드, 코스닥 스케일업, 지역 클러스터 전략이 결국 국민 개개인의 자산 형성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 이광재식 자본시장 구상의 최종 목적지라는 설명이다.
결국 현 정부가 밀고 있는 자본시장 선진화는 단순히 공매도 제도를 손보거나 외국인 투자 접근성을 높이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그 다음 단계는
코스피와 코스닥의 기능을 분리하고, 코스닥을 혁신기업의 스케일업 시장으로 키우는 것
이다. 이광재는 그 위에 다시 한 번 질문을 던진다. 그렇게 바뀐 코스닥에 누가 장기 자금을 넣고, 누가 한국의 유니콘을 끝까지 키울 것이냐는 질문이다. 그의 답은 선명했다.
연기금과 해외 국부펀드, 그리고 지역 산업 클러스터가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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