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재 중소벤처기업부 민관 정책협의회 공동위원장이 20일 서울 광화문에서 ‘콘텐츠거래소’ 구상을 설명하고 있다. 그는 콘텐츠와 지식재산(IP)을 자산화해 글로벌 자본과 연결하는 문화 자본시장 모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심현희 기자
이재명 정부가 자본시장 선진화를 통해 밑바닥부터 선순환되는 '돈이 도는 구조'를 만들고자 한다면 그 다음 질문은 분명하다. 국가는 무엇으로 돈을 벌 것인가.
이광재 중소벤처기업부 민관 정책협의회 공동위원장은 여러 해결책 가운데 하나로 대한민국의 '스토리'를 제시했다. 전 세계가 K콘텐츠에 열광하는 지금, 한국은 단순한 콘텐츠 수출국을 넘어 이야기 자체가 자산이 되고 거래되는 플랫폼 국가로 나아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 20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그는 코스닥을 혁신기업의 스케일업 시장으로 재설계하는 구상에 이어 콘텐츠와 지식재산(IP)을 자산화해 글로벌 자본과 연결하는 모델을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가 한국의 이야기에 열광하고 있다"며 "이제는 콘텐츠를 파는 단계를 넘어, 스토리가 자산이 되고 거래되는 시장을 우리가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웹툰·드라마·음악… 스토리가 거래되는 시장"
그가 제시한 핵심 개념은 '콘텐츠 거래소'다.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가 주식을 사고파는 곳이고, 시카고가 곡물을 거래하는 곳이라면, 한국은 이야기를 거래하는 중심지가 돼야 한다는 구상이다. 그는 "웹툰, 웹소설, 드라마, 음악 등 K콘텐츠의 원천은 결국 스토리"라며 "이 스토리를 자산으로 보고, 성공 가능성에 따라 투자와 보상이 이뤄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핵심은 창작자의 기여도를 반영한 보상 체계다. AI와 NFT 기술을 활용하면 스토리의 지분을 기록하고, 수익 발생 시 이를 기반으로 보상이 이뤄지는 구조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는 제작사 중심의 수익 구조를 넘어 창작자 중심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7억대 디바이스가 곧 플랫폼"
이광재는 한국이 이미 플랫폼 국가로 도약할 기반을 갖췄다고 본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스마트 TV, 현대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 전 세계에 설치된 디바이스가 약 7억대에 달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는 "이 디바이스가 곧 플랫폼"이라며 "콘텐츠 유통 채널을 우리가 이미 확보하고 있다"고 했다.
이 구상이 현실화되면 콘텐츠 소비 방식도 바뀐다. 드라마를 보다가 등장 인물이 착용한 상품을 바로 구매하고, 콘텐츠·광고·커머스가 하나로 연결되는 '온 디바이스(On-Device) 유통'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그는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FAST)와 결합하면 콘텐츠와 유통, 제조가 하나의 구조로 묶인다"며 "새로운 산업 생태계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콘텐츠거래소 구상 또한 앞서 강조한 자본시장 전략과 맞물린다. 이 역시 국내 자금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해외 국부펀드와 결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중동은 자본은 많지만 콘텐츠와 플랫폼 역량은 부족하다"며 "한국의 콘텐츠와 기술, 중동 자본이 결합하면 글로벌 플랫폼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즉, 연기금과 정책금융이 국내 기반을 만들고, 여기에 해외 국부펀드가 자금을 더하는 구조다. 콘텐츠 산업 역시 이러한 방식으로 글로벌 확장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문화 비자로 디지털 영토 확장"
그는 '디지털 영토' 개념도 제시했다. 플랫폼 이용자에게 일종의 '문화 비자'를 부여해 한국 콘텐츠 소비자를 하나의 생태계로 묶자는 구상이다. 그는 "국가는 물리적 영토를 넘어 플랫폼으로 확장된다"며 "한국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곧 한국과 연결된 이용자가 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BTS 공연 할인, 한국어 능력에 따른 혜택 등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도를 높이면, 콘텐츠 소비가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콘텐츠를 드라마나 음악에만 한정하지 않았다.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K푸드 등 문화 전반 역시 스토리 기반 자산으로 보고, 지역균형발전과 연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 특산물과 로컬 식문화 자체가 하나의 콘텐츠이자 지식재산이라는 인식이다. 먹거리엔 지역마다 강한 스토리를 만들 수 있다. 이를 콘텐츠와 플랫폼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소비되는 자산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K푸드를 중심으로 생산·유통·관광이 결합될 경우, 지역에서도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산업화가 가능하다. 이러한 구조는 앞서 제시된 코스닥 중심의 자본시장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지역에서 형성된 콘텐츠와 브랜드가 자본시장과 결합하고, 여기에 장기 자금이 유입되면 지역 기반 성장도 현실적인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
그의 구상은 하나로 수렴된다. 자본시장 선진화를 통해 '돈이 도는 구조'를 만든 뒤, 그 자본이 콘텐츠와 지식 산업은 물론 지역 기반 산업으로까지 확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교육, 의료, 바이오, 문화 등 우리가 강점을 가진 분야에 AI를 결합해 세계 시장으로 확장해야 한다"며 "이제는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마켓 전체를 무대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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