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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계홍 역사 장편소설 죽창 [제19장]김개남(477회)

나라의 총체적 부패상을 척결한다는 점에서 눈에 보이는 자부터 처단하다 보니 당사자는 억울하더라도 도도한 역사의 물길 앞에서 재수 없게 희생되고 만 것이다.

이계홍 역사 장편소설 죽창 [제19장]김개남(477회)

나라의 총체적 부패상을 척결한다는 점에서 눈에 보이는 자부터 처단하다 보니 당사자는 억울하더라도 도도한 역사의 물길 앞에서 재수 없게 희생되고 만 것이다.

김개남 부대는 10월 22일(음력) 금산을 점령하고, 11월 13일 대병력을 이끌고 청주를 공격하기 시작하였다. 김개남은 오늘의 서원대 뒷산인 청주골에 진을 치며 백성들의 원성을 산 부패 관리부터 추적하였다.

"금산군수, 김천군수, 옥천군수 휘하의 악질 관리들을 붙잡아라. 원님보다 낮은 직분인데도 더 권세를 부리며 백성을 털어온 이방, 호방, 병방 새끼들을 모조리 체포하라. 그것들은 한결같이 쥐새끼 같은 놈들이다. 하찮은 것들이 그것도 벼슬이라고 완장 차고 백성들을 호구로 여기며 착취하는 새끼들을 보면 아작을 내버려라. 실로 악살을 멕여야 한다. 그것들을 청소하지 않고는 나라가 온전할 수 없다."

김개남의 호령에 군사들이 고을의 관아로 몰려갔다. 그들은 개남 장군의 뜻이 무엇인지 알았다.

-이젠 강경노선이다.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건넌 다리를 모두 불태워버렸다. 백성을 괴롭히는 자는 우리의 적이며, 반발하면 죽창으로 찔러 창자를 뽑아버려라.

김개남의 강경 노선은 이처럼 애민의 배경이 있었지만, 보복으로 해결하려는 복안이 주안점이었다.

어느 날 나주 구진포 접장 주경로가 그를 찾았다. 그는 한학에 밝고 현묘한 철리(哲理)를 익힌 학자 출신이었다.

"관리의 타락은 어디서 연원하는 것입니까."

예를 차리기도 전에 주경로가 본론에 들어갔다.

"그야 우매한 백성 배를 타고 앉아서 못된 탐욕을 부리는 무리들이 저지른 행패 아닙니까."

"근원을 알아야 개혁을 달성할 수 있소. 단순히 복수심으로 나가면 역공을 당했을 때, 수습이 난감해지오이다. 반동의 결과는 역사의 물줄기를 틀어버리기도 하지요. 개혁을 하지 않은 것만도 못한 낭패를 당한다는 말씀이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이오?"

주경로가 길게 설명했다.

조선의 정치는 세도정치의 권력 독점으로 감시와 인재 등용이 허약해지고, 붕당정치의 변질과 함께 전정·군정·환곡을 가혹하게 징수하는 삼정의 문란이 결합하면서 부패 수탈 구조로 변질했다. 이는 어느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나라의 뿌리 깊은 악습이 되었다. 반면에 백성은 무지몽매해서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를 모른다.

"대안을 말씀해보시오."

"특정 세력의 권력 장악으로 인한 인사와 정책 결정의 사유화를 눈여겨보아야 하오. 특정 세력만을 기용하고, 그들에게 인사권, 사법권, 경제권을 쥐여주고, 소외받은 지역을 고립시키고, 저항하면 부당하게 탄압하는 것은 물론 분열과 이간책으로 떼어놓는 것이오. 이런 폐습이 하나의 기득권을 형성하고, 그 세력은 온갖 불법과 반칙을 자행하면서도 특권을 향유합니다. 이것이 기득권의 기본 틀이오. 그래서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온갖 억압 기제를 동원하여 소외된 지역은 갈수록 차별과 편견으로 위축시키고, 하위 세력은 마름으로 써먹으며 적절하게 자리를 보전해 주고, 나머지 것들은 축생(畜生)처럼 부리는 것이오. 이런 때 개혁을 부르짖는 사람들이 노선상의 선명성을 강조하여 분열하고 대립하는데, 그것이 누구를 돕는 일이겠소?"

"권력 가진 자, 재산 가진 자를 돕겠지요. 그래서요?"

"선명성을 강조하는 개혁론이 있고, 폭넓은 지지를 얻기 위한 확장론이 있을 수 있소. 방향은 같되 방법이 다른 것을 가지고 충돌하는데, 이때 강경파, 또는 현실타협파로 나뉘다가 종국에는 서로 낙인찍어 철천지 원수가 되오. 이것을 우려스럽게 보는 것이오. 합의점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지 되지도 않은 선명성 경쟁으로 사태를 어렵게 만들고, 끝내는 구세력에게 먹히는 우를 범하면 되겠소이까? 외부 압박의 부담이 커질수록 이런 타협의 정신이 요구되는데, 그렇잖아도 힘이 부족한 세력이 내분으로 갈라지고 있으니 문제란 말이오이다."

"갈 길 바쁜 사람한테 무슨 말을 하자는 것이오?"

김개남이 끝내 화를 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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