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모터랩 | 김학수 기자] 오랜만에 자동차 관련 엔지니어이며 ‘패트롤헤드(Petrolhead)’인 오경석 패널을 만났다.
그는 지난 17년이라는 시간 동안 GM과 LG는 물론이고 프랑스의 자동차 부품 업계 톱티어 브랜드인 발레오를 거쳐 지금도 ‘자동차 산업계’에서 활약하는 현역이자 다양한 차량들을 거쳐 주말의 드라이빙을 위한 토요타 86과 가족과의 시간을 위한 4세대 렉서스 RX 450h라는 자동차 조합을 만끽하고 있다.
이런 그에게 르노코리아가 국내 시장에 선보인 최신의 E-테크 하이브리드 차량이자 ‘오로라 프로젝트(Project Aurora)’의 두 번째 성과, 그리고 ‘브랜드의 플래그십 모델’로 자리를 잡은 필랑트(Filante)의 키를 건넸다.
과연 오경석 패널은 필랑트에 대해 어떻게 평가할까?
◇ 과감한 조형미, 쉽지 않은 ‘디테일의 싸움’
솔직히 말해서 필랑트가 처음 등장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앞서 등장했던’ 그랑 콜레오스와 유사한, 일종의 ‘리배징’과 ‘패키징 개선’ 과정을 거친 차량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세부적인 정보를 알게 된 후에는 무척 기대하고, 관심 있게 본 차량이다.
필랑트의 외형적인 부분에서는 첫 공개 당시부터 꽤나 호감을 느꼈고, 비례감과 독창적인 디테일 등의 연출을 보면서 ‘실제로 보면 어떤 느낌일까?’라는 생각이 가득했다. 그리고 이번 시승을 시작하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스타일리스트의 의지가 양산까지 관철됐다‘는 느낌이었다.
실제 필랑트의 전면은 헤드램프와 프론트 펜더의 결합 구조가 인상적이다. 슬림한 램프 상단을 펜더가 부드럽게 덮는 파팅 라인을 취하고 있는데 양산 브랜드에서 이 정도의 단차와 조립 품질을 유지하는 것은 생산 부분에서도 대단히 까다로운 도전이며 ‘승인’ 또한 어렵다.
여기에 프론트 엔드에 배치된 주간주행등(DRL)은 범퍼 외측 표면보다 안쪽으로 깊이감 있게 구성되었다. 이러한 부분 역시 ‘승인’이 쉽지 않은 것이다. 어쨌든, 필랑트는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빛이 페이드 인/아웃되는 듯한 다양한 입체감으로 보는 즐거움을 더한다.
측면의 실루엣이나 전체적인 형태도 인상적이며 도어 패널의 디테일, 휠 디자인 역시 인상적이다. 또한 요즘 양산차에서 보기 드문 과감한 각도의 후면부 라인까지 더해진다. 특히 단순히 평면을 다듬는 데 그치지 않고 면과 면이 교차하는 입체적인 조형미가 돋보인다.
◇ 가격표 이상의 가치를 담은 공간
도어를 열고 실내를 마주하면 솔직히 조금 당황스럽다. 5,000만 원대 초중반이라는 가격표, 그리고 대중 브랜드라는 포지션을 감안하면 ‘이 정도까지 해야 했나?’ 싶을 정도로 감성 품질의 수준이 높다.
도어 및 대시보드에 자리한 파스텔 톤 그라데이션 텍스처와 색상, 간격을 달리한 정교한 듀얼 스티치는 그 자체로 고급스럽다. 여기에 도어 포켓 안쪽까지 꼼꼼하게 패브릭으로 감싼 디테일, 그리고 openR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기능적 매력까지 돋보인다.
특히 싱글 블레이드 타입의 에어벤트 역시 인상적이다. 자칫 기능이나 디자인이 밋밋해지기 쉬운 구조인데, 실버 가이드 핀을 더해 시각적인 우아함은 물론 조작하는 맛까지 확실히 챙겼다. 엔지니어와 디자이너의 집착이 느껴진다.
공간의 여유와 거주성 역시 합격점을 주기에 충분하다. 1열 시트는 겉보기에만 화려한 것이 아니라 고가의 럭셔리 차량과 비교해도 무방한 만족감을 선사한다. 드라이빙 포지션이나 거주성, 시트의 디테일 역시 모두 만족스럽다.
또한 이러한 완성도가 2열로 가도 흐트러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2열 도어를 열었을 때 마주하는 1열 시트백의 독특한 패턴 마감, 넉넉한 레그룸, 그리고 다리의 꺾임 각도를 최적화해 자연스러운 착좌 자세를 유도한다.
게다가 필랑트는 넉넉한 체격에 ‘3열 시트 구조’가 아닌 2열 시트 구조를 유지하며 2열 거주성과 동시에 적재 공간의 여유를 마련했다. 실제 기본적인 공간도 우수하고, 2열 폴딩 시 확보되는 공간 역시 여유로워 만족감이 더욱 높다.
◇ 정교하게, 그리고 집요하게 다듬어진 드라이빙
차량을 충분히 둘러본 후 본격적인 주행을 위해 필랑트에 올라 시동을 걸었다. 가장 먼저 느껴지는 건 ‘뛰어난 정숙성’이었다. 필랑트의 보닛 아래에는 1.5L 가솔린 터보 엔진과 듀얼 전기 모터가 조합되었는데 ‘엔진의 진동과 소음’이 잘 억제된 모습이다.
여기에 ‘수치적인 성능’ 역시 충실하다. 실제 시스템 합산 250마력을 발휘하는 E-Tech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자리하는데, 1.5L 터보 엔진과 100kW의 전기 모터 조합이 내는 구체적인 성능을 살펴보면 ‘더 강력한 성능’을 언제든 느낄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
필랑트와의 주행에서 가장 먼저 돋보이는 건 역시 ‘아이들링 상황’에서의 정숙성이 실제 주행 환경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실제 다양한 주행 환경에서도 윈드실드로 파고드는 풍절음 차단력이 매우 뛰어나고, 또한 고속도로 주행에서도 꾸준히 만족스럽다.
여기에 성능의 여유 역시 확실하다. 실제 제원 상의 ‘수치적인 출력’보다는 ‘체감되는 출력’이 더욱 높다. 이는 전기모터의 개입이 무척이나 기민하다는 점, 그리고 E-테크 하이브리드 시스템 자체가 ‘전동화 주행’의 비중을 대폭 높이는 방향으로 튜닝된 결과다.
게다가 일반적인 하이브리드 차량들이 급가속 시 CVT로 인한 엔진의 고회전 소음으로 거부감을 주는 것과 달리, ‘멀티모드 변속기’가 장착된 덕분에 엔진의 회전 질감을 매끄럽게 제어해 귀를 거스르지 않는다. 덕분에 주행의 첫 인상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여기에 더욱 놀라운 점은 차량의 움직임에 있다. 최근 많은 신차나 전기차들이 전자제어로 롤을 억지스럽게 가려버려 운전자에게 불투명하고 단절된 감각을 주곤 한다.
그러나 필랑트는 스티어링 휠과 페달, 시트를 통해 하중 이동과 노면 정보를 선형적(Linear)이고 투명하게 전달하며 ‘전동화의 기술’을 통해 한층 진보된 모습이지만 반대로 ‘전통적인 자동차를 다루는 즐거움’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모습이다.
실제 차량의 전체적인 조향 시의 조작감, 그리고 그에 따른 차량의 거동 등은 과거 경험했던 ‘푸조’ 등의 차량들과 비교를 하더라도 부족함이 없다. 덕분에 주행을 하는 내내 ‘조향 감각’ 그리고 그에 따른 차량의 반응 등을 느끼며 생생한 주행감각을 느낄 수 있다.
게다가 코너에 진입해 스티어링을 감아 돌리는 순간, 턴-인(Turn-in) 시점에 조타 실수를 범했는지 혹은 하중을 제대로 실었는지를 ‘전자적인 제어 시스템’의 개입 없이도 손끝과 몸으로 즉각 느낄 수 있다는 점은 ‘운전의 가치’를 더욱 끌어 올리는 모습이다.
덕분에 범프를 만나도 차체가 허둥대지 않고 궤적을 견고하게 유지하기에, 운전자는 주춤거리지 않고 더 자신 있게 차를 밀어붙일 수 있다는 점은 ‘차량의 체격’ 그리고 차량의 형태에서 예상되는 ‘부정적 요소’를 너무나 능숙히 지워내는 모습이다.
승차감 역시 미국 시장을 겨냥한 출렁임이나 극한으로 억제하는 스포츠카의 명확함 보다는 노면의 1차 충격을 부드럽게 흡수한 뒤 불필요한 2차 움직임을 억제하며 운전자의 다음 주행을 뒷받침해 ‘높은 평가’를 이끌었다.
덧붙여 ‘효율성’ 역시 우수하다. 실제 주행을 하면서 주행 효율성을 신경 쓰지 않았지만 꾸준히 높은 효율성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걸 볼 수 있었고, 운전자가 특별히 ‘노력’을 하지 않더라도 ‘평균치를 꾸준히 이어갈 수 있다’는 점이 E-테크 하이브리드의 이점처럼 느껴졌다.
◇ 르노가 선보이는 프리미엄 SU-GT
필랑트와의 짧지만 풍부했던 주행을 마친 후 느낀 필랑트는 단순한 도심형 SUV를 넘어, 넉넉한 공간 활용성에 장거리 여정을 피로 없이 쾌적하고 빠르게 주파하는 주행 능력을 결합한 입체적이고 독특한 존재였다. 그렇기에 ‘필랑트’는 프리엄을 추구한 ‘스포츠 유틸리티 그랜드 투어러(Sports Utility Grand Tourer, SU-GT)’처럼 느껴졌다.
삶의 범위, 이동의 가치를 더할 수 있는 필랑트는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거나, 과시용 수단이 아닌 ‘내가 지불한 비용 대비 나에게 돌아올 실질적인 만족과 가치’를 냉정하게 따지는 주관이 뚜렷한 소비자들에게 더없이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으며, 언제든 추천할 수 있는 존재일 것이다.
촬영협조: HDC 아이파크몰 용산 / 오경석(전문 시승 패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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