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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사 창업 늘었지만…'임상→산업' 연결은 아직 미완

연세대학교의료원 교원창업 기업 가운데 바이오헬스 특화 기업은 69개이며, 신약·의료기기·진단·AI 등으로 세분화돼 있다. 이 가운데 에스바이오메딕스와 큐라티스는 기술특례를 통해 코스닥에 상장했다. 연세대의료원...

의사 창업 늘었지만…'임상→산업' 연결은 아직 미완

사진=게티이미지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의료현장에서 축적된 임상 경험이 기술과 산업으로 확장되는 흐름이 본격화되고 있다. 진료 과정에서 마주한 한계를 해결하려는 시도가 창업으로 이어지면서, 의사가 의료 혁신의 공급자를 넘어 산업 주체로 역할을 넓히고 있다.

의사는 환자의 질환 진단과 치료 전 과정을 깊이 이해하고 있어 기존 의료기술의 한계를 발견하고, 새로운 치료법이나 진단기술을 개발하는 데 중요한 아이디어의 출발점이 된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의사가 창업한 기업들이 신약, 의료기기, 디지털헬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의료 혁신과 산업 발전을 이끌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의사 창업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의사 창업은 임상적 필요나 실제 사용 경험에서 출발해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창출하는 활동으로 정의된다. 이는 기존 개원과는 성격이 다른 영역이다.

의사 창업은 의사 면허(MD) 소지자 또는 의사과학자(MD-Ph.D)가 임상 경험과 연구개발 성과(특허, 기술 등)를 기반으로 미충족 의료수요 해결과 기술사업화를 목적으로 기업을 설립하거나 경영에 참여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창업 주체는 좁은 의미에서는 의사 면허 소지자로 한정되며, 넓게는 병원 또는 의과대학 소속 연구자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구분된다.

일반 창업과 비교해 의사 창업이 주목받는 이유는, 의료서비스의 최전선에 있는 의사가 기존 치료법의 한계를 직접 체감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치료법과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당 특성은 의료서비스 혁신뿐 아니라 바이오헬스산업 전반의 성장과도 직결된다.

병원 수익 구조 다변화 측면에서도 기술사업화를 통한 수익 창출 필요성이 커지고 있으며, 이 역시 의사 창업이 주목받는 배경으로 언급된다.

국외 선행연구에 의하면 연구비 수주 실적이 높은 의대 출신 연구자는 바이오테크 창업 확률이 일반 대비 4.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를 대상으로 한 기업가 정신 및 경영 교육은 창업 성과를 유의미하게 향상시키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반면 국내에서는 병원 기반 창업이 여러 제약에 직면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한된 시장 규모, 투자 유치 지연, 후속 개발 자금 부족 등이 주요 애로사항으로 꼽히며, 정책적 지원을 통한 시장 실패 보완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와 함께 병원 주도의 개방형 혁신 생태계를 지원하기 위한 재정·거버넌스 체계 구축, 의료진의 창업·사업화 참여를 촉진하기 위한 인사·보상 제도 개선, 겸직 및 지분 참여와 관련한 이해상충 관리 가이드라인 정비, 기업가 교육 강화 등의 과제도 함께 제안됐다.

국내 창업 생태계는 2024년 기준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 순위 9위를 기록하며 전반적인 기반은 안정적으로 평가된다. 법·제도와 예산 측면에서도 지원 체계가 비교적 잘 갖춰져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의사 창업에 특화된 생태계는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연구진은 "바이오헬스 분야의 창업은 중소벤처기업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등의 지원 프로그램과 연구중심병원, 바이오클러스터 등의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으나, 의사 창업에 특화된 생태계 조성은 미흡한 상황으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사 창업 기업 263개를 분석한 결과, 상당수는 최근 10년 이내 설립됐으며 수도권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종업원 수는 28명, 평균 매출은 72억원('24년 기준) 수준이다.

이 가운데 자본시장에 진입한 코스닥 상장사는 ▲넥스트바이오메디컬 ▲박셀바이오 ▲에임드바이오 ▲엔젤로보틱스 ▲온코크로스 ▲지노믹트리 ▲지놈앤컴퍼니 ▲파인메딕스 ▲메디포스트 ▲바이젠셀 ▲오가노이드사이언스 ▲지니너스 ▲테고사이언스 ▲샤페론 ▲마크로젠 ▲아이엠비디엑스 ▲에이비온 등 17개다.

연구진은 "이들 기업은 기존에 없던 신약·치료법·진단기술을 개발해 기술특례 상장을 통해 자본시장에 진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의사 창업 형태를 보면 약 20%가 공동 창업(공동 대표) 구조로 운영되고 있었다. 이러한 창업 구조는 산업 특성과도 밀접하게 연결된다.

연구진은 "바이오헬스 분야 기술 창업은 다학제 융합이 필수적이며, 기업 경영은 전문 영역이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 전문가와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업종 분포를 보면 절반가량이 의학·약학 연구개발업에 집중돼 있으며, 약 3분의 1은 소프트웨어 개발과 의료기기 제조업에 속했다. 이는 의사 창업이 임상 기반 기술 개발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같은 연구개발 중심 구조는 높은 초기 투자와 장기간 자금 투입을 요구하는 특성을 갖는다. 단기 수익 창출이 어려운 만큼, 실제로 절반 이상의 기업이 낮은 신용등급을 기록하며 재무적 취약성을 보였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투자 규모는 단계별로 확대되는 흐름이다. 시드는 평균 15억원, 시리즈 A는 110억원, 시리즈 C는 419억원 수준이며, 누적 투자유치 금액은 2조1302억원, 기관당 평균 231억원이다.

특히 공동 창업 기업은 단독 창업보다 100억원 이상 많은 투자금을 유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술·경영 역량을 분담하는 구조가 투자 유치 측면에서 유리하게 작용했음을 시사한다.

2010년 이후 정부 주도의 창업 활성화 정책이 본격화되면서 병원 기반 창업은 제도적 기반을 갖추게 됐다. 연구중심병원 사업과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 프로그램(TIPS) 등은 병원 내 기술사업화와 창업을 정책적으로 뒷받침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의사 창업의 상당수는 연구중심병원 또는 연구개발 성과를 기반으로 추진되며, 기술사업화 전담조직, 산학협력단, 기술지주회사 등 병원 내·외 지원 조직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의사 창업이 활발한 병원들은 자체적으로 창업 심의위원회를 운영해 진료 공백을 최소화하는 범위 내에서 겸직과 창업을 관리하고 있으며, 시장성과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을 병원 차원에서 마련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창업의 양적 확대보다 질적 수준 제고에 초점을 두고 창업 아이템을 엄격히 심의하며, 초기 투자와 회수·재투자를 연결한 선순환 구조를 구축했다. 그 결과 창업 기업 15개 중 지니너스, 이엔셀, 에임드바이오 등 3개가 코스닥에 상장하는 성과를 냈다.

연세대학교의료원은 바이오헬스 특화 기술지주회사를 통해 경영 전문 인력과 투자 지원 체계를 구축하며 의사 창업의 구조적 한계를 보완하고 있다.

연세대학교의료원 교원창업 기업 가운데 바이오헬스 특화 기업은 69개이며, 신약·의료기기·진단·AI 등으로 세분화돼 있다. 이 가운데 에스바이오메딕스와 큐라티스는 기술특례를 통해 코스닥에 상장했다. 연세대의료원 의사가 창업한 대표 기업으로는 휴톰, 에이아이트릭스, 마인즈에이아이, 노보믹스 등이 있다.

서울대학교병원과 고려대학교의료원은 해외 혁신 창업 교육 프로그램(스탠포드의 SPARK)을 벤치마킹해 병원 실정에 맞는 교육 과정을 운영함으로써 예비 창업자의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교원 창업 승인 기업이 37개이며, 교수들은 CEO, CTO, CMO 등으로 기업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아이엠비디엑스, 샤페론, 포트래이, 메디컬아이피, 세닉스바이오 등이 대표적이다.

고려대학교는 기술지주회사를 기반으로 창업 지원 체계를 운영하며, 바이오클러스터와 연계해 다양한 지원을 받고 있다. 교원 창업 기업은 총 32개로 온코마스터, 마이오텍사이언스, 에이뮨링크, 헤지호그 등이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독립적인 'R&D 사업단'을 통해 창업을 지원하고 있으며, 현재 19개 기업이 운영되고 있다. 엘엔로보틱스, 아델 등이 대표적이다.

연구진은 "이 같은 선도 병원의 창업 지원 전략은 병원 단위에 머무르지 않고 정책으로 확산될 필요가 있다"며 "이를 통해 의사 창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행착오를 줄이고 병원 기반 혁신 생태계를 체계적으로 확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인력, 교육, 네트워크, R&D, 규제 등 전 영역에서 개선 요구가 제기된다.

이에 연구진은 ▲연구비 인건비 지원 제도 도입 ▲전문 인력 활용 지원 ▲창업 교육 및 네트워크 강화 ▲특화 R&D 과제 확대 ▲규제 완화 등을 정책 과제로 제시했다.

연구진은 "의사 창업의 특수성을 반영한 종합적 정책과 전문가 협력이 뒷받침돼야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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