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의 예금금리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시장금리 상승을 따라 주요 은행들이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를 연 3%대 중반까지 끌어올린 반면, 저축은행은 여름철 수신 경쟁을 마친 뒤 오히려 금리를 낮추고 있다. 같은 금리 환경에서도 자금을 끌어들이는 두 업권의 셈법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의 'KB Star 정기예금' 1년 이상 2년 미만 금리는 연 3.5%다. 국민은행은 지난 14일 만기별 금리를 최대 0.6%p 올린 데 이어 21일 1년물 금리를 다시 0.1%p 인상했다.
우리은행 'WON플러스예금'도 1년 만기 기준 연 3.5%까지 올라왔다. NH농협은행 'NH올원e예금'은 연 3.45%, 신한은행 '쏠편한 정기예금'은 연 3.4%, 하나은행 '하나의 정기예금'은 연 3.3% 수준이다.
저축은행은 금리를 낮추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 기준 16일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연 3.73%로 집계됐다. 7월 말 연 3.81%에서 약 한 달 반 만에 0.08%p 하락했다.
4%대 상품도 빠르게 줄었다. 7월 말 연 4% 이상 1년 만기 상품은 100개를 웃돌았지만 이달 중순에는 한 자릿수 수준까지 감소했다. 저축은행들이 여름철 수신 경쟁 과정에서 필요한 유동성을 상당 부분 확보하면서 높은 금리를 유지할 유인이 낮아진 영향이다.
절대금리만 보면 여전히 저축은행 평균이 시중은행보다 높지만 금리 방향성은 정반대다. 시중은행은 예금금리를 잇달아 올리고 있고, 저축은행은 수신금리를 낮추고 있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의 1년물 금리 3.5%를 기준으로 하면 저축은행 평균과의 차이는 0.23%p까지 좁혀졌다.
◆은행은 더 모으고, 저축은행은 속도조절
은행권이 예금금리를 끌어올리는 배경에는 시장금리 상승과 함께 자금 확보 필요성이 자리한다. 이달 몰린 대규모 법인예금 만기도 그 중 하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은행에 맡긴 정기예금의 만기가 이달 집중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은행들은 자금 이탈 가능성에 대비해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
실제로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 17일 1010조3722억원으로 8월 말보다 5조1403억원 증가했다. 지난달 처음 1000조원을 넘어선 뒤에도 자금 유입이 이어지고 있다. 증시로 향하던 자금의 속도까지 둔화하면서 은행권 정기예금으로 자금이 다시 유입되는 흐름이다.
반면 저축은행은 이미 상반기와 여름철 수신 경쟁을 통해 필요한 자금을 상당 부분 확보했다. 저축은행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6월 초 연 3.32%에서 7월 말 3.81%까지 빠르게 올랐지만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다.
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리기 어려운 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조달한 예금을 대출 등 수익자산으로 충분히 운용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높은 예금금리를 유지하면 이자비용 부담만 커질 수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조정과 가계대출 관리가 이어지는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추가 수신 확보보다 조달비용을 낮추는 쪽에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다.
한때 저축은행 수신 경쟁의 상징이었던 4%대 정기예금은 빠르게 자취를 감추고 있다. 시중은행과 금리 차이를 벌려 자금을 끌어들이던 전략에서 벗어나 확보한 유동성을 관리하는 단계로 넘어갔다.
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금리 프리미엄이 빠르게 줄면서 예금자 입장에서는 업권보다 개별 상품 조건을 따져야 한다"며 "시중은행이 3%대 중반까지 올라온 상황에서 저축은행도 과거처럼 4%대를 앞세우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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