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차와 같은 초대형 기업들의 주가가 하루에 5% 넘게 등락을 이어가는 국면을 쉽게 볼 수 있다.
결코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다. 패닉 바잉(panic buying)과 패닉 셀링(panic selling) 현상으로 투자자들이 갈피를 못 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이같은 현상은 단기간, 급작스럽게 어마어마한 돈이 증시로 유입 되고 있기 때문이다. 돈은 끝없이 들어오는데, 높아진 기대수익률을 맞추어 줄 만한 기업을 찾기가 쉽지 않다.
반도체 등 일부 핵심 기업 중심으로 돈이 몰리다가 갑자기 보험사나 해운사의 주식이 급등하는 순환매가 나타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사주 매입과 소각으로 인한 주가 상승의 기대감도, 증시 내 자금 유입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시중 대기 자금이 증시로 쏠리는 근본적 이유는 은행 등 금융기관의 예금금리가 2~5% 이지만, 삼성전자와 같은 우량주에 투자하면 하룻새 5~10%의 수익률도 가능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의 입장에선 한국 대표기업에 투자한다는 명분과 함께 실리도 챙길 기회로 판단할 수 있다.
이처럼 수요 기반이 탄탄했던 경우는 과거에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1980년대 후반 트로이카(은행〮증권〮건설)이 이끝던 시절, 그리고 1990년대 후반 ‘닷컴 기업’들의 전성시대 정도가 떠오른다. 하지만 현 증시 내 유동성 상황은 과거 그 어느 국면과도 비교가 불가할 만큼 대단하다.
주당 100만원이 넘는 SK하이닉스 주식이나 삼성전자, 현대차 같은 거대 기업들의 주식마저 조그만 재료에도 반응, 위아래 5~10% 이상 출렁거림을 반복한다. 세계 증시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들다.
오랜만에 찾아온 증시 활황은 자본시장의 기능을 선순환시킬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증시에는 투자자들이 매일 거래를 이어 나가는 유통시장과 함께, 유상증자나 기업공개를 통해 기업이 자금을 조달해 가는 발행시장의 기능도 있다. 증시가 활황 국면에 진입하면 주식에 대한 수요는 높아지고 기업들은 자금을 조달할 좋은 기회를 얻는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5년 11월
향후 5년간 연구개발(R&D)을 포함한 국내 투자에 총 450조 원을 투입하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반도체 투자 확대 및 계열사들의 지역 균형 발전 프로젝트를 골자로 한다.
비슷한 시기에 SK하이닉스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투입될 투자규모를 당초 예상치의 다섯 배에 육박하는 600조 원 규모로 늘려 발표했다. 이는 지난 3월5일 기준, 자사 시가총액 약700조 원의 85%에 달한다.
반도체 수요가 줄지 않는 한 투자 규모는 늘면 늘었지, 줄 것 같지는 않다. 문제는 어디서 자금을 조달하는가 여부이다. 내부에 쌓아둔 잉여현금만으로 투자를 지속하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차입도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어려워진다.
다소 부담스럽지만,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조달은 분명 고려되어야 할 부분이다. SK하이닉스가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발행 방식으로 미 증시에 상장을 위한 절차를 추진 중이라는 소식도 유사한 맥락일 것이다.
2026년은 많은 기업이 유상증자를 고려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증시에서 원활히 자금을 조달할 기회는 흔치 않다. 중소기업들은 더욱 간절하다. 은행 문턱이 높은 기업에게 증시를 통한 자금 수혈은 가뭄 속 단비와 같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매출 규모가 크고 잘나가는 기업들도 예외 없이, 한 때 숨 넘어갈 ’깔딱고개(death vally)’를 넘어선 경험이 있다. 덕분에, 유망 기업은 증시에서 자금을 조달해 유동성 확보와 투자를 늘리고, 투자자들은 기업의 신규투자로 늘어 나는 미래의 이익을 공유하게 된다.
그러나 조달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유상증자시 시장 내 커다란 저항이 예상된다. 물량 공급으로 인한 유동성 흡수로 유통시장은 일시적인 주가 하락 압박에 대한 우려를 낳기 때문이다. 그리고 국내 증시에서 조달된 자금을 해외에 투자할 경우 달러 수요 증가로 이어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일시적으로 올라갈 수도 있다.
하지만 긍정적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현재 삼성전자와 같이 외국인 지분이 높은 기업들은 국내 증시를 통해 간접적으로 외국 자금을 수혈할 기회를 얻게 된다는 점이다.
증시의 건전성 회복으로 경쟁력 있는 산업과 기업으로 증시 내 자금이 수혈된다면 국가경쟁력은 살아나고, 미래 먹거리도 불어날 것이란 기대는 꿈 같은 얘기일까.
유통시장의 열기 속에서 발행시장의 제역할과 순기능, 그리고 자본시장의 선순환 구조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 본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무관합니다.
윤두영 아틀라스 어드바이저스 이사
윤두영 이사(사진)는
대우증권 런던 현지법인을 거쳐 대우증권 국제조사부장,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 포춘코리아 글로벌 기업연구소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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