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4월 22일 호서대학교를 찾아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의 청년층 참여 열기를 확산하고, 대학생들의 청년 창업 지원 정책을 점검했다.(사진=중소벤처기업부)
최근 이재명 정부는 ‘모두의 창업’과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청년 창업의 문턱을 낮추고, 보다 많은 이들이 창업에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다. 정부의 취지에는 충분히 공감한다. 한국 경제가 대기업, 특히 반도체 중심 산업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서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의 역할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다만 ‘창업이 쉬워지는 것’ 그 자체가 항상 바람직한가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짚어볼 필요가 있다. 창업은 결코 가볍게 시작할 수 있는 것이어서는 안된다. 오히려 무겁고, 신중하며, 철저히 준비된 결단이어야 한다.
조금 오래된 자료이지만 2015년에 본투글로벌에서 조사한 ‘대한민국 글로벌 창업백서’에 따르면, 국내 창업 초기 자본금은 평균 약 7050만원 수준이라고 한다. 얼핏 ‘초기 자본금 규모가 생각보다 크네?’ 싶을 수 있다.
하지만 냉정히 생각해보면 7000만원은 직원 두 명에게 최저임금을 지급하고 사무실 임대료만 납부해도 1년이 채 지나기 전에 바닥나는 턱없이 부족한 돈이다. 창업자는 한 푼도 가져가지 않는다 해도 말이다.
더 큰 문제는 시간이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의미 있는 매출을 만들기까지 최소 2~3년이 걸린다. 자본금은 1년 만에 바닥났는데 매출은 없는 1~2년의 공백 동안 창업가는 사업에 집중하기보다, 다음 달 급여를 마련하기 위해 투자자를 찾아다니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쏟게 된다. 사업의 본질에 몰입하기 어려운 구조적 모순이 존재하는 셈이다.
이 과정을 겨우 버텨낸다고 해서 성공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국내 창업기업의 약 70%는 5년 내에 문을 닫는다는 통계가 있다. 창업은 애초에 극소수만이 생존하는 게임이다. 그리고 그 극소수를 가려내기 위해 수많은 기업을 검토하고 투자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필자와 같은 벤처캐피탈리스트의 역할이다.
창업을 쉽게 만들려는 접근은 생각보다 많은 리스크를 수반한다. 준비되지 않은 창업은 실패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그 실패의 비용은 개인의 손실을 넘어 투자자의 돈, 국민의 세금인 정책자금, 그리고 각종 사회적 자원 배분의 왜곡으로 이어진다.
‘발명가’와 ‘창업가’는 완전히 다른 역량이라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활판인쇄술을 완성했던 구텐베르크의 사례를 보자. 그는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 성경 인쇄 사업을 위해 금융업자 요한 푸스트에게 거액을 빌렸지만 채무를 제때 상환하지 못해 소송을 당했고, 재판에서 패하게 된다. 그 결과 인쇄 설비를 비롯한 자산들은 동업자에게 넘어갔다. 역사에 기록된 혁신적 발명가 이미지와는 달리, 그는 사실상 파산 상태에 가까운 말년을 보냈다.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내는 능력과, 그것을 지속가능한 사업으로 만들고 재무적 책임을 감당하는 역량은 전혀 다른 것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우리는 종종 ‘아이디어가 있으면 창업하라’는 메시지를 쉽게 접한다. 하지만 창업은 정말 신중해야 할 일이다. 단지 아이디어 유무의 문제가 아니라, 실행과 생존의 문제다. 그리고 그 생존은 매우 높은 수준의 준비, 집요함, 책임을 요구한다.
창업 생태계를 키우려는 정부의 정책 방향 자체를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창업 기업 수’가 정책의 KPI가 되는 순간, 우리는 본질을 놓치게 된다. 숫자는 쉽게 늘릴 수 있지만, 숫자 속에 담긴 실패의 비용과 왜곡된 자원 배분까지 함께 커진다는 사실은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다.
혹여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위해 준비되지 않은 창업가들을 시장으로 내몬다면 결국 그 대가를 개인과 투자자, 그리고 사회 전체가 나누어 부담하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우리는 ‘얼마나 많이 창업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냈는가’를 물어야 한다. 창업의 문턱을 낮추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창업의 무게까지 가볍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그 순간, 창업은 도전이 아니라 소모가 된다.
대한민국의 다음 성장 동력은 분명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에서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 출발점은 ‘누구나 쉽게 시작하는 창업’이 아니라, ‘끝까지 버틸 준비가 된 창업’이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도 ‘아무나’ 하는 창업이 아닌, 철저한 준비와 각오를 마친 창업가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 유지윤 팀장은 현재 벤처투자회사(VC) 라이징에스벤처스에서 투자심사역으로 재직 중이다. 성균관대학교 경영학과 및 동 대학원 글로벌경영학 석사(MBA)를 마쳤다. LG상사(現 LX인터내셔널) 금융팀과 기획팀을 거쳐, 게임 개발 스타트업 플라이셔에서 사업팀장을 역임했다. 이후 벤처캐피탈리스트로 커리어를 전환, 현재 기술 기반 초기창업기업 전문 VC인 라이징에스벤처스에서 다수의 벤처투자조합을 운용하며 활발히 활동 중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