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AI 접근 제한에 불안 확산
프랑스 정보기관서도 퇴출 조치
‘디지털 주권’ 내세우며 자립 속도
지난해 9월3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가면을 쓴 시위 참가자가 팔란티어 소프트웨어 사용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프랑스가 국가 정보기관에서 사용해온 미국 인공지능(AI) 기업 팔란티어의 소프트웨어를 퇴출시키기로 했다. 최근 미국이 첨단 AI 모델에 대한 해외 접근을 제한하면서 세계 각국이 ‘디지털 안보’와 ‘AI 주권’을 국가 전략 과제로 내세우며 AI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세바스티앙 르코르뉘 프랑스 총리는 16일(현지시간) 국내 정보기관인 내무안보총국(DGSI)이 미국 팔란티어를 대체할 업체로 프랑스 기업 샵스비전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르코르뉘 총리는 “디지털 분야에서 외국 세력이 개발한 도구에 의존할 수 없다”며 “우리만의 AI 모델을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팔란티어는 미국 중앙정보국(CIA), 연방수사국(FBI), 국방부 등을 주요 고객으로 둔 안보·정보 분석 기업이다.
프랑스 정보기관은 수년간 팔란티어 시스템을 활용해왔지만 앞으로는 자국 기업의 기술로 이를 대체할 예정이다. 프랑스 정부는 이날 공공 부문 AI 인프라 구축을 위해 총 6억5500만유로(약 1조원)를 투자하고, 국가기관들이 공동으로 사용할 생성형 AI 챗봇도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기존 팔란티어와의 계약은 2028년까지 유효해 실제 전환은 단계적으로 이뤄진다.
프랑스의 결정은 최근 미국 정부가 AI 기술 접근 통제에 나서면서 커지는 위기감과 맞닿아 있다. 지난 12일 미국은 앤트로픽 첨단 AI 모델 ‘미토스5’와 ‘페이블5’에 대해 외국 기관과 일부 해외 사용의 접근을 제한하는 수출 통제 지침을 발표했다. AI가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전략자산이라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유럽에서는 “미국이 언제든 정치적 판단에 따라 핵심 AI 기술 접근을 차단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논평에서 “미국 상무부 검증을 거친 AI 모델에 갑작스럽고 불투명한 조치를 내린 것은 백악관이 AI 정책을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워싱턴의 결정은 동맹국들 사이에 불안을 키우고 있다”고 평가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도 사설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명확한 기준 없이 민간 기업에 AI 모델 접근 중단을 요구하면서 기술 규제가 정치적 권력 행사의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며 “디지털 의존성이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라 주권의 문제임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는 AP통신 인터뷰에서 “국가 안보는 모든 기술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고려 사항”이라면서도 “수출 통제를 시행하려면 구체적으로 어떤 위험을 막으려는 것인지 명확해야 한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최고보안책임자 출신인 알렉스 스타모스를 비롯한 보안 전문가 150여명도 공개서한에서 미국의 AI 접근 제한 조치 철회를 요구했다.
유럽에서는 이미 미국 빅테크 의존도를 줄이려는 흐름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미국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팔란티어는 유럽 각국에서 ‘디지털 주권’ 논쟁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독일군은 더 이상 팔란티어 제품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영국 정부도 국민보건서비스(NHS)가 체결한 3억3000만파운드 규모의 팔란티어 데이터 계약을 재검토하고 있다. 런던시 역시 런던경찰청의 5000만파운드 규모 팔란티어 계약 중단을 추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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