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ITZY 유나와 아이브 안유진, 혼성그룹 올데이 프로젝트(ALLDAY PROJECT)까지. 올해 은행권에서 뜻밖의 ‘아이돌 대전’이 벌어지고 있다. 신한·하나·IBK기업은행이 20대 남성 고객을 잡기 위해 유명 연예인을 앞세워 나라사랑카드 경쟁에 나서면서다.
현재까지 숫자만 놓고 보면 신한은행이 한발 앞서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상반기 기준 신한은행의 3기 나라사랑카드 발급 건수는 약 35만6000좌로 사업자 3곳 가운데 가장 많았다. 하나은행이 약 32만7000좌로 뒤를 이었고 IBK기업은행은 약 12만4000좌를 기록했다. 단순 발급 건수 기준 점유율은 신한 44.1%, 하나 40.5%, IBK기업은행 15.4%다. 다만 해당 수치에는 중복 발급과 기존 나라사랑카드 이용자의 재발급 등이 포함돼 있다.
1위와 2위의 차이는 3만좌도 되지 않는다. 신한은행은 지난 5월 3기 사업자 가운데 처음으로 발급 30만좌를 넘어섰고 당시 카드 누적 이용금액도 1000억원을 돌파했다.
나라사랑카드는 병역판정검사 대상자에게 발급되는 체크카드로, 군 복무 중에는 급여를 받는 계좌와 각종 결제 수단으로 활용된다. PX·교통·외식 등 군 생활과 밀접한 혜택이 붙어 있어 장병들에게 사실상 ‘군 생활 필수 카드’로 자리 잡았다.
은행들이 이 카드 한 장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병역판정검사 단계부터 사회초년생 고객을 확보할 수 있고, 군 급여 계좌를 시작으로 전역 이후에도 예·적금이나 대출, 투자상품 등 다른 금융 거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당장의 카드 수익보다는 장기간 거래할 고객을 일찌감치 확보하는 효과가 더 크다는 얘기다.
그래서 경쟁도 단순히 ‘어느 카드의 혜택이 더 좋으냐’를 넘어 이제는 ‘누구 카드냐’로 번지고 있다.
먼저 화제를 끌어낸 쪽은 하나은행이다. 하나은행은 올해 1월 아이브 안유진의 사진을 카드 앞면에 넣은 이른바 ‘안유진 카드’를 선보였다. 카드와 함께 안유진의 자필 응원 엽서까지 제공하면서 금융상품에 굿즈 성격을 더했다. 안유진 본인이 해당 카드를 갖고 싶어 했지만 발급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이 알려진 것도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하나은행은 상품 혜택에서도 군 장병이 자주 사용하는 소비처에 공을 들였다. 군마트(PX)에서는 이용금액에 따라 20~30%를 돌려주고 쿠팡·네이버플러스 스토어에서는 20% 캐시백을 제공한다. 무신사·29CM 등 온라인 쇼핑과 외식·카페 혜택도 넣었다.
신한은행도 맞불을 놨다. 광고모델로 유나를 내세운 데 이어 지난 4일부터 유나의 사진을 카드 플레이트에 넣은 ‘신한 나라사랑카드 유나 에디션’ 발급을 시작했다. 광고 속에 등장했던 카드를 실제 상품으로 만든 것으로, 전용 카드 캐리어와 유나 포토카드도 함께 제공한다. 신규 발급자에게 네이버페이 포인트를 지급하는 등 출시 이벤트도 붙였다.
상반기 발급량에서 하나은행을 근소하게 앞선 신한은행이 ‘유나 카드’까지 꺼내 들면서 하반기 선두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IBK기업은행은 올데이 프로젝트를 앞세웠다. 2기에 이어 3기 사업자로도 선정된 유일한 은행이라는 점과 군 생활에 특화된 혜택이 강점이다. 특히 군마트에서 최대 50% 할인을 제공하고 카카오T 택시, PC방, 배달의민족, 무신사·쿠팡, OTT 등 장병들의 주요 소비처를 할인 대상에 포함했다.
은행들이 나라사랑카드 한 장을 놓고 연예인 모델과 각종 혜택을 쏟아붓는 데는 이유가 있다. 나라사랑카드는 병역판정검사 단계부터 사용하는 만큼 은행이 사회생활을 막 시작하는 20대 고객과 일찌감치 거래 관계를 만들 수 있는 상품이다. 군 급여 계좌로 시작한 고객이 전역 이후에도 해당 은행을 주거래은행으로 이용하면 예·적금부터 대출, 투자상품까지 거래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올해부터 시작된 나라사랑카드 3기 사업에는 신한·하나·IBK기업은행이 참여하고 있다. 기존 2기 사업자였던 KB국민은행은 빠지고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이 새롭게 합류하면서 경쟁 구도도 3파전으로 바뀌었다.
현재까지 발급 실적의 승자는 신한은행이다. 다만 하나은행과의 격차가 크지 않은 데다 하나가 먼저 ‘안유진 카드’로 흥행을 끌어낸 뒤 신한도 ‘유나 카드’를 출시하면서 승부는 아직 진행형이다. 여기에 IBK기업은행도 올데이 프로젝트와 군 생활 특화 혜택을 앞세우고 있어 하반기 ‘군심’을 어느 은행이 가져갈지가 나라사랑카드 3파전의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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