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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유가 쇼크에 '민생 추경' 편성… 한은 "물가 자극 제한적"

KB증권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높아져 법인세가 5조 3000억원 정도 더 걷힐 수 있다"며 "법인세와 증권거래 증가에 따른 초과 세수가 최소 10조원"이라고 봤다. ◆한은 "이번 추경, 특수한 경우" 이러한...

유가 쇼크에 '민생 추경' 편성… 한은 "물가 자극 제한적"

기획처 추경 편성 공식 착수

반도체 호황에 최대 20조 전망

수요 압력에 물가 상승 압박↓

전쟁 장기화 여부에 여파 좌우

[서울=뉴시스] 정부가 석유제품의 가격 상한을 정하는 최고가격제를 시행한 후 국내 기름값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만남의광장 주유소에서 시민들이 주유를 하고 있다. 2026.03.15.

정부가 중동 전쟁으로 인한 유가 쇼크에 대응하기 위해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예고했다. 추경 규모는 적게는 10조원에서 많게는 2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추경 편성과 관련해 한국은행은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유가 상승 등 비용 상승 압력의 영향이 우려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고유가에 정부 추경 속도전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첫 추경으로 중동 전쟁과 유가 급등의 충격을 완화하고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민생을 지원하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추경 규모는 적게는 10조원에서 많게는 2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획예산처는 유가 상승 충격을 줄이고 서민·소상공인·농어민을 중심으로 민생 안정에 주안점을 두고 추경안을 편성할 방침이다.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석유가 생활 물가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데 최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해 유가가 치솟는 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도 급등하면서 추경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했다.

정부는 이 같은 최근 상황이 국가재정법 89조의 추경 사유 중 ‘경기침체, 대량실업, 남북 관계의 변화, 경제협력과 같은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기획예산처는 지난 13일 관계 부처 회의를 열고 추경 편성에 공식 착수했다. 기획처는 예산요구서가 취합되면 부처 협의를 거쳐 추경안을 편성해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칠 계획이다.

기획처는 석유 최고가격제로 정유사가 입은 손실을 보전할 재원을 추경에 반영할지 검토하고 있다. 최고가격제는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할 수 있는 가장 높은 가격을 정하고 정부 재정으로 손실을 보전하는 구조로 돼 있다. 기획처는 원유가 동향에 따라 손실 보전분이 예상보다 커질 수도 있기에 적정 재원을 확보할 예정이다.

기획처는 또 자영업자와 농민 등 에너지 취약계층에 에너지바우처 등을 지급하는 방안도 추경 사업으로 검토 중이다. 유가 상승의 직격탄을 맞은 유통·물류 업계 지원책도 준비하고 국제 정세 변동의 영향을 받기 쉬운 수출 기업을 돌보는 방안도 발굴할 예정이다.

지난해 반도체 기업들이 호황을 맞이한 만큼 중간 규모 이상의 추경이 거론된다.

KB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추경 규모가 10조∼20조원일 것으로 전망했다.

KB증권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높아져 법인세가 5조 3000억원 정도 더 걷힐 수 있다”며 “법인세와 증권거래 증가에 따른 초과 세수가 최소 10조원”이라고 봤다.

◆한은 “이번 추경, 특수한 경우”

이러한 가운데 한은은 추경 편성이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이 한은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은은 추경 편성이 수요 측 압력을 통해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일반적으로 추경은 수요 증대를 통해 물가의 상방 압력으로 작용하지만, 추경의 규모, 형태, 시기 등에 따라 그 영향이 다를 수 있다”며 “현재는 중동 전쟁 등으로 인한 유가 상승 등 비용 상승 압력의 영향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GDP 갭이 마이너스(-)인 점, IT(정보기술)와 비(非) IT 부문 간의 성장이 차별적으로 나타나는 등 추경의 물가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질 GDP가 잠재 GDP를 하회할 만큼 경기가 부진해 당장 돈을 풀더라도 소비나 투자가 크게 늘어 물가를 끌어올릴 가능성이 적다는 의미다.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월 올해 성장률을 1.8%로 예상하면서 IT 부문을 제외하면 1.4%에 그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후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0%로 상향 조정했지만, 이 역시 반도체 수출을 중심으로 한 IT 부문 호조를 주로 반영한 결과였다.

한은은 추경의 성장 영향에 관해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한은은 “추경이 GDP 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은 편성되는 세부 사업들의 분야, 규모, 집행 시기 등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면서도 “지난해 13조 8000억원 규모의 1차 추경과 16조 2000억원 규모의 2차 추경이 그해 성장률을 각 0.1%p 올리는 효과가 있었다”고 언급했다.

한은은 1차 추경 직전인 지난 4월 정부가 지출을 1원 늘리면 GDP가 0.4∼0.5원 늘어나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한은은 추경 편성 필요성과 관련해 “올해 성장률이 전년보다 크게 오르는 점을 감안하면 경기 대응을 위한 추경 필요성은 지난해보다 다소 줄었다”면서도 “최근 중동 상황이 급격히 악화함에 따라 국내 성장이나 물가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우려되는 상황인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이번 충격의 경제적 여파는 결국 현 상황의 장기화 여부에 크게 좌우될 것”이라며 “실제 추경 여부는 정부와 국회가 법률상 요건 내에서 중동 상황 전개 양상 등 여건 변화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차 의원은 “추경은 섣부른 미봉책이 아닌 중동 사태로 피해를 입은 수출 기업과 운송업자, 소상공인 등을 위한 지원책”이라며 “정부가 구체적인 지원 대상과 방법, 규모를 신속히 국민께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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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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