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도입한 ‘금융소비자보호 거버넌스 모범관행’ 시행 이후, 주요 금융사들이 이사회의 책임을 강화하고 소비자보호 담당 임원(CCO)의 독립성을 제고하는 등 사전예방적 보호 체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러스트=AI)
[위클리오늘=신하연 기자] 금융권 내 소비자보호 중심의 경영 관행과 조직문화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도입한 ‘금융소비자보호 거버넌스 모범관행’ 시행 이후, 주요 금융사들이 이사회의 책임을 강화하고 소비자보호 담당 임원(CCO)의 독립성을 제고하는 등 사전예방적 보호 체계 구축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23일 금융감독원이 77개 금융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거버넌스 관행 현황 자료에 따르면 대부분의 회사가 모범관행에 따라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형식적으로 운영되던 조직들이 실질적인 권한을 갖게 되면서 경영 전략 전반에 소비자 권익이 반영되는 구조적 변화가 포착됐다.
이사회 의사결정 기능 강화 및 내부통제 내실화
가장 뚜렷한 변화는 최상위 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의 역할 강화다. 모범관행 도입 전에는 소비자보호 경영전략이 이사회 보고에서 누락되는 경우가 빈번했으나, 도입 후 이를 직접 보고받는 회사가 55개사에서 69개사로 증가했다.
또한 이사회 내 소비자보호 관련 소위원회를 설치해 전문적인 의사결정을 수행하는 곳도 2개사에서 15개사로 대폭 늘었다.
대표적으로 하나증권은 2026년 소비자보호 경영전략 및 정책을 이사회에 보고하고 사외이사 3명으로 구성된 소위원회인 ‘소비자리스크관리위원회’를 반기별로 개최하고 있다.
CEO가 주재하는 소비자보호 내부통제위원회도 운영 방식이 개선됐다. 점검 대상의 95%인 73개사가 위원회 의결 사항을 이사회에 보고하고 있으며, 11개사는 개최 주기를 분기 등으로 단축해 실행력을 높였다.
다만 전산시스템을 통한 후속조치 관리(45.5%)는 여전히 미흡한 수준으로, 향후 체계적인 관리를 위한 전산화 작업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출처=금융감독원(1월말 기준)
CCO 독립성 보장 및 전문 부서 위상 제고
현장에서 소비자보호를 총괄하는 CCO의 권한과 독립성도 강화됐다. 전체의 83%인 64개사가 CCO에게 핵심 사안에 대한 ‘배타적 사전합의권’과 ‘개선요구권’을 부여했다. CCO 임기를 2년 이상 보장하는 회사 역시 29개사에서 51개사로 증가해 업무의 연속성과 독립성을 확보했다.
조직 인력 구성 측면에서도 전문성이 강화됐다. 소비자보호 부서 인원의 비중이 상승(1.65%→1.87%)했으며, 업권별로는 생보(3.0%), 카드(2.3%), 손보(2.0%)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소비자보호 본부를 부문으로 격상하고 인력을 28명에서 37명으로 증원하는 등 조직의 전문성을 대폭 보강했다.
성과보상체계 연동을 통한 책임 경영 확립
소비자보호 정책의 실행력을 담보하기 위해 이를 성과지표(KPI)와 직결시킨 점도 핵심 변화다.
현재 대부분의 금융사가 대표이사(89.6%)와 임원(92.2%)의 KPI에 소비자보호 지표를 반영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전 임원 및 영업점에 대해 소비자보호 성과평가지표를 적용하고, 일부 지표에는 감점 제도를 도입해 실효성을 높였다.
금융지주사의 역할도 강화됐다. 4개 금융지주가 소비자보호 전담부서를 신설했고 1개 지주는 지주 단독 CCO를 선임해 자회사에 대한 관리·감독 체계를 갖췄다. 우리금융지주는 소비자보호부문을 신설하고 그룹 표준 가이드를 배포해 자회사별 이행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이번 점검 결과를 바탕으로 소비자보호 거버넌스 운영 실태를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 기준에 반영해 집중 점검할 계획"이라며 "금감원은 모범관행이 실질적인 소비자보호 강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운영 실효성을 지속적으로 독려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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