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예

웹툰 원작 올해만 70편…K드라마는 ‘원작’ 없이 못 만드나[SS연예프리즘]

이제는 ‘웹툰을 드라마로 만든다’는 말이 새롭지 않을 정도다.

[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이제는 ‘웹툰을 드라마로 만든다’는 말이 새롭지 않을 정도다.

2026년 안방극장을 채운 작품들도 마찬가지다. 넷플릭스 ‘참교육’ ‘들쥐’ MBC ‘유부녀 킬러’ SBS ‘김부장’ ENA ‘닥터 섬보이’ 등 올해 공개된 작품 상당수가 이미 독자에게 검증받은 웹툰에서 출발했다.

숫자로 보면 쏠림 현상은 더 선명하다. 국내 주요 웹툰 플랫폼이 보유한 IP를 기반으로 올해 영상화되거나 제작이 추진되는 콘텐츠는 수십 편에 달한다.

웹툰뿐 아니라 웹소설까지 범위를 확대하면 올해 영상화된 K스토리 IP 작품은 70편을 훌쩍 넘어선다. 20년 가까이 플랫폼에 쌓인 이야기가 이제 한국 영상 산업의 거대한 ‘원작 창고’가 된 셈이다.

◇웹툰에서 골라 담는 방송·OTT…실패 확률부터 줄인다

제작사가 웹툰을 찾는 이유는 단순하다. 작품을 만들기도 전에 시장 반응을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웹툰과 영상의 흥행은 서로를 다시 밀어 올린다.

올해 방영된 ‘김부장’은 영상 공개 전후 네이버웹툰 원작 조회 수가 영어판에서 8배, 중국어 번체판에서는 12배 증가했다. ‘참교육’ 역시 영상화 이후 일부 해외 언어권 이용자가 10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드라마가 웹툰을 끌어올리고, 웹툰의 팬덤이 다시 드라마로 이동하는 ‘IP 회전문’이 만들어진 것이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오리지널 드라마는 기획 단계에서 캐릭터와 세계관, 서사의 대중성을 처음부터 증명해야 한다. 반면 웹툰은 연재 과정에서 조회 수와 유료 결제, 댓글, 독자 연령대, 해외 반응 등 방대한 데이터를 이미 축적한다”고 말했다.

이어 “흥행한 웹툰을 영상으로 옮긴다는 것은 결국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에 수백억원을 거는 대신 한 차례 시장 검증을 통과한 이야기를 택한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히 글로벌 OTT가 주요 제작·유통 창구로 자리 잡으면서 이 장점은 더욱 커졌다. 한 작품을 한국뿐 아니라 수십 개 국가에 동시에 공개해야 하는 상황에서 해외 독자가 이미 존재하는 IP는 강력한 출발점”이라고 덧붙였다.

◇ 로맨스만 있던 웹툰? 장르물까지 원작 창고 됐다

웹툰 영상화의 또 다른 변화는 장르다. 초기에는 로맨스 웹툰을 드라마로 옮기는 경우가 많았다. 배우의 비주얼과 연애 서사를 중심으로 비교적 적은 제작비로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액션, 스릴러, 학원물, 범죄극, 메디컬, 판타지까지 사실상 장르의 경계가 사라졌다.

넷플릭스 ‘들쥐’는 자신의 삶을 빼앗긴 소설가를 중심으로 한 추적 스릴러다. ‘유부녀 킬러’는 평범한 주부와 킬러라는 극단적으로 다른 두 정체성을 한 인물에게 결합했다. ‘참교육’ 역시 학원 액션이라는 웹툰 특유의 강한 설정을 영상으로 옮겼다.

◇ 흥행 보증수표는 아니다…‘원작 복사’의 함정

문제는 웹툰이라는 이름이 작품의 완성도까지 보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기 원작에는 오히려 높은 진입장벽이 존재한다.

독자들이 머릿속에 그려둔 배우의 이미지와 장면, 대사, 서사가 이미 있기 때문이다. 캐스팅 단계부터 ‘싱크로율’ 논쟁이 벌어지고 작은 설정 하나가 달라져도 원작 훼손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웹툰의 문법과 영상의 문법이 애초에 다르다는 점도 숙제다. 웹툰에서는 한 컷으로 강렬한 효과를 내는 장면도 실사에서는 상당한 제작비와 기술이 필요하다. 수십 화에 걸쳐 연재되는 이야기를 8~12부작으로 줄이는 과정에서 캐릭터와 서사가 잘려 나가기도 한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짧은 웹툰의 이야기를 드라마 분량에 맞추려고 불필요하게 늘리다가 긴장감을 잃는다. 결국 성공한 웹툰을 가져오는 것과 성공한 드라마를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원작을 지나치게 충실하게 복사하면 이미 본 이야기가 되고, 너무 멀리 벗어나면 원작 팬이 떠난다. 영상화의 성패는 그 좁은 틈에서 갈린다.

◇ ‘원작 있는 드라마’가 안전해질수록 사라지는 것

가장 큰 문제는 산업 전체의 다양성이다. 제작비가 높아지고 방송사와 OTT가 흥행 실패에 민감해질수록 투자자는 검증된 이야기를 요구한다. 유명 작가, 스타 배우, 인기 IP가 한 작품에 몰리는 것도 같은 이유다.

좋은 이야기를 다른 매체로 확장하는 것은 콘텐츠 산업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이태원 클라쓰’ ‘무빙’처럼 영상화를 통해 원작과 다른 생명력을 얻은 사례도 이미 충분하다.

하지만 원작의 인기가 투자 결정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고, 이미 성공한 이야기를 다시 만드는 방식이 가장 안전한 선택으로 굳어진다면 K드라마가 가진 또 다른 경쟁력인 새로운 이야기를 발굴하는 기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 필요한 것은 웹툰을 덜 만드는 것이 아니다. 웹툰과 오리지널 대본이 함께 경쟁할 수 있는 제작 생태계다.

웹툰에는 이미 수많은 독자가 있다. 인기와 데이터도 있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이보다 매력적인 보험도 드물다. 그러나 모든 제작사가 보험만 찾기 시작하면 새로운 이야기는 태어나기 어렵다. khd9987@sportsseoul.com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