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월요논단] 현장에서 시작하는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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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22 18면
많은 사람 찾아 다양한 의견 듣고
삶의 표정 읽어야 정책 동력 생겨
이번 지방선거 당선된 정치인들
주민과 만난 현장 감각 기억해야
신철희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막을 내렸다. 이번 선거에서 총 4천211명의 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이 선출됐는데, 이제 어떻게 주민들의 삶을 안정시키고 공동체를 발전시킬지 차분하게 고민할 때다. 선거 캠페인과 행정은 사뭇 다르다. 선거는 희망과 열정의 물결을 따라 사람들을 열망하게 만들지만 행정은 냉철하게 계획하고 난관을 극복해야 하는 또 다른 영역이다.
행정에서 성과를 내려면 무엇보다 먼저, 시민들과 함께 숨 쉬는 현장형 정치인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선거기간 삶의 현장에서 주민들과 부대끼며 느꼈던 생생한 감각을 결코 잃어버리면 안된다. 좋은 정책은 추상적 구호에서 나오지 않는다. 평범한 사람의 시각으로 세상과 문제를 바라볼 때 비로소 힘을 얻는다. 먼 곳을 내다보는 혜안도 필요하지만, 그 혜안 역시 보통 사람의 욕구와 필요를 이해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정책의 목적은 결국 다수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기술 문명의 발전으로 우리는 앉은 자리에서 전국과 세계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러나 그런 정보는 대개 가공되거나 필터를 거친 것이다. 오히려 기술은 정보를 왜곡하는 도구가 되기도 쉽다. 현장에 직접 가서 사람들의 말을 듣고, 실제로 일이 돌아가는 과정을 눈으로 확인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다. 미세한 정보의 차이가 엄청난 결과를 낳는다.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의견을 듣고, 삶의 표정을 읽어야 정책의 동력이 생긴다.
이 점에서 마키아벨리의 조언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언어와 관습, 제도가 다른 지방을 얻은 군주가 그곳을 안정적으로 다스리려면 민과 가까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안으로 들어가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직접 거주해야 무질서가 생겼을 때 즉시 알아차릴 수 있고 관리들의 수탈도 막을 수 있다. 주민들은 군주에게 더 쉽게 접근하게 되고, 그만큼 체감되는 만족도도 높아진다. 반대로 멀리 떨어져 있으면 문제는 커질 대로 커진 뒤에야 보이게 마련이다. 지방정치도 다르지 않다. 주민과 함께 있는 정치인만이 문제의 크기를 정확히 가늠할 수 있다.
미국 정치사에 ‘빈곤 지역 순회 방문(Poverty Tour)’이라는 전통이 있다. 정치인이 빈곤 지역을 직접 찾아가 주민들의 실제 삶을 보고 그것을 입법과 정책에 반영하는 행사다. 물론 홍보성 정치 이벤트라는 비판도 가능하겠지만, 현장을 직접 보는 일은 때로 여론을 움직이고 정책의 문을 여는 결정적 계기가 된다. 린든 존슨 대통령은 켄터키와 애팔래치아의 빈곤 지역을 직접 방문한 경험을 바탕으로 빈곤 퇴치 정책을 밀어붙였다. 그의 최대 업적인 ‘위대한 사회(Great Society)’ 프로젝트가 그렇게 시작됐다.
진보정치의 상징으로 오래 기억되는 로버트 케네디 상원의원도 켄터키 눈 오두막 지역과 미시시피 델타의 빈민촌을 찾은 뒤, 굶주림과 교육 결핍 문제를 공론화하며 정책 변화를 이끌었다. 더군다나 그는 빈곤층 방문을 일회성 행사로 끝내지 않았다. 자신의 지역구인 브루클린 베드포드-스투이베산트의 비참한 현실을 확인한 뒤 꾸준히 그곳을 찾았고 결국 지역 재건의 제도적 기반을 만드는 데까지 나아갔다. 현장을 한 번 둘러보고 돌아가는 정치인과 문제를 자기 일로 받아들이는 정치인은 다르다. 주민들도 그것을 안다. 누가 진심으로 귀를 기울였는지, 누가 사진만 남기고 떠났는지, 사람들은 생각보다 빨리 알아챈다. 진정성은 결국 지속성으로 증명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번에 지방선거로 당선된 정치인들이 오랫동안 기억해야 할 것은 선거 승리의 기쁨만이 아니다. 선거 과정 중에 주민들과 만나며 느낀 현장 감각을 무엇보다 소중히 여기고, 앞으로 4년 동안 그것을 더욱 예민하게 벼려야 한다. 결국 정치의 힘은 현장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주민의 삶을 직접 보고 듣고 함께 겪는 정치만이 현실을 바꿀 수 있다. 이번에 뽑힌 지방 정치인들이야말로 그 사실을 가장 먼저 증명해야 할 사람들이다.
/신철희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외부인사의 글은 경인일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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