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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월요논단] 경기도, 이주민은 어디에 있는가

경기도에는 대한민국 전체 외국인주민의 약 3분의1이 살아가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2025년 발표한 공식 통계에 따르면 2024년 11월 기준 경기도 외국인주민은 84만5천74명이다. 이들은 공장과 농촌에서 일하고, 대학에서 공부하며, 가정을 이루고 자녀를 키운다.

[월요논단] 경기도, 이주민은 어디에 있는가

84만명임에도 주요정책서 외면

민주주의 투표권자만의 것 아냐

우리가 필요해서 맞이한 사람들

행정은 모든 주민의 삶 책임져야

김구용국 문학박사·경기도외국인복지센터협의회장

경기도에는 대한민국 전체 외국인주민의 약 3분의1이 살아가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2025년 발표한 공식 통계에 따르면 2024년 11월 기준 경기도 외국인주민은 84만5천74명이다. 이들은 공장과 농촌에서 일하고, 대학에서 공부하며, 가정을 이루고 자녀를 키운다. 경기도의 산업을 움직이는 노동자이자 지역경제를 지탱하는 소비자이며, 우리의 이웃이다. 그런데 정작 경기도의 미래를 설계하는 주요 정책에서는 이들의 존재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내세운 민선 9기 도정의 핵심 가치는 ‘공정·혁신·포용’이다. 지난 6월 경기준비위원회는 이 세 가지 가치를 바탕으로 120개 정책을 제안했고, 8월에는 이를 86개로 정리한 최종 백서를 발표했다. 그러나 84만명이 넘는 이주민의 삶과 권리를 독립적이고 종합적인 정책 의제로 다루는 방향은 주요 정책제안에서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물론 이들 정책제안이 확정된 도정과제의 전부는 아니다. 그렇기에 앞으로 수립될 정책에서 이주민을 어떤 위치에 놓을 것인지 더욱 분명한 설명이 필요하다.

경기도에 이주민정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외국인주민의 권익보호와 사회통합, 지역정착을 위한 여러 사업이 이미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기존 지원사업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새로운 도정이 이주민을 핵심 정책의 주체로 인정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전국 외국인주민의 약 3분의1이 살아가는 경기도에서 이주민정책의 방향과 비전이 주요 정책제안에 명시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면, 과연 이들을 경기도의 현재와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갈 주민으로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여기서 불편한 의문이 생긴다. 이주민은 표가 되지 않기 때문인가. 투표권이 없는 사람들의 삶은 정치의 관심에서도 멀어지는 것인가.

일정한 요건을 갖춘 외국인에게 지방선거권이 주어지지만, 상당수 이주민은 선거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그들의 삶이 행정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도 되는 것인가. 민주주의는 투표권을 가진 사람만을 위한 제도가 아니다. 정치가 표를 의식할 수는 있어도 행정의 책임까지 표의 유무에 따라 달라져서는 안 된다.

생각해 보자. 이주민들이 처음부터 대한민국을 위해 살겠다고 찾아온 것은 아니다. 더 나은 일자리와 배움, 가족의 미래를 찾아왔다.

그러나 그들을 필요로 했던 것은 우리 사회이기도 하다. 일손이 부족한 공장과 농촌에서 외국인노동자를 불렀고, 학생이 부족한 대학에서는 유학생을 모집했다. 지역사회는 결혼이민자와 그 가족을 새로운 구성원으로 맞이했다. 특히 경기도는 산업과 일자리의 수요가 집중된 지역이기에 수많은 이주민이 찾아와 정착했다. 우리가 필요해서 맞이한 사람들을 정책의 주변부에 머물게 한다면 그것을 공정이라고 할 수 있는가.

이주민은 단순한 노동력이 아니다.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누군가의 부모이고, 유학생은 지역의 미래 인재가 될 수 있다. 결혼이민자의 자녀와 이주배경청소년은 경기도에서 성장하며 미래를 만들어 갈 세대이다. 이들의 노동과 소비, 교육과 돌봄, 주거와 건강은 이미 경기도의 경제와 사회문제 그 자체이다. 이주민정책은 특정 집단에 대한 시혜가 아니라 경기도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투자이다.

공정은 권리를 행사하기 어려운 사람에게도 실질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포용은 서로 다른 사람들이 동등한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다. 혁신은 변화하는 사회의 현실에 맞게 낡은 제도와 관행을 바꾸는 일이다. 그렇다면 이주민의 노동권과 산업안전, 자녀교육과 돌봄, 가족의 정착과 사회참여를 주요 정책으로 다루는 것은 공정·혁신·포용의 가치를 실현하는 일이기도 하다.

정치는 표를 얻기 위한 경쟁이지만 행정은 모든 주민의 삶을 책임지는 일이다. 투표권이 없다고 삶의 권리마저 가벼워져서는 안 된다. 경기도의 공정·혁신·포용은 화려한 구호가 아니라 정책에서 잘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삶을 통해서도 검증되어야 한다.

/김구용국 문학박사·경기도외국인복지센터협의회장

<※외부인사의 글은 경인일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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