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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월드 이슈] 에너지 전략, 중동에서 미·러 의존으로?

특히 라스라판은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인 헬륨의 주요 생산지인 관계로 한국과 타이완 등 글로벌 첨단 산업 공급망에 타격을 주게 됐는데요. 업종 특성상 LNG 생산 시설을 복구하는 데는 최소 3~5년이 걸리는 만큼 그...

[월드 이슈] 에너지 전략, 중동에서 미·러 의존으로?

[앵커]

중동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에너지 전략을 놓고 세계 각국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석유뿐 아니라 가스 공급도 차질이 예상되기 때문인데요.

오늘 월드이슈에서 황동진 기자와 분석해보겠습니다.

이스라엘이 지난주 미국에도 알리지 않은 채 이란 가스전을 공격했죠.

여기에 경제적 이유가 있었다고요?

[기자]

이스라엘이 지난 18일 이란의 사우스파르스 가스전과 그 배후 정제 시설인 아살루예 단지를 공습했는데요.

이스라엘의 대이란 전략이 군사적 타격에서 경제적 고립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우스파르스 가스전은 세계 최대 규모로 이란 경제와 국가 운영의 근간입니다.

이란 국내 천연가스 공급의 7~80%가 이곳에서 나오고 있는데요.

이 시설이 파괴되면 이란 전역에서 전력 생산이 중단돼 산업 전반이 마비됩니다.

석유화학 제품 수출도 어려워져서 이란의 전쟁 비용 마련에도 큰 타격을 입게 됩니다.

이란이 호르무즈를 봉쇄해 에너지 통로를 막는 전략을 쓰자 이스라엘이 아예 생산 시설 자체를 인질로 잡는 전략을 쓴 것인데요.

헤즈볼라나 후티 반군의 자금줄을 끊는 효과에다 정전과 난방 중단 등의 불편을 줘서 이란 국민의 민심을 흔드는 효과도 노리는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여기에 맞서 이란도 카타르 LNG 시설을 공격했는데, 이것도 역시 단순 보복은 아니겠죠?

[기자]

이란이 카타르의 라스라판 LNG 시설을 공격한 건 전 세계를 인질로 잡는 에너지 공멸전으로 가겠다는 의도입니다.

원래 이란의 사우스파르스나 카타르의 라스라판은 뿌리가 같은 가스전입니다.

이란이 "우리의 자원이 타격받으면 너희 서방측 자원도 무사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보낸 겁니다.

카타르는 전 세계 LNG 공급의 약 20%를 담당하는데요.

이 시설 공격으로 LNG 가격이 즉각 30% 이상 폭등했고 인플레이션 압박도 높아졌습니다.

특히 라스라판은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인 헬륨의 주요 생산지인 관계로 한국과 타이완 등 글로벌 첨단 산업 공급망에 타격을 주게 됐는데요.

업종 특성상 LNG 생산 시설을 복구하는 데는 최소 3~5년이 걸리는 만큼 그 후유증도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앵커]

그야말로 전 세계를 인질로 공세를 주고받은 셈인데, 바로 유럽 정상들이 모여 반응을 냈네요?

[기자]

양측이 공격을 주고받은 다음날인 지난 1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럽이사회가 열렸는데요.

이 자리에서 27개국 유럽 정상들은 즉각적인 공격 중단과 중동 평화를 촉구했습니다.

[롭 예턴/네덜란드 총리 : "중동 지역 에너지 기반 시설 공격 사태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습니다. 모든 당사자들이 공격을 중단할 것을 촉구합니다. 전 세계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벨기에나 폴란드 등 중동산 LNG 의존 비중이 높은 국가들의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번 겨울을 지나면서 유럽 내 가스 비축량이 예년의 30% 수준까지 떨어지다 보니 위기감이 아주 큰 상황입니다.

[앵커]

아시아 국가들이 특히 중동 의존도가 높은데, 자구책으로 석탄 생산을 늘린다고요?

[기자]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주요국들이 석탄 발전과 석탄 생산량을 늘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인도는 액화석유가스, LPG의 90%를 중동에서 수입하고 액화천연가스, LNG도 50%가량을 카타르에서 들여옵니다.

이번 사태 이후 많은 식당이 문을 닫고 LPG 가스통을 구하기 위해 난투극이 벌어지기도 했는데요.

상황이 이렇게 되자 모든 석탄화력발전소를 최대 용량으로 가동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태국과 방글라데시도 석탄발전소를 최대 출력으로 가동해 석탄 발전 비중을 늘리기로 했습니다.

타이완은 LNG 수급 차질이 이어질 경우 석탄발전소를 재가동한다는 방침입니다.

한편, 세계 최대 석탄 수출국인 인도네시아는 탄광 업체들이 석탄 생산량을 늘리도록 허용하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인도네시아는 석탄 가격 유지를 위해 생산량을 제한했는데, 최근 석탄 가격이 급등하자 이 같은 방침을 내놓게 됐습니다.

[앵커]

이런 에너지 위기를 오히려 호재로 삼은 나라들도 있죠?

[기자]

에너지 패권국들은 뒤에서 웃고 있는 상황입니다.

세계 1위의 LNG 수출국인 미국과 러시아가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기 때문인데요.

미국은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산 LNG 확보에 나서면서 관련 산업 투자가 늘고 있고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 LNG 시장을 잃었는데, 재개될 가능성이 높아졌고 대 중국 수출량도 더 늘게 됐습니다.

러시아의 숙원 사업이었던 중-러 천연가스관 건설 사업도 이달 초 중국이 건설을 가속화하겠다고 공식 발표해 탄력을 받게 됐습니다.

현재 세계 각국은 이번 중동 사태를 계기로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됐는데요.

중동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고 공급망을 다각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하고 있습니다.

자료조사:권애림/영상편집:변혜림 박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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