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가에서 인기를 끌던 옵션 분산매매 전략이 지난 3월에는 2011년 이후 최악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JP모건 데이터 및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개별 종목 옵션을 매수하고 S&P 500 인덱스 옵션을 매도하는 이 전략은 3월 한 달 동안 -4.9%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은행들이 이 전략을 패키징해 헤지펀드 및 연기금에 판매한 스왑 상품도 -2.6%의 수익률을 보였다.
이미지=AI
'필승' 전략의 펀더멘털 논리와 시장 규모 확대
분산매매 전략은 평소 개별 종목들이 제각각 움직인다는 전제하에 구조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특정일에 엔비디아가 +3% 상승하고 코카콜라가 -1% 하락할 때, S&P 500 인덱스 전체는 약 +0.5% 수준의 변동성만을 보인다. 인덱스 옵션은 기관 투자자들의 헤지 수요로 인해 실제 변동성 대비 항상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경향이 있다. 반면, 개별 종목 옵션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비싼 인덱스 옵션을 매도해 프리미엄을 챙기고, 싼 개별 옵션을 매수해 두면 종목들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한 양쪽에서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다.
2월까지만 해도 이 전략의 펀더멘털 논리는 확고해 보였다. 월가에서는 "AI가 산업 내 승자와 패자를 가르고 있어 종목별 차이가 더 벌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이에 따라 연기금과 자산운용사까지 연초에 대거 시장에 진입했다. JP모건에 따르면, 2021년 이후 은행들이 이 전략을 QIS(퀀트 투자 전략) 상품으로 패키징하기 시작하면서 관련 상품 수는 75% 급증했으며, 시장 규모는 3년 새 2~3배로 성장했다. 실제로 지난 2월은 종목 간 상관관계가 역대급으로 낮아 분산매매 전략에 유리한 환경이 지속됐다.
지정학적 쇼크와 상관관계 수렴…수익 구조의 증발
그러나 3월, 이란과 이스라엘 간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시장 상황은 급변했다. 전쟁이라는 매크로 충격은 유가, 원자재 가격, 금리, 인플레이션 등 거시경제 지표를 동시에 흔들었다. 이로 인해 개별 종목의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시장 내 거의 모든 종목이 동조화되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개별 종목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움직여야 수익이 나는 구조에서, 매크로 이슈로 인해 종목 간 상관관계 자체가 뛰어버린 것이다.
인덱스 전체의 변동성이 개별 종목 수준만큼 급등하면서 분산매매의 수익 구조는 증발했다. 이는 위기 상황에서는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금융 상품의 가격을 산정하거나 투자 전략을 실행하는 퀀트 모델의 내재적 위험을 입증한 사례가 되었다.
"헤지펀드 황금기 온다"…월가의 장기 낙관론과 현실의 격차
아이러니한 점은 분산매매 전략이 손실로 전환되기 직전까지 월가 주요 투자은행들이 이 전략에 대해 극도로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는 것이다. 모건스탠리, 바클레이즈, JP모건 등은 연초 전망에서 "종목 간 상관관계가 낮고 분산이 높은 환경이 지속될 것"이라며 "헤지펀드의 황금기"가 올 것이라고 추천했다. 그러나 지정학적 리스크가 시장에 개입하면서 종목 간 상관관계가 1에 수렴하게 되었고, 이들이 제시한 논리는 통째로 무력화되었다. 지정학적 변수가 끼어들면 아무리 정교한 옵션 구조도 한순간에 약화될 수 있음이 증명된 셈이다.
월가에서 '구조적 수익'으로 간주되던 분산매매의 3월 실패는 블랙 스완 이벤트의 위험성을 재확인시켜 준다. AI 산업 기반의 펀더멘털은 견고했으나, 매크로 변수인 지정학적 위험이 시장 전체의 동조화 현상을 유발하며 퀀트 모델의 예측 범위를 벗어났다. 이는 복잡한 옵션 전략일수록 예상치 못한 매크로 충격에 취약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중기이코노미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