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관투자가 1분기 포트폴리오 분석해보니
글로벌 주요 기관투자자들이 올해 1분기 포트폴리오에서 공통적으로 인공지능(AI)·반도체 비중을 확대했지만, 정작 어떤 기업이 'AI 에이전트 시대'에 가장 큰 수혜를 얻을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워런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는 구글 모회사 알파벳 비중을 공격적으로 늘린 반면 '리틀 버핏' 빌 애크먼의 퍼싱스퀘어는 알파벳을 대거 줄이고 마이크로소프트(MS)에 베팅했다.
반도체 영역에서는 단순 설계보다 실제 생산 능력을 갖춘 제조기업과 메모리 업체들에 대한 선호가 두드러졌다.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는 1분기 추가 매수 활동이 활발하진 않았지만, 이미 인텔 비중이 30%를 넘긴 것으로 집계됐다.
18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13F 공시에 따르면 버크셔해서웨이는 1분기 알파벳 클래스A 주식 비중을 3.89%포인트, 클래스C 주식 비중을 0.39%포인트 확대했다. 모두 합쳐 총 4.28%포인트의 비중을 확대했다. 반면 비자(-1.06%포인트), 뱅크오브아메리카(-0.86%포인트), 마스터카드(-0.83%포인트) 등 금융주 비중은 축소했다. 특히 지난해 공격적으로 사들였던 미국 최대 건강보험사 유나이티드헬스그룹 비중도 0.62%포인트 줄였다.
알파벳 비중을 크게 늘린 것은 AI 시대에도 검색·유튜브·클라우드·광고 생태계를 모두 갖춘 플랫폼 기업의 경쟁력이 여전히 강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구글의 경우 자체 AI 칩 제작부터 AI 에이전트 제미나이까지 AI 밸류체인 전반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애크먼의 퍼싱스퀘어는 전혀 다른 선택을 했다. 애크먼은 월가의 대표적인 '버핏 추종자'로 꼽힌다. 버핏을 영웅이라 부르며 투자 철학을 따르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달 자신의 헤지펀드 운용사 '퍼싱스퀘어USA'를 상장시켰다. 퍼싱스퀘어는 알파벳 클래스C 비중을 11.81%포인트 줄인 데 이어 클래스A 비중을 1.3%포인트 축소했다.
그 대신 MS 비중을 무려 15.26%포인트 확대했고, 아마존 비중도 3.11%포인트 늘렸다. AI 생태계의 중심이 검색보다 기업용 소프트웨어와 클라우드 플랫폼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시각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챗GPT 개발사 오픈AI와 협력하고 있는 MS에 대한 투자는 AI 경쟁의 핵심이 단순 생성형 AI를 넘어 기업 업무 자동화와 생산성 혁신으로 이동할 것이란 전망과도 맞닿아 있다. 퍼싱스퀘어는 동시에 메타 비중도 줄이며 기존 광고 기반 플랫폼 기업에 대한 노출을 일부 축소했다.
애크먼은 지난 16일 사화관계망서비스(SNS)에 "M365(MS의 소프트웨어·클라우드 구독 상품)는 거의 모든 대기업의 일상 업무 흐름에 긴밀하게 통합돼 있다"며 "MS가 보유한 오픈AI 지분 27%의 가치를 시장이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레이 달리오의 브리지워터도 빅테크인 아마존과 반도체 중심의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섰다. 브리지워터는 포트폴리오 내 아마존 비중을 2.44%포인트 확대했고 TSMC(1.62%포인트), 마이크론(1.30%포인트), 브로드컴(1.06%포인트), 엔비디아(1.02%포인트) 비중도 늘렸다. 반면 세일즈포스(-1.87%포인트), 어도비(-1.63%포인트) 등 소프트웨어 기업 비중은 축소했다.
이는 AI산업에서도 실질적인 컴퓨팅 인프라스트럭처와 데이터센터 공급망을 쥔 기업들이 더 큰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특히 브리지워터가 메모리업체 마이크론 비중을 늘린 점은 AI 서버 확산 과정에서 메모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란 기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월가의 대표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반도체와 함께 신흥국시장에 주목했다. 골드만삭스는 1분기 TSMC 콜옵션 비중을 0.43%포인트 확대하며 가장 적극적으로 매수했다. 특히 '아이셰어스 MSCI 중국 제외 신흥시장 ETF(EMXC)' 비중을 0.27%포인트 확대하며 눈길을 끌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에너지와 반도체를 동시에 강화하는 전략을 택했다. 블랙록은 1분기 정유주인 엑손모빌(0.32%포인트)과 셰브론(0.16%포인트) 비중을 가장 많이 높였지만, 이와 함께 반도체 장비기업인 AMAT(0.14%포인트)와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0.12%포인트)의 비중을 확대했다.
손 회장의 소프트뱅크는 1분기 주식 지분 투자가 제한적이었다. 인슈어 테크 기업 에토스테크놀로지 비중이 0.31%포인트 확대됐지만, 이는 비상장 단계에서 투자한 기업이 올해 초 상장하면서 드러난 수치다. 통신사 티모바일 비중은 19.01%포인트 축소됐고, 서클인터넷과 코인베이스 등 가상자산 관련 기업 비중도 줄었다. 다만 기존 반도체기업 투자 비중이 이미 높았다. 1분기 말 기준 인텔 비중이 33.63%이며 TSMC는 5.88%에 달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