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으론 한계
경북도, SMR·원전 투트랙 전략
경주·영덕 유치전 지원 본격화
국가 ‘에너지벨트 전략축’ 부상
▲ 월성원전 전경
중동발 에너지 공급 불안이 현실화되면서 정부의 ‘에너지 전환 대책’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중심으로 한 정책 방향에 원자력 발전이 사실상 배제되면서 전력 공급 안정성 측면에서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관련기사 19면
특히 산업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태양광·풍력 중심의 변동성 전원만으로는 대응이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원전을 포함한 ‘에너지 믹스’ 전략 필요성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경북 동해안이 국가 에너지 정책의 핵심 거점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경주 신월성원전과 울진 한울원전이 위치한 동해안 축은 이미 국내 최대 원전 밀집 지역으로 꼽힌다. 여기에 해상풍력과 수소 산업까지 결합하는 ‘복합 에너지벨트’ 구상이 추진되면서 단순 발전 단지를 넘어 국가 에너지 전략의 중심축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와 맞물려 경북도가 추진 중인 원전 유치 전략도 주목받고 있다.
경북은 최근 신규 원전 부지 공모에서 소형모듈원전(SMR)은 경주, 대형 원전은 영덕으로 나누는 ‘투트랙 전략’을 본격화했다. 이는 정책 불확실성과 입지 리스크를 동시에 고려한 분산형 접근으로, 최소 1곳 이상의 유치를 확보하겠다는 현실적 계산이 깔려 있다.
SMR 분야에서는 경주와 부산 기장이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경주는 2035년 준공을 목표로 총 680MW 규모의 구체적 사업 구상을 제시하며 기존 원전 산업 인프라와 연구 기반을 활용한 SMR 산업 생태계 구축을 내세우고 있다. 반면 기장은 고리원전 인접 지역이라는 인프라 경쟁력을 앞세워 맞서고 있어 결과를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형 원전 분야에서는 영덕과 울산 울주가 맞붙는다. 영덕은 과거 원전 유치 추진 경험과 부지 확보 가능성을 강점으로 내세우며 재도전에 나섰고 울주는 기존 신고리 원전 클러스터를 기반으로 안정성을 강조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경쟁을 두고 ‘SMR은 경주·기장, 대형 원전은 영덕·울주 간 양강 구도’로 정리되는 흐름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같은 지역 경쟁은 단순한 입지 선정 문제를 넘어 에너지 정책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현재 국내 원전 발전 비중은 30% 초반 수준으로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 등 고품질 전력을 요구하는 산업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안정적 전력 공급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중동 의존도가 높은 에너지 구조를 고려할 때 지정학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대응 수단으로 원전의 역할을 재평가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주요국들은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를 동시에 고려하며 원전 활용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조정하고 있다.
다만 주민 수용성과 안전성 논란, SMR 상용화 초기 단계 불확실성 등 해결 과제도 분명하다.
특히 영덕 천지원전 부지는 과거 백지화 경험이 있는 만큼 지역 사회의 신뢰 회복이 핵심 변수로 꼽힌다. SMR 역시 기술적 기대와 별개로 실증 부족에 따른 우려가 병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정책을 이분법적으로 접근하기보다 현실적인 조합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재생에너지는 장기적으로 확대해야 할 방향이지만 단기간 내 전력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원전과 같은 기저 전원의 역할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번 중동발 에너지 위기는 단순한 외부 변수에 그치지 않고 국내 에너지 구조의 취약성을 드러낸 계기로 평가된다.
어떤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경북 동해안을 중심으로 한 에너지벨트와 원전 유치 전략은 향후 국가 에너지 정책의 방향을 가늠할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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