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연세대 화공생명공학과 김대우 교수, 강준혁 박사 후 연구원(제1저자), 이화용 석사 졸업생(제1저자) [사진출처=연세대학교]
[한국강사신문 한민 기자] 연세대학교 화공생명공학과 김대우 교수 연구팀이 마침내 원자 단위의 정밀 제어 기술을 바탕으로, 유기용매 나노여과 분야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데 성공했다. 이들이 개발한 나노다공성 그래핀 분리막은 기존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어, 높은 투과도와 탁월한 분리 정밀도를 동시에 구현하며 차세대 화학 공정의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오늘날 제약, 정유, 석유화학, 반도체 산업 전반에 걸쳐 필수적으로 활용되는 분리 공정은 여전히 막대한 에너지 소모와 높은 비용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특히 유기용매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이를 효율적으로 정제하고 재사용할 수 있는 저에너지 기술에 대한 요구는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졌다.
이러한 시대적 요청에 응답하듯, 연구팀은 그래핀이라는 2차원 물질의 잠재력에 주목했다. sp² 탄소 결합으로 이루어진 그래핀은 뛰어난 기계적 강도와 화학적 안정성을 지닌 ‘꿈의 소재’로 불리지만, 기존 나노다공성 그래핀 분리막은 비선택적 결함과 층간 팽윤이라는 난제를 피해 가지 못했다. 이로 인해 분리 정밀도가 저하되는 구조적 한계가 지속적으로 지적돼 왔다.
연구팀은 이 난제를 정면으로 돌파했다. 유기금속 전구체를 활용한 원자층 증착(Atomic Layer Deposition, ALD) 공정을 분리막 후처리 단계에 도입함으로써, 그래핀 표면의 불완전한 기공과 결함을 정교하게 봉인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동시에 분리막 내부에는 위에서 아래로 이어지는 ‘그래디언트 구조’의 알루미나층을 형성해, 구조적 안정성과 기능적 정밀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이 혁신적 구조는 단순한 개선을 넘어, 분리막 설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표면 기공은 더욱 미세해지고, 그래핀 층간 구조는 견고하게 보강되면서, 유기용매 환경에서 발생하는 팽윤 현상을 효과적으로 억제했다. 그럼에도 그래핀 고유의 빠른 용매 이동 특성은 온전히 유지되어, 성능 저하 없는 고속 분리가 가능해졌다.
실험 결과는 이러한 기술적 성취를 분명히 증명한다. ALD 처리를 거친 나노다공성 그래핀 분리막은 에탄올 기준 136.5 LMH/bar에 달하는 압도적인 투과도를 기록하는 동시에, 분획 분자량(MWCO)을 640Da 수준까지 정밀하게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기존 유기용매 나노여과막이 직면했던 ‘선택성과 투과도 간의 트레이드오프’라는 난제를 구조 설계만으로 극복한 상징적 성과로 평가된다.
더 나아가 연구팀은 단일 물질을 넘어 복합적인 실제 환경을 모사한 이성분 유기 혼합물 실험까지 수행하며, 분리막의 거동을 다층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낮은 농도에서는 분획 분자량 이하의 분자조차 선택적으로 차단되는 반면, 고농도 조건에서는 용질 간 상호작용에 의해 분리 특성이 변화하는 미묘한 현상을 밝혀냈다. 이는 실제 산업 공정에서의 적용 가능성을 한층 현실적으로 조망하게 하는 중요한 단서다.
김대우 교수는 “이번 연구는 그래핀 분리막의 구조를 원자 수준에서 정교하게 설계함으로써, 기존 기술이 지닌 한계를 근본적으로 극복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기술은 제약 및 정밀화학 분야의 용매 정제는 물론, 반도체 산업에서 요구되는 초고순도 유기용매의 전처리와 재사용 등 다양한 산업 영역으로 확장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전망했다.
이번 성과는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에너지 효율성과 공정 혁신이라는 두 축을 동시에 견인하는 새로운 전환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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